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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Oct 28. 2019

아빠가 진짜 걱정하는 거 알지?

사랑을 바르게 표현하고 싶은 엄마의 반성과 다짐

큰 소리가 났다.

신경 쓰지 않고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점점 더 소리가 커진다. 

"아빠가... 했어? 안 했어?"

다른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귀에 들려오는 "아빠"라는 말에 궁금해졌다.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 길에서 "엄마"소리가 더 잘 들린다. 내 아이가 옆에 있어도 "엄마", "아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자동적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책을 읽겠다는 나의 의지와 다르게, "아빠"라는 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자전거를 탄 남자 어른이 보였다. 그 어른이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7살, 8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서 있다. 여자 아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굳은 표정으로 헬멧을 쓴 채 자전거를 붙잡고 서 있었다. 

'저 아이가 혼나고 있는 건가?'

"야, 너가 저 자전거 붙잡아."

남자 어른의 소리에 굳은 표정의 여자 아이는 자신의 자전거를 잡은 채, 옆으로 게걸음을 하며 조심조심 옆에 다른 자전거를 잡으러 간다.

여자아이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저 남자아이 자전거를 여자아이 보고 잡고 서있으라고 한 거구나'하고 상황을 이해했다. 여자 아이는 다른 자전거에 손을 뻗어 잡았디. 그러자 원래 붙잡고 있던 여자 아이의 자전거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려졌다. 

남자 어른이 소리 지른다.


"야, 너 이리 와!"


여자 아이가 혼나는 가 싶어, 나도 모르게 가슴을 졸였다. 엄한 표정을 짓는 남자 어른의 지시에, 자신의 자전거를 세우고 갈 여유도 부리지 못하고, 짧은 팔로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자전거와 다른 자전거 두 개를 붙잡다 쓰러트린 상황이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닌지, 얼은 표정의 아이를 보니 안쓰럽게 생각이 됐다.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으로 남자 어른을 바라본다. 그런데 남자 어른은 여자 아이를 흘끗 보고, 남자 어른 앞으로 다가오는 남자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리고 남자 어른은 손에 들고 있던 자전거 헬멧으로 그 남자아이 머리를 내리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멈추라고 했어, 안 했어?, 아빠 말을 왜 무시하고 가는 거야? 아주 버릇이 없어. 아빠를 그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야? 앞으로 아빠 시야에서 벗어나지 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대답해! 벙어리야? 왜 대답을 못해?"


다다다 이어지는 남자 어른, 아빠의 말에 남자아이는 눈만 껌뻑 껌뻑할 뿐이다.

재차 "대답!"이라고 아빠가 말하자 남자아이는 아주 작은 소리로 "네"라고 말한다. 

아빠는 그 후 "어디서 아빠를 무시해? 아주 버릇없어"라고 몇 번을 더 말했다.

아빠는 한 번 더 "아빠 무시하지 마!"라고 말하고, 아이들에게 "대답!"이라고 말하자 아이들의 "네"라고 했다. 그리고 셋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주말에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러 나온 아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을 것 같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마음으로 나왔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눈 앞에서 멀어지자 걱정이 되었나 보다.

아빠는 소리를 지르고, 헬멧으로 아이를 때렸다. 여자 아이는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빠는 "아빠 무시하지 마"라고 대화를 끝냈다.


겁먹고 얼어서 대답을 못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내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무시하지 마'라는 말을 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어른,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주장을 강요하는 비논리적인 내 모습이 보였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내 모습이 보여, 내 마음이 찔렸다. 


아이들이 안보였다면, 걱정됐겠지? 아이들이 대답 안 한다면, 나도 화났겠지? 구체적인 모습, 정도 차이는 있었을지 몰라도 핵심을 벗어나 내 감정에 휩싸여, 걱정을 화로 냈을 상황은 비숫했을 것 같다.

제3자가 되니 아빠와 아이들의 표정이 보인다. 그 표정에서 아이들과 아빠가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보인다. 하지만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이들은 부모를 무시한 게 아니다. 무시해서 대답을 안 한 게 아니다. 아이의 눈 빛은, '아빠가 화나셨구나, 내가 뭘 잘못했지?', '아빠가 화내시니 무서워요. 대답하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분명 아빠는 아이들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는데,  아이들에게 걱정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겠다고 시작한 것 같은데 다르게 흘러간 상황에 안타까울 것 같다.


제대로 보고 싶다. 멈추고 싶다. 

관계를 방해하는, 결국 후회하게 만드는 나의 '화'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다. 나는 진실이 왜곡되고, 후회로 자책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함과 진심을 담은 아이들의 눈빛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무한한 사랑을 잊지 말자. 아이들의 시각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하자.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한 눈 빛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안다는 신뢰의 눈 빛을 매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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