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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Nov 15. 2019

우리가 사는 세상

익숙한 듯 낯선 우리 동네

오늘은 우리 동네를 좀 더 넓혀보려고 한다.


매일 다니는, 집 - 도서관 - 페어프라이스 마트가 우리 동네다. 집에서 도서관 가는 길, “60년 전통 무첨가 천연 과일 아이스크림”이라고 글씨가 적힌 가게를 지나간다. 60년 전통이라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스크림 그림이 붙어있지 않아 어떤 아이스크림인지 예상이 안된다.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가게 주인이 나와 있지도 않는다. 아이스크림이 궁금하지만 문 열고 가게 안에 들어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늘도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인다. 문을 열고 싶다. 어제 12시간 넘게 걸어 다녀서 그런가? 18일 만에 처음이다. 문을 열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스크림 가격과 맛을 물어봤다. 주인은 두리안 맛을 추천했다. 두리안 과일은 아직 못 먹는다고 했는데도 주인은 강력 추천한다. 주인의 추천대로 두리안 맛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이들은 망고와 초코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두리안이 편하게 넘어간다. 맛있다. 아이들은 두리안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엄마가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자, 그 맛이 궁금한가 보다. 한 입 먹었다. 하하, 아이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 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도서관 가는 길, 하교하는 아이들 모습이 보인다. 우리 아이들 또래처럼 보인다. 교복 입고 책가방 맨 아이들을 지나가려니 좀 어색한 기분이다. 그들도 놀면서 유유히 걷는 우리를 바라본다. 그들은 우리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잠시 묘한 기분을 느끼며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 안에는 하교하고 온 아이들 3명이 이미 앉아 있었다. 셋은  책을 읽지 않았다. 도서관 의자에 앉아 떠들며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책을 몇 권 읽었다. 점점 아이들 목소리가 커진다. 아무도 떠들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그들을 잠깐 구경하다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엄마, 떡국 먹고 싶어.”

“엄마, 떡볶이 먹고 싶어.”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하긴, 뭘 예상하고 시작한 한달살이가 아니다. 그러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한국 음식이 그립나 보다. 매일 가는 마트에 가보니 떡을 안 판다. 마트 앞에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주전부리도 팔고 있었지만 떡은 없다. 한국 마트를 검색해 봤다. 이사 갈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울마트”가 있다. 아이들에게 이틀만 더 참자고 했다.


마트 건너편 아파트, 매일 봤지만 가보지는 않았다.

“가보자!”

찻길을 건너기만 하면 올 수 있는 이곳도 18일 만에 처음 와 봤다. 마당에 노란 그네가 보인다.

“엄마, 이거 타고 돼?”

“글쎄...”

집 현관문 가까이 놓여 있어 개인 소유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곳에 “WOBY Welcome to our back yard”라고 쓰여있다. 편안해진 마음으로 그네를 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네를 타려고 아이들이 늘 줄 서 있었는데, 여기는 우리 아이들뿐이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그네가 아니라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도 얼마 타지 않는다.


“마트 너머에 걸어가 보자.”


마트 너머로 가 볼 생각을 그동안 안 했다. 오늘은 마트 너머가 궁금하다. 가보고 싶다. 지도를 켜 마트 너머에 뭐가 있는지 봤다. 공원과 공공 수영장이 있다. 공공 수영장이 있다는 말에 아이들, 기대에 부푼다. 지도를 보며 공원을 찾아갔다. 분명 여기 있어야 하는 공원이 안 보인다. 왔다 갔다 하며, 공원을 찾다가 표지판을 찾았다. 주차장 가운데 덤불숲 같은 곳, 이곳에 공원이라고 적혀 있다. 정말 작지만 우리가 와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우리 동네 공원이다.

공원 바로 앞에 있는 수영장은 꽤 크다. 어린이 수영장은 공사 중인 것 같다. 아이들이 들아가고 싶어 한다. 수영복을 안 가져왔으니, 오늘은 이용 못하지만, 다음에라도 이용 가능한 지, 가격은 얼만지 알아보려고 기웃거려 봤다. 하지만 직원이 안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하는 수 없이 담벼락 너머로만 구경했다. 아이들, 많이 아쉬운지 쉽게 자리를 못 떠난다. 다음에 시간 될 때 다시 오기로 하고 지도에 보이는 힌두교 사원을 찾아갔다.

힌두교 사원은 문이 닫혀 있었다. 힌두교 사원 바로 옆으로 불교 사원이 있다.


불교 사원은 문이 열려 있다. 문이 열려 있지만,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망설여진다. 조금 둘러보고 나왔다.


집에 가는 길, 지도에 자이언트 마트가 보인다. 아이들은 부의 분수 앞 자이언트 마트에서 사 먹었던 팝콘이 있기를 기대하며 자이언트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몇 바퀴를 돌았지만, 팝콘이 안 보인다. 대신 기대하지 않던 떡볶이 떡과 떡국 떡이 보인다. 첫째는 떡국이, 둘째는 떡볶이가 더 먹고 싶단다. 비싼 가격이기도 하고, 연일 한국 음식만 먹기도 그렇고, 이틀 후 이사도 가는데 두 종류 떡을 다 사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아이들끼리 협의하게 했다. 첫째가 떡국은 이틀 후에 먹겠다고 미뤄줬다. 덕분에 기분 좋게 떡볶이 떡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갔다. 공공 수영장을 보고도 들어가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작지만 언제든 열려 있는 우리 수영장에서 달랬다.


그리고 떡볶이에 대한 그리움, 고추장도 없고, 어묵도 없지만 라면을 넣어 만든 라볶이로 달랬다.

우리가 아는 범위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매일 오가면서도 낯선 곳의 문을 선뜻 열기 어렵다.

익숙한 곳을 가고, 익숙한 맛을 찾는다.


18일 전, 우리는 이 동네에 처음 왔다. 이 동네에서도 우리는 익숙한 세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았다.


오늘 우리 동네가 달라졌다. 집 - 도서관 - 페어프라이스 마트에서, 게이랑 공공 수영장, 절과 사원 , 자이언트 마트까지 우리 동네가 확대됐다.


만 6살, 7살 아이들, 한국음식을 그리워하며 찾는다.

익숙함을 찾는 것,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하지만 익숙함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

익숙한 듯하나 익숙함 안에 우리가 보지 못한 낯선 풍경이 함께 있기도 하다.


딸들아,

오늘처럼, 우리 조금씩 멀리, 그리고 조금은 달리 보면서

넓은 세상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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