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네 Sep 17. 2019

한달살기, 다시 꿈꿔도 될까?

한 달 동안 두 번 이사하더라도... 꿈꾸고 싶은 한달살이


한 달 살기... 이대로 진짜 포기해야 하나?

   

집주인의 매매로 한달살기 집을 잃은 후, 약 열흘간의 밤샘 고민했지만, 기간과 예산에 맞는 집을 찾지 못했다.

아이들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한 달을 자유롭게 살아보고자 했던 나의 꿈은 무모한 시작이었나? 결국 포기해야 하나?


시내에 가깝고, 우리가 가려는 기간에 빌릴 수 있는 집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비쌌다.

예상한 예산을 훨씬 초과하기에 한달살이를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항공권 예약 취소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런!!    


항공권 예약 취소 요청을 하니, 취소하면 항공권 비용 그대로 환불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항공권을 날리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숙소를 찾아내야 한다. 

침대 하나만 있어도 된다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찾고 찾아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예약한 항공권 기간에 맞는 집들이 없다.

모든 집들이 일부 기간씩은 예약이 다 된 상태라, 한 달 동안 머물 집을 구하는 것을 어려웠다.

그래서 기간을 나눠 찾고 찾아보았다. 두 개의 집이 얼추 기간을 나눠 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침대가 하나뿐이라 2인 사용 가능 숙소였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사용 가능한지 집주인에게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다행이다. 

두 집다 나의 불편함을 오히려 걱정하며, 예약해도 된다는 답변이 왔다.

처음 숙소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원룸형 스튜디오에, 비용은 처음 숙박비의 2배가량으로 훨씬 비쌌지만, 우리나라 실내 수영장 레인 반 만한 크기의 수영장도 있고, 우리 셋이서만 독립해서 쓸 수 있는 조리시설과 작은 화장실도 있어서 감사했다.


두 집을 예약하고 구글 지도로 두 집의 거리를 확인해 보니 5킬로 정도 되는 것 같다. 숙박 기간, 예산 범위만 맞춰 두 집이 예약했는데, 두 곳의 위치가 걸어서 50분 정도(?) 되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과 한달살이를 꿈꾸게 됐다. 

처음보다 시내에서 조금은 가까워졌지만, 작은 수영장에, 이사도 두 번이나 해야 한다. 처음 무모한 실수로 꿈꾸던 한달살이의 환경과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타인, 사회, 때로는 나 자신이 부여해온 "해야 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시각으로 좀 더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볼 한달살이의 모습은 다시 꿈꾸게 되었다. 처음의 계획과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지만 아이들과 나와 같이 그 시간들에 대한 꿈을 꾸며 이해해 주길 바랬다.  다행히 두 딸 모두 수영장이 작아도 좋다고, 중간에 이사해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오히려 이사하는 일이 생긴 것에 아이들은 더 신나 보였다.


한달살이 살림이 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사할 일이 다소 부담스럽고 걱정되긴 하지만, 출발 86일 전, 가까스로 집을 구해 다시 꿈꾸게 된 것에 감사하다. 불가능해 보이고, 포기하려 했던 일인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생긴 것에 너무 감사하다. 여유로운 행복의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꿈꿀 수 있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하다. 



어느덧 낯 선 곳에서의 한달살기 시작 21일 전이다.


싱가포르에서의 해야 할 일은 편안한 마음으로 바람을 느끼고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라, 아이들 뿐만 아니라 유일한 어른인 엄마도 한달살이를 꿈꾸며 시작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집주인에게 메일이 왔다.    

"내가 날짜를 잘못 봤어. 전 게스트가 체크아웃을 늦게 해서 첫날 이 집에서 숙박할 수 없어. 미안해."

나는 집주인에게 "청소 안되어 있어도 괜찮아, 나는 엄마니까 내가 다 청소해도 되니 숙박할 수 있게만 해줘."라고 사정해 보았다. 집주인은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체크아웃 날짜가 우리가 도착하는 날 다음날이란다. 

어쩌지? 그 기간에 맞는 다른 집을 이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도착한 하룻밤만 어디서 해결할 수 없는지 집주인에게 매달려보았다. 연말이라 집주인의 친구들 집도 다 힘들다고 한다. 


이제, 어떡하지? 나 혼자라면 공항에서 하룻밤 노숙이라고 할 텐데, 만 6살 7살 두 딸을 데리고 가는 거라 더욱 난감했다. 어떻게든 방을 구해야 하는데, 갑자기 하룻밤만 머물 집을 찾으려니 어려웠다.    

 

너무 준비 없이 시작한 한달살이라 그런가... 갑자기 왜 이렇게 고민거리가 생기는 건지, 이대로 한달살이,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낯선 곳에서의 한달살이를, 진행해도 되는지 또다시 의문이 든다.    


아직, 첫날 숙소를 찾지 못했다. 

갑자기 생기는 문제들로, 꿈만 꾸던 한달살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너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 준비도 안 하면서도 숙소를 구한 순간 할 일 다 한 것처럼, 맘 편히 지내며 시간이 흘렀는데, 이젠 잠도 안 온다. 걱정으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첫날밤 숙소를 정하지 못한 채 꼬박 날이 밝았다.

온 통 걱정으로 가득 차서, 머리가 깨질 듯이 너무 아프다. 

나오지도 않는 숙소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느라 눈도 아프다.     


출근한 남편이 전화했다.

“첫날 호텔에서 잘래?”

“싫어. 비싸잖아. 그리고 첫날 숙박을 못해서 받은 적립금도 써야 해.”


첫날 숙박을 못하게 되면서, 중개 사이트에서 1박 요금을 적립금으로 주었다. 이 적립금은 이번 숙박을 구하는데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시작한 한달살이 계획이라, 예산도 충분하지 않은데, 돈을 더 쓰고 싶지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집을 찾아보는데 여전히 집이 없으니 막막했다. 아이들과의 여행에 대해 부담감이 밀려오며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은 내가 이번 여행 비용을 절대 남편에게 기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룻밤 숙박비를 남편이 내주겠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호텔의 하룻밤 숙박비가, 내가 예약한 집들보다 비싸긴 하지만, 저녁에 공항에 도착해 아이들과 찾아 들어가기에 안전할 거라는 이유도 들었다.    

나 혼자가 아닌 아이들이 있으니... 남편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이 첫날부터 너무 고생해 남은 한 달 내내, 고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 예약으로 처음 예상보다 조금 초과하긴 하지만, 아직 경비를 다 쓴 건 아니니, 남편의 보조는 일단 안 받기로 했다.     


첫 집과 거리상 가까운 호텔을 남편이 찾아주어, 가까스로 출발 3주 전, 아이들과의 노숙을 면하게 됐다.


이제 진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한 달간의 온전한 우리의 시간만 꿈꿔도 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 한달살기, 왜 가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