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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Nov 23. 2019

예측 불가한 우리의 길

23일 차, 싱가포르 이스트 코스트 2일 차 일상

어제 이사하고 짧게 놀았던 이스트 코스트가 그리워, 오늘은 아침 먹고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 바로 나왔다. 아이들은 튜브도 하나씩 챙겨 들고 집에서부터 해변까지 걸어왔다.


해변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손에 하나씩 풍선을 들고 있다.

‘어디서 난 거지?’

주변을 살펴보니 맥도날드 앞에 길에 늘어선 줄이 보인다.

우리 아이들도 줄을 서 풍선을 받았다.

커피빈 앞을 지나가니 무료 음료를 나눠주고 바로 옆 식당에서는 과자를 나눠준다. 주니 받아먹긴 했는데, 매주 주말 이런 행사를 하는 건지 궁금해 직원에서 물어봤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행사를 하는 건가요?”

“다음 주가 음력설이라 이번 주말 무료 공연 등 행사를 하는 거예요.”


12월 말부터 시내 곳곳에서 음력설을 기념해 꾸며놓은 장식품들을 봤지만, 한적한 해변에서까지 이런 행사를 하다니, 싱가포르에서 음력설이 얼마나 큰 행사인지 알 것 같다.

아예 점심을 먹고 놀려고 맥도날드에 들어왔다. 주문하고 자리 잡는 동안 아이들 둘은 나갔다 오더니, 밖에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짐이랑 자리 지켜야 하니 하고 싶으면 하고 오르고 했다. 둘은 잠시 서로를 보더니 “응”하고 나간다. 한 참이 지났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이 궁금해 잠시 나가봤다.

아이들은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받고 있었다. 낯선 곳에 대한 탐색기간이 제법 필요한 아이들인데, 둘이 나가서 원하는 페이스 페인팅을 받는 것을 보니, 싱가포르 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다.


한국에서는 페이스 페인팅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하고 싶어서 하게 되더라도 아주 작은 그림을 골랐기에, 아이들이 이목이 집중될 것 같은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에선, 얼굴 전체에 그려 넣은 화려한 페이스 페인팅이 마음에 드는지 환하게 웃는다. 많은 아이들이 얼굴에 큰 그림을 그리고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좀 더 자유로운 해변의 모습에 잘 어울린다. 상황이 달라서 그런가? 부끄러움이 다소 걱정했었는데,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니,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가게 앞에서 하는 라이브 공연을 잠깐 보고 해변에 가서 놀았다.

맑았던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진다. 검은 먹구름이 저편에서 점점 다가온다.

아이들 머리 위까지 검은색으로 변했다.

구름이 오는 방향과 반대 반향으로 조금씩 이동하며 놀았지만, 구름의 속도가 우리의 속도보다 빠르다. 어느덧 우리가 보는 하늘의 반 이상이 검은색으로 바뀌어 빠르게 튜브를 정리했다. 탈의실 쪽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리는 서둘러 탈의실 쪽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 같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다. 옷을 다 갈아입고 정리를 다 했지만 처마 밑을 빠져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가기를 두렵게 만드는 비 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춥다. 점점 어두워지더니, 햇볕이 나온 적이 없는 것처럼, 캄캄해졌다. 오후 4시도 채 안됐지만, 더 어두워질 것 같다. 비바람까지 더 거세져,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가야 할 것 같다. 우산을 펴 들었지만, 얼굴만 가릴 뿐 비바람을 막아주진 못한다. 숲과 인도는 물이 넘쳐났다. 가능한 진흙을 피해, 포장된 길 위쪽의 물속으로 걸었다. 컴컴한 길을 걸어 집에 오는 동안 아이들은 추워서 오들 오들 떨면서도, 재미있나 보다. 거센 바람이 우산을 뒤집으려 할 때면 아이들은 비명을 지렀다. 행복의 비명을 지르며 온 몸이 흠뻑 젖다 보니, 비 한 방울 오지 않아 뽀송한 집 안이다.


변화무쌍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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