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네 Apr 18. 2020

간헐적 단식 말고, 간헐적 폭식 중입니다.

하루 한 끼, 세끼 분량으로 폭식하기!!

간헐적 단식하면 살 빠진다, 건강해진다... 뭐 이런 얘기는 TV에서도 여러 번 본 적 있고, 관련 책도 몇 권 읽었습니다.


매일 오며 가며 보는 아이들 학교 친구 엄마 중에 살이 쪽 빠진 분이 있습니다. 한 달 사이 5킬로가 빠졌다며 자신감에 넘치는 말투로 책을 한 권 추천해 주었습니다. 눈에 띄는 모습의 변화에 저도 동참하고 싶어서 단숨에 읽어 봤습니다.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주일에 하루 단식, 이 것이 몸무게 감량뿐만 아니라 우리 몸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전!!

매일매일 도전했습니다. 단 한 끼만이라도 패스해 보자 했지만, 그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먹고 싶다’는 욕구가 더더욱 솟구쳐 올라옵니다. ‘오늘은 단식해야지’ 마음먹은 지 30분도 채 안돼 부엌으로 가 애꿎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합니다. 너무 먹고 싶습니다. 아직 한 끼를 굶었다고 하기 힘든, 고착 1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충족되지 않은 욕구에 허기가 몰려옵니다. 결국 그냥 먹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도전!!

다다음날 또 도전!!

한 달간 포기하지 않고 꼭 하루 단식을 해 보겠다 매일 도전했습니다.

한 달 동안 단식을 도전하며...

먹으면서도 먹고 싶은 욕구불만 상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먹을 때 행복하게 먹자. 그냥 이대로 살자.



단식!!

저와 절대 맞지 않은 생활이라 결론 지었습니다. 절대 다시는 도전하려는 헛된 욕심부리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복직했습니다.

출근하기 전, 오랜만에 출근해 뭐 할 게 있을까 걱정했는데 5년 치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책상 정리할 새도 없이 쌓여있는 서류철을 해치웠습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고개를 들지도 않고 눈, 머리, 손은 모두 서류철에 고정하고 해도 해도 숨 쉴 겨를도 없습니다.


점심시간!!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가려니 발길이 안 떨어집니다. 머릿속은 온통 서류철 생각뿐,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할 것 같은 많은 미결 건들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결국 점심 먹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배고팠지만, 잠깐 뭘 먹을 시간을 내는 것도 불편할 만큼 일거리들이 쌓여 있습니다. 야근을 하며 먹는 저녁시간도 마음이 편치 않아 먹을거리를 사 왔지만, 결국 먹지 못합니다.


출근 이틀만이 몸무게가 2킬로가 줄었습니다.


먹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시간 없이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의식적으로 초콜릿 과자 등 열량이 높은 간식거리를 책상 위에 갖다 둡니다. 출근할 때마다 검은콩과 곤약젤리, 밤, 우유 등 바로바로 먹을 수 있는 간식을 가방에 넣습니다. 집에서 아침을 먹을 때 점심 몫까지 먹었습니다. 점심을 안 먹었으니, 계속 배고픈 것 같습니다. ‘밥 안 먹었으니, 이 정도는 되겠지’라는 생각에 계속 먹을 것을 입에 쑤셔 넣었습니다. 커피 마실 시간이 없으니, 작정하고 사무실 옆 카페에 미리 “휘핑크림 많이”로 주문하고 픽업 시간에 달려갑니다.


출근 한 달, 점심을 못 먹었는데, 3킬로가 늘었습니다.


출근 4개월째, 업무에 대한 생각으로 밤새 뒤척이다 새벽 2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전자도서관 신착 도사에 간헐적 단식 책이 눈에 띕니다.


‘뻔한 이야기겠지?’

어차피 저는 단식과는 거리가 뭐니까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싶어 집니다.

‘단식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읽어볼까?’ 어차피 단식 도전은 안 할 테니 부담 없이 읽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엔 눈에 띄게 달라지 학교 엄마를 생각하며 읽었기에 하나하나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마음을 비워서 그런가요? 단식을 남의 나라 이야기라 생각해서 그런지 1시간도 채 안돼 다 읽었습니다. 읽고 꼭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날 아침 물만 한 잔 마시고 출근했습니다. 아침에 의식적으로 먹던 커피도 패스하고, 따뜻한 물 한 잔 했습니다. 점심은 당연히 패스. 어제 저녁을 먹은 후 지금까지 카운팅 해보니 18시간 물 외에는 먹은 게 없습니다.


책에서 말한 16:8, 16시간 공복을 유지했습니다.


상황이 돼서 16시간 단식을 하게 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시간을 체크해 보니 갑자기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집니다. 머리가 배고픔을 조장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먹을 시간 내기도 불편한 상황이니 ‘조금만 더 참자’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녁시간까지 물 외에 먹은 게 없습니다.


앗싸, 약 24시간 단식을 했습니다!!


저녁을 두 그릇 먹었는데, 뭔가 아쉽습니다. 시리얼과 과일을 더 먹고 배가 터질 듯하여 멈췄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하루 16시간 이상 매일 단식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폭식했습니다.


어느덧 오늘,

한 끼에 세끼 분량 먹는 폭식을 시도한 지, 7일째 됩니다.


간헐적 단식이라기 보다, 간헐적 포식을 실천중이라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간헐적 폭식을 하니 몸의 변화가 생기네요.


<간헐적 폭식, 7일째 변화 기록>

-몸무게 1킬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복진 전 몸무게보다는 0.5킬로 많네요)

-간식을 안 먹어 일할 시간이 늘었습니다.

-입 안의 텁텁함이 덜 느껴집니다.

-폭식하니 욕구불만이 준 것 같습니다.

(식탐, 식욕은 안 줄어듭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늘 열심히 사는 모범생 부부의 역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