“인생은 하느님과 함께 엮어가는 드라마이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저는 한 아이, A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A의 아버지는 자주 집을 떠나 외도를 일삼았고, 어머니는 사회적 성공에만 매달리며 정작 A에게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늘 “세상은 썩었어.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어머니는 그런 현실 앞에 술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이런 집에서 자란 A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요?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와 태도, 그 그림자는 쉽게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고요.
알버트 반드라의 ‘보보 인형 실험’처럼, 어른의 공격적 행동을 본 아이들은 거의 그대로 따라합니다.
행동의 모델링, 즉 모방은 그만큼 강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상처와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어느 순간 우리의 뇌는 “이젠 못 버티겠다”며 스스로를 차단합니다.
불안보다는 우울, 예민함보다는 무감각,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죠.
이쯤 되면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운명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앙인에게 “인생은 하느님과 함께 엮어가는 연극무대.”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콩트와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연구는 이를 증명합니다.
아무리 힘든 환경에서도, 아이들 중 약 30%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나를 믿어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 어른 한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부모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할아버지, 이웃, 선생님, 운동 코치, 혹은 우연히 만난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건네준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해”라는 말,
그 말 한마디, 인정과 따뜻한 시선이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여기, 우리에게는 하느님 아버지와 성모 마리아와 나를 위해 기도하는 수 많은 성인성녀들과 천사들이 함께 현존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과연 과거의 상처와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헨리 나웬 신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의 상처와 실패,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망상과 속박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하느님께서 나를 먼저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사랑받는 자녀’로 다시 서게 됩니다. 거기서 진짜 자유가 시작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버림’이란 단지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 부모의 그림자를 떨쳐내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버림이란,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과거의 내면 목소리,
“넌 실패할 거야”라는 두려움을 놓아버리고,
“나는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녀”임을 받아들이는 결단입니다.
("어떻게?"라는 초월적 질문)
여기서 신학과 심리학이 만납니다.
내가 겪은 고통은 레몬과도 같습니다.
그 신맛을 불평만 할 수도 있고, 그 신맛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나는 극복할 수 있을까?”라고 묻지 마십시오.
대신 “오늘,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어떻게" 내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곧 신앙의 시작이자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복음의 예수님은 “제자가 되려면 먼저 계산해 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 계산은 능력을 따져보고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다는 신뢰, 그 믿음에서 출발하라”는 초대입니다.
지혜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어떤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답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영이 우리 안에 오시지 않는다면, 누구도 하느님의 뜻을 알지 못한다.”
지금 내 안의 상처와 약함을 미워하거나 내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 연약함을 하느님 앞에 그대로 내놓으십시오.
바로 그 자리에서
참된 자유와 새로운 유산, 그리고 제자로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여러분을 믿고 응원하는 단 한 사람,
그리고 늘 곁에 계신 하느님이 여러분과 함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나는 사랑받는 자녀다. 나 000(세례명)는 사랑받는 하느님의 자녀다."
그 믿음으로,
오늘 아주 작은 첫 걸음을 내딛으십시오.
거기서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