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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Dec 06. 2019

늘 열심히 사는 모범생 부부의 역설

전교 1등만 한 남편, 전국 모의고사 상위 1% 였던 아내, 학교에서 늘 모범생이었던 둘은 항상 열심히 산다.

​어제도 열심히 했는데, 오늘도 에너지가 바닥날 만큼 열심히 한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잠깐 숨 돌리는 것도 못한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학교에서 인정받아온 모범생 부부는 평생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이 세운 높은 목표에 스스로 인정하기 어렵다.

​모범생 부부는 사려 깊은 태도로 최선을 다해 서로를 더 배려한다. 모범생 남편은 아내를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모범생 아내는 남편의 부지런함에 한 발 더 앞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리고 모범생 남편은 아내의 부지런함에 앞서 더 부지런히 움직인다. 부부는 늘 열심히 움직인다. 그런데 상대의 부지런함에 반성하며 더욱 열심히 움직인다.


모범생 부부는 다른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본인들에게는 혹독한 잣대를 드리우고, 엄격하게 채찍질한다.



조금 내려놓고, 조금 덜 열심히 하고, 가끔 게으름을 즐기며 살아도 되는데. 좀 더 대충 살아도 되는데. 본인에게 조금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져도 되는데.

​모범생 부부는 오늘도 열심히 사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도 “열심”이라는 덫에 걸려,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

​모범생 부부에게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을 의식하고 열심히 붙잡으려 한다. 그런데 바람이 붙잡히지 않는다. 모범생 부부는 속절없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으려 오늘도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부부는 상대방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힘을 쥐어짜며 최선을 다하지 않길 바란다. 그저 순간의 바람을 스쳐 보내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상대가 무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더욱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려한다. 모범생 부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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