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흙의 아들들

3장. 서리 내린 혼례

by 진동길

3장. 서리 내린 혼례


혼례는 1970년 12월 초순, 화림리에 첫눈이 내리던 날 치러졌다.

새벽부터 윤 씨네 집안은 부산했다. 아니, 부산하다기보다는 어수선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혼례를 치르는 집치고는 너무나 조용했다. 웃음소리도, 축하하는 목소리도 없었다. 다만 안채에서 여자들의 낮은 흐느낌만이 새어 나왔다.

“아이고, 우리 윤이가…”

“우찌 이런 일이…”

친척 아낙네들이 모여 윤 씨의 혼례복을 입히며 눈물을 닦았다. 윤 씨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입술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윤아, 이리 봐라. 연지 좀 바르자.”

이모가 연지를 들고 다가왔다. 윤 씨는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에 낯선 여자가 비쳤다. 빨간 원삼을 입고 족두리를 쓴 그 여자는 윤 씨 자신이었으나, 동시에 윤 씨가 아니었다.

‘이게 나인가.’

윤 씨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였다. 본래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져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할 나이였다. 하지만 윤 씨는 지금 돈 때문에 팔려가고 있었다. 이백만 원. 그것이 윤 씨의 값이었다.

“윤아…”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왔다. 어머니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밤새 울었던 것이다.

“어무이…”

“얘야…”

어머니는 윤 씨를 끌어안고 울었다. 윤 씨도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하지만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소리 내어 울면 무너질 것 같았다.

“미안하다, 윤아. 어미가… 어미가 못나서…”

“아입니더, 어무이. 어무이 잘못 아입니더.”

“얘야, 그 집 가서… 그 집 가서 너무 힘들거든 편지를 해라. 어미가… 어미가 데리러 갈 낀께.”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그것이 빈말이라는 것을. 일단 시집을 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특히 이런 식으로 팔려간 경우는 더욱 그랬다.

“…예, 어무이.”

윤 씨는 그렇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한참을 윤 씨를 안고 있다가, 품에서 작은 보자기를 꺼냈다.

“이거… 이거 가져가거라.”

보자기를 풀자 할아버지의 낡은 책 한 권이 나왔다. 『소학(小學)』이었다. 할아버지가 평생 곁에 두고 읽으시던 책이었다.

“할아버지 책…”

“그래. 빚쟁이들이 다른 건 다 가져갔는데, 이것만은… 이것만은 내 숨겨뒀다. 니 할아버지가 니를 제일 예뻐하셨으니께, 이거 가져가서 할아버지 생각하거라.”

“…고맙습니더, 어무이.”

윤 씨는 책을 꼭 끌어안았다. 할아버지의 체취가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오전 열 시, 혼례가 시작되었다.

사랑채 마루에 혼례상이 차려졌다. 대추, 밤, 배, 곶감이 놓였으나, 그 수량이 초라했다. 촛불도 하나씩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혼례상이 풍성하게 차려져야 했으나, 윤 씨네에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하객도 적었다. 친척 몇 명, 동네 어른 몇 분이 전부였다. 다들 무거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축하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마치 장례식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신랑 들어옵니더!”

대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윤 씨는 안채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손이 떨렸다.

최태국이 사랑채로 들어왔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으나, 어딘가 어색했다. 양복이 제대로 맞지 않았는지 어깨 부분이 불룩했고, 넥타이는 한쪽으로 삐딱하게 매어져 있었다. 얼굴은 번들거렸고, 머리에는 포마드를 잔뜩 발라 기름이 흘렀다.

“허허, 안녕하십니까.”

최태국은 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목소리는 크고 거칠었다. 양반집 혼례장에서 들을 법한 공손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신랑 자리에 앉으시라.”

집례를 맡은 마을 어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태국은 혼례상 앞에 털썩 앉았다.

“신부 들어옵니더!”

윤 씨가 안채에서 나왔다.

빨간 원삼을 입고 족두리를 쓴 윤 씨는 비틀거리며 사랑채로 걸어왔다. 이모 두 명이 양쪽에서 부축했다. 윤 씨의 얼굴은 너울 속에 가려져 있었으나, 그 얼굴이 얼마나 창백한지는 너울 너머로도 알 수 있었다.

“신부 자리에 앉으시라.”

윤 씨는 최태국 맞은편에 앉았다. 그제야 윤 씨는 신랑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번들거리는 얼굴, 툭 불거진 눈, 두툼한 입술. 그리고 그 눈빛. 윤 씨를 바라보는 최태국의 눈빛은 사람을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마치 물건을 보는 듯한, 값을 매기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윤 씨는 고개를 돌렸다. 쳐다볼 수가 없었다.

“신랑 신부, 교배 올리시라.”

집례의 말에 따라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절을 올렸다. 윤 씨는 마루에 엎드려 절을 했다. 이마가 차가운 나무 바닥에 닿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윤 씨는 속으로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윤 씨를 이렇게 내주지 않으셨을 것이다.

“재배 올리시라.”

다시 절을 올렸다.

“삼배 올리시라.”

세 번째 절을 올렸다.

“합근례 드리시라.”

술잔이 나왔다. 신랑 신부가 나누어 마시는 술이었다. 최태국은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입맛을 다셨다.

“크으, 좋다.”

윤 씨는 술잔을 입에 대었으나 마시지 못했다.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삼키니 목이 타는 듯했다.

“이제 부부제. 신랑 신부는 친가 어른들께 인사 올리시라.”

윤 씨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돌렸다. 차마 딸을 볼 수가 없었다. 윤 씨는 아버지에게 절을 올렸다.

“아부지…”

“…윤아.”

“그동안 감사했습니더. 부디… 부디 건강하이소.”

“…그래, 니도.”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도, 오빠들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마 윤 씨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혼례는 그렇게 끝났다.




정오가 조금 지나, 윤 씨는 가마에 올랐다.

빨간 가마였으나, 낡고 해진 가마였다. 최태국이 읍내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가마꾼도 둘뿐이었다. 본래라면 넷이 메고 가야 하는데, 최태국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둘만 고용한 것이었다.

“출발합니더!”

가마가 들어 올려졌다. 윤 씨는 가마 안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대문 밖에 어머니와 아버지, 오빠들이 서 있었다.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윤 씨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작별 인사였다.

가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림리 마을 어귀를 지나고, 느티나무를 지나고, 장승을 지났다. 윤 씨는 가마 창 사이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안녕, 화림리. 안녕, 내 고향.’

가마는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화림리가 점점 멀어졌다. 윤 씨가 나고 자란 곳, 할아버지가 사시던 곳, 연못과 버드나무가 있던 곳. 그 모든 것이 멀어지고 있었다.

윤 씨는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울지 말자. 울면 진다. 나는 양반집 딸이다. 양반집 딸은 함부로 울지 않는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윤 씨는 가마 안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해원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산길을 한참 내려가니 해원천이 나타났다. 강물은 말없이 흘렀다. 윤 씨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제. 물은 낮은 데로 흐르되, 언젠가는 바다에 이른다고. 나도… 나도 언젠가는…’

하지만 그 생각을 끝맺지 못했다. 윤 씨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바다가 아니었다. 지옥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가마는 해원장 대문 앞에 멈췄다.

“도착했습니더!”

가마꾼이 소리쳤다. 가마 문이 열렸다. 윤 씨는 가마에서 내렸다.

해원장.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3층 저택이었다. 담장은 높았고, 대문은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마당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분수대가 있었다.

윤 씨는 그 집을 올려다보았다.

‘이게… 이게 내가 살 집인가.’

집은 컸으나, 차가웠다. 사람이 사는 집 같지 않았다. 마치 감옥 같았다.

“들어가이소.”

최태국이 앞장섰다. 윤 씨는 따라 들어갔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가니, 낯선 여자 하나가 서 있었다.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얼굴이 험상궂은 여자였다.

“이 사람이 니 시중들 사람이제. 그냥 김 씨라 불러라.”

“…예.”

“방은 2층에 있제. 따라오이소.”

최태국은 계단을 올라갔다. 윤 씨는 무거운 원삼을 이끌고 계단을 올랐다. 2층 복도를 지나 맨 끝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넓었다. 킹사이즈 침대가 놓여 있었고, 옷장이 있었고, 화장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윤 씨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원삼 벗고 씻어라. 내 밑에서 기다릴 낀께.”

최태국은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윤 씨는 혼자 남았다.

원삼을 벗었다. 족두리를 벗었다. 거울을 보니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아니, 이제는 낯선 여자가 아니었다. 최 씨 댁 며느리였다.

‘나는 이제 윤 씨가 아니다. 최 씨 댁 며느리다.’

윤 씨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밤이 깊었다.

1층 거실에서는 술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최태국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윤 씨는 2층 방에서 몸을 떨며 기다렸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발걸음. 복도를 지나는 소리. 그리고 방문이 벌컥 열렸다.

최태국이 들어왔다.

술 냄새가 진동했다. 얼굴은 더욱 번들거렸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넥타이는 풀려 있었고, 와이셔츠 단추는 몇 개가 풀려 있었다.

“왔다.”

최태국은 침대 옆에 털썩 앉았다. 윤 씨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왜 거그 쪼그리고 앉았노? 이리 와라.”

“…”

“이리 오라 카잖나!”

최태국이 소리를 질렀다. 윤 씨는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떨리는 다리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최태국은 윤 씨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침대로 끌어당겼다. 윤 씨는 비명을 삼켰다.

“가만 있어라. 내 니 옷 좀 보자.”

최태국의 손이 윤 씨의 저고리 고름을 풀기 시작했다. 윤 씨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제발… 제발…”

“제발은 무신 제발이고. 우리 부부 아이가?”

고름이 풀렸다. 저고리가 벗겨졌다. 윤 씨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윤 씨는 속으로 할아버지를 불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대답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최태국의 손이 윤 씨의 몸을 더듬었다. 거칠고 굵은 손이었다. 손톱 밑에는 때가 까맣게 끼어 있었다. 그 손이 윤 씨의 살결을 훑었다.

“양반집 딸이라 살결이 곱네그려. 크크.”

최태국은 웃었다. 윤 씨는 울고 싶었으나 울지 못했다. 다만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났다.

그날 밤, 윤 씨는 여자가 되었다.

아니, 여자가 된 것이 아니라 짐승에게 짓밟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최태국은 윤 씨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물건처럼, 자기가 돈 주고 산 물건처럼 다루었다.

“크으, 좋다. 역시 내 돈이 아깝지 않네.”

최태국은 만족스럽게 중얼거리고는 이내 코를 골며 잠들었다.

윤 씨는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온몸이 아팠다. 다리 사이가 쓰라렸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의 고통이었다.

‘나는… 나는 이제…’

윤 씨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천장.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는 최태국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굉음 같았다. 짐승의 소리 같았다.

윤 씨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갔다. 창문을 열었다.

밖에는 달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었다. 환하게 빛나는 달. 윤 씨는 그 달을 바라보았다. 화림리에서도 저 달을 보았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연못가에 앉아 달을 보았었다.

“윤아, 달을 보거라. 달은 차고 기우나, 언젠가는 다시 찬다. 사람의 인생도 그러하니라.”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윤 씨는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달은 너무 멀었다.

윤 씨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창문을 닫았다.

방 안으로 돌아오니 최태국이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윤 씨는 그를 바라보았다. 증오가 치밀어 올랐다.

‘이 사람을… 이 사람을…’

하지만 윤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윤 씨는 이미 최 씨 댁 며느리였다. 도망칠 곳도 없었다. 돌아갈 곳도 없었다.

윤 씨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무릎을 껴안고 몸을 떨었다.

밖에서는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차가운 바람이었다. 윤 씨는 그 바람소리를 들으며 밤을 샜다.

동이 트기 시작했다.

새벽 서리가 창문에 하얗게 내려앉았다. 윤 씨는 그 서리를 바라보았다.

‘서리가 내렸구나. 내 인생에도 서리가 내렸구나.’

그것이 윤 씨의 첫날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래도록 계속될 지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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