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지막을 흘려보내는 중인 걸까

2025년 12월 20일의 일기

by 와이

올해가 끝난다는 실감. 도서관 앉아 책 한 권을 펴다 문득 오고 말았다.

'오늘이.. 12월 20일..?'

매년, 이 맘 때쯤 되면 내 멱살을 움켜쥐고 내가 보낸 수많은 마지막들을 감상하곤 한다. 어디 보자. 어떤 마지막이 내게 있었더라.


이혼 전, 12월.

강원도의 바닷가로 가족 여행을 갔다.

(짓궂게도 떠오른 게 하필 이혼 전이라니!)


그게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8년을 동고동락한 두터운 롱패딩을 동여 입고 거치른 바람이 나부끼는 동해 바다에서, 부지런히 가족사진을 찍어댔다. 거의 매년 강원도엘 갔으므로 굉장한 감흥이 있진 않았으나 깔깔 거리며 웃고, 행복하던 기억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저장해 뒀다.


차가운 볼을 부벼가며 한적한 카페에 앉아, 세 명이 각기 다른 책을 들고 머릿속에 저마다의 문장들을 집어넣었다. 어떤 책이었는지, 어떤 음료였는지, 그 마지막은 너무 흔한 장면이어서 그저 각자가 걸터앉은 의자의 끝자락만 간신히 떠오른다. 손님들이 오갈 때마다 딸랑거리던 풍경소리를 들으며, 셋이 함께 하는 마지막 가족 여행을 조용히 흘려보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세어본다.


또 나는, 어떤 마지막을 흘려보내는 중인 걸까.

그리고 나는 어떤 시작을 맞이하고 있는 걸까.


내 마흔이 조용히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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