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는 아이, 그리고 함께 커져야 하는 엄마
엄마는 아이 머리 냄새에 신경 쓰였다. 얼마 전 미용실에서 아이 두피케어를 받게 해 줬다. 미용실에선 1회 적으로 와서 두피케어하는 것보다 평소 엄마가 관리해줄 줄 알아야 개선된다고 했다. ‘그동안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보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에 엄마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을 검색해 두피케어 제품과 깊은 향이 나는 트리트먼트를 구매했다.
매일 스스로 샤워하는 아이를
일주일에 두세 번 샤워 전 앉혀 놓고 두피케어 제품으로 머릿속을 마사지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머리 냄새가 신경 쓰인다.
오늘, 오랜만에 등교하는 날이다.
아이에게 필요할 것 같아 엄마가 좋은 향이라 생각하는 향수를 머리에 뿌려줬다.
아이는 기분 나쁜 듯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미안해”라는 엄마의 말에 더욱 아이는 머리를 헝클어 드렸다. 10여분 넘게 아이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계속되는 아이의 행동에 엄마는 불쾌해져 결국 욱했다. 챙겨주는 것, 챙겨준다고 착각하는 행동 때문에 엄마도 아이도 기분이 안 좋다.
내가 낳은 아이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엄마니까 아이의 짜증을 참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세상에 당연하게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처음 아이를 낳고 기르며, 말 못 하는 아이가 뭘 원하는지 최대한 알아내려 노력하고, 아이가 원하다고, 아이에게 필요한 거라고 판단한 것을 실행하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과연 이게 옳은 행동인가?”하는 회의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