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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Nov 16. 2019

한 번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아!

분수에서 노는 것, 루지를 타는 것, 그리고 질서의식 함양도!

루지 또 타고 싶다!


싱가포르 오기 전 소셜커머스에서 루지 탑승권을 봤지만, 싱가포르까지 와서 굳이 루지 타야 할까 싶어 티켓 구매를 안 했다. 하지만 지난번 센토사 섬 방문하여 루지를 보자, 첫째 아이는 너무 타고 싶어 했다. 티켓을 구매할까 했더니, 둘째 아이는 루지를 보고 겁을 먹고, 타는 것을 망설여했다. 만약 둘째가 끝까지 안 타겠다고 하면 첫째와 내가 한 번씩 더 타려고, 할인 적용이 되는 1인당 2회 탑승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괜한 고민이었다. 일단 루지를 한 번 타자, 너무나 재미있어한다. 첫 번째 루지를 타고 내리자마자 재빠르게 줄을 서 두 번째 루지를 탔다. 계획된 일정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결정한 거라, 2회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너무나 아쉬워한다. 그래서 오늘 다시 루지를 타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번 센토사 섬에 왔을 때 해변에서 본 분수에서 마음껏 놀다 올 계획이다.  


센토사 섬에 갈 거라고 어제저녁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 얘기했더니, 간 김에 아쿠아리움도 가라며 티켓을 구매해 보내줬다. 티켓을 미리 구매한 거라면 부담이 느껴졌겠지만, 우리가 가기로 한 날 준 티켓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아쿠아리움 들리는 것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벌써 네 번째 센터사 섬 방문이라 오는 길이 제법 익숙하다. 센토사 섬 입구 쪽 아쿠아리움도 금세 찾아갔다.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고 입장해 차례대로 수족관 안을 구경했다.

수족관보다는 해변에서, 분수에서 노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더 즐거운 시간이라고 생각해, 아빠가 티켓을 보냈을 때도 굳이 수족관을 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하지만 안 왔다면 후회할 뻔했다. 거대한 유리관 안의 생물들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해파리가 내는 아름다운 불빛도 넋을 놓고 바라본다.


불가사리를 만져볼 수 있는 체험 수족관도 있다. 아이들은 줄을 찾아 섰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어영부영 새치기를 하려 하기에, 아이들 옆에서 함께 줄 서며 뒤늦게 온 사람들에게 “여기가 줄이에요”라고 말하며 뒤로 보내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아이들 앞으로 한 아이가 끼어든다. 우리 아이들보다 큰 아이였지만,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 싶어 그 아이 엄마를 찾았다. 그리고 그 엄마에게 “여기가 줄이에요. 여기 아이들도 체험하려고 아까부터 줄 서 있었으니, 뒤로 가서 줄 서야 해요.”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그 엄마,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말로 무슨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영어는 못하더라도 예의는 알 것 같아 뒤로 가라고 손짓하며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그 엄마, 자신의 행동에 무슨 잘못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냥 그대로 아이를 새치기시킨다. 참 어처구니없었지만, 그 아이 손을 잡고 뒤로 보낼 수도 없고, 또 말한다고 예의를 알 것 같지도 않아 그들에게 말하는 것을 멈췄다. 대신 우리 아이들에게 “저 사람은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하지만 전 세계 어딜 가든 차례를 지키는 것은 예의야. 저 사람이 차례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도 그러면 안되고, 우리가 줄을 제대로 안 서면 다른 한국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거니까 우리는 줄 잘 서야 해”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빨리 만져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순서를 잘 기다렸다. 그리고 차례가 되어 당당하게 체험을 했다. 차례를 지키며 기다리는 일, 한 번만으로 습관이 되지 않겠지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당연하게 여겨지고 익숙해진다. 어른도 안 지킨 차례를 아이들이 지켰다는 뿌듯함으로 앞으로 더 의식하며 지킬 것 같다.


체험 후 관람 방향대로 수족관 안을 계속 구경했다. 사람들이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 우리 아이들도 시선을 빼앗겨 지켜보려 하지만 다소 높은 턱에 가려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턱에 올라가 보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유리벽 앞에 다가가 봤다. 어른인 내가 앞에서 보면 아이들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자가 둘째 아이 머리를 때린다.

‘뭐지?’

당황스러웠지만, 우리나라가 아니니 무슨 상황인지 섣부르게 판단을 내릴 수도 없어 그 남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사진 찍는 데 앞이 안 보여서 그랬어.”

“뭐라고? 그럼 말로 했어야지, 아이 머리를 때리는 건 잘못된 행동이야.”라고 말하자, 그 남자는 오히려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사라진다.

참 이상하다. 아이들도 당황한 표정이다.

우리 아이들 앞에 유리벽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아이들 때문에 우리 아이도 잘 안 보여서, 이리저리 공간을 찾아가며 알아서 보고 있는데, 어른이, 그것도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어른이 아이들 사이로 들어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양해를 구하는 말 한마디도 없이 머리를 때리다니,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린아이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이니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 건가?’


황당해하는 사이 그 남자는 사라졌다. 참 어처구니없었지만, 더 이상 따져 물을 사람도 없으니 우리의 오늘을 위해 잊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관람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보인다.

나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이 머리를 때리기 전에 말을 하는 게 먼저다. 부모인 나에게 먼저 말했어야지.”라고 말하자, 비정상적으로 큰 소리를 내며 화낸다. 나에게 손가락질까지 하며 더 크게 욕을 한다. 옳고 그름을 생각할 줄도, 전혀 다른 사람 말은 듣지도 않는 사람이기에, ‘더 이상 말해봐야 소용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와 일행인 여자가 와서 그 남자를 자제시키려 노력하는 듯했지만 사실, 자제시킨다기보다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의 행동을 보니, 평소에도 그 남자는 비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을까 쉽다. 일행은 소리 지르며 삿대질하는 남자를 끌고 갔다.


‘아빠가 안 보여 무시한 건가?’, ‘내가 만만해 보였나?’ 등 내 잘못인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조금 우울해진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비상식적으로 행동한 것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그 사람이 잘못한 거다.

전혀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는 태도를 보니, 그 사람, 앞으로도 자신 외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며 살 것 같다.

“배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인 소양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가르쳐왔다. 하지만 오늘 본 그 사람은 배려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람 같다. 배려는커녕 남들에게 피해를 주며 큰소리치는 사람, 배우려고 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게 계속 말하면 우리만 화를 입을 뿐이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들과 마저 구경을 했다. 부정의한 것을 수용한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질서를 바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사람들이 줄을 안 서더라도 우리는 줄 잘 서며 관람했다. 남들의 인격에 따라 우리의 인격이 달라지면 안 되니까.

아쿠아리움 관람을 끝까지 마치고, 모노레일 타고 루지 타는 곳으로 갔다.

오늘은 4번씩 타기로 했는데, 벌써 2번을 탔다. 아이들이 타고 내려오는 속도가 나보다 빠르니, 금세 끝났다. Once is never enough, 루지 구호에 아이들 너무 공감한다. 아쉽지만, 남은 2번은 해가 져 컴컴할 때 타기로 하고 팔라완 비치로 갔다.

팔라완 비치에서 물놀이하기 편한 옷으로 아침에 아이들이 스스로 골라 입고 왔다. 옷 입을 채로 분수에서 놀았다.

해변에 그대로 철퍼덕 앉아 모래 놀이하다가 바닷물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실 아이들은 모래가 몸에 묻는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수영복을 입고도, 모래가 닿을까 봐 조심조심 다니고, 샌들 안에 모래가 들어오면 계속 털었었다.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것이 편해 보이지 않았기에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 싱가포르에서는 편하게 즐기는 것 같다.

싱가포르에 오자마자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분수를 보고도 옷을 입고 놀아도 되는지 내 눈치를 봤다. 된다고 해도 신발을 벗고, 조심조심 다가갔다. 허락을 받았어도, 아이들은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마음이 바로 놓이지 않았던 것 같다.

첫 분수에서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매번 외출할 때마다 여벌 옷과 슬리퍼, 수건을 챙겨 다녔다. 덕분에 지금은 물과 모래에 다가가는데 망설임이 줄어든 것 같다.

아이들의 편안한 모습을 보니, 그동안 내가 지나치게, 필요 이상으로 동심보다 “깔끔”을 강조하며 제약을 준 것 같아 반성이 된다. 즐거운 어린이 표정을 보니, 나도 흐뭇하다. 여벌 옷을 챙겨 터질 듯한 가방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답게 놀면서도 루지를 잊지 않았나 보다. 해지는 것을 보더니 루지 타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루지 타러 가는 길, 공작새가 보인다. 공작새를 좇으며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직원이 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다가오며 중국어로 말을 한다. 매일 같이 물놀이하며 새까맣게 그을리고, 현지에서 산 옷을 입으며 편하게 슬리퍼 신고 다니다 보니 현지인처럼 보이는지, 요새 우리에게 길을 물어보거나, 중국어로 이벤트 안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면 바로 이벤트 안내를 접기에 오늘도 중국어로 다가오는 직원에게, “중국어 못해요. 한국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짓기에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루지 홍보하는 중인데...”

“아, 루지? 우리 아이들 엄청 좋아하는데요.”

“여기 티켓 드릴 테니, 루지 타보세요.”

“우와, 그렇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 지금 또 타고 싶어 했는데, 감사합니다.”

연신 감사인사를 건넨 후, 혹시라도 내가 잘못 알아들은 건가, 사용 조건이 있는 건가 싶어 받은 표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진짜 루지를 탈 수 있는 티켓이다. 왜 줬는지 어리둥절하지만, 횡재해 기분이 좋다.

공짜로 받은 루지 탑승권 덕분에 한 번씩 더 탔다. 지난번까지 합쳐 총 7번을 탔지만 여전히 아쉽다. 타면 탈수록 아쉬운 게 루지인가 보다.

“한 번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Once is never enough!”라는 루지 구호가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미 어두워진 밤, 아쉽지만 모노레일을 타고 센토사 섬을 나왔다.

하버프론트에 도착해 아쉬운 마음 달래려 비보시티 쇼핑몰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를 찾았다. 아이들, 분수를 보니 또 들어가고 싶은지 분수 앞까지 갔다. 하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주춤한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그런지 망설이는 눈치다. 스스로 통제하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애틋하다.


분수에는 편히 들어가지 못했지만, 쇼핑몰 폐장시간인 밤 10시까지 놀았다. 폐장 시간 안내가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집에 오지 못했을 것 같다.


옷 입고 분수 속에서 노는 것, 루지와 스카이라인을 타는 것은 하면 할수록 그 재미에 빠져들어, 더 아쉬운 것 같다.


빨리 하고 싶지만 차례를 지키는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도 하면 할수록 익숙해져,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어색해지는 것 같다.


Once is never enough!


뭐든 한 번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오늘이다!


만 6살, 7살 두 아이의 높은 질서의식에 새삼 감사하고,
용기에 다시 한번 깜짝 놀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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