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네 Sep 19. 2019

싱가포르 한달살기, 왜 가세요?

엄마의 세 가지 숙제

어린 두 딸과 엄마의 첫 한달살이 출발이 25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한달살이 왜 가는 거야?


사람들이 ‘영어 공부하러 가?’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가서 뭐해?’라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할 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지 않았기에, 뭘 할지, 사람들에게 늘어놓을 말이 없다. 하지만, 나의 한달살이 목적은 분명했다.    


바쁜 출근길에 아이들이 길을 가다 멈춰 서면 한 숨부터 나왔다.  “엄마,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매번 “엄마, 늦었어! 빨리 가자.”를 외쳤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지 못한 것이 늘 맘에 걸렸다. 아이들을 바쁜 엄마의 시간 속에 살게 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계속해서 우리 아이들 학습지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 세상과 내가 '해야 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정해 놓은 것들을 고민하며, 조급해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시간이 아닌, 아이들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 나도 아이들의 시간 속에서 세상을 천천히 세상을 함께 바라보고 싶었다.

     

이것이 나의 한달살기 목적이다.
할 일, 해야만 하는 일을 정하지 않기 
지나가는 바람의 시원함 등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느끼기 
빈틈없는 하루 일과 계획이 아니라, 틈 속에서 만나는 기회, 즐거움을 어설프지만 그대로 즐기기 
다양한 다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고 느끼는 문화체험!!    


아이들과 함께 걷다가 아이들이 발걸음을 멈춰 설 때, "빨리 가자!"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멈춰 서고, 아이들이 발견한 무언가를 함께 바라보고 느끼는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 내가 낯선 싱가포르에서 한달살기를 하고자 하는 이유이고 목적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아이들과 발길 닿는 대로, 아이들의 관심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며, 싱가포르의 문화를 느끼겠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달 살기 동안 해야 할, 해야만 하는 일들, 일정들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책을 읽는 것도, 책의 특유한 냄새도 좋아해 언젠가 책에 파묻혀 질릴 때까지 뒹굴거리며 책을 보는 것도 나의 꿈 목록에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 위치와 스토리텔링 등 무료 도서관 프로그램만 확인해 둔 상태였다.   

  

남편이  “유니버셜 스튜디오 안가?”라고 물었을 때도, “안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 사람 많은 놀이동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놀이기구도 무서워한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장권만 10만원이 넘는 것도 안 가려고 했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제대로 숨 고르기도 못한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한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지나가는 바람, 존재를 아이들과 여유롭게 느끼겠다고 싱가포르까지 떠나는 마당에, 굳이 비싼 돈 들여 가며 복잡한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겠다면서, 놀이동산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생각해 남편이 제안한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단번에 제외시킨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엄마인 나의 목적만 아이들에게 또 강요하고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이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입장이라면 당연히 제1 순서로 일정을 잡았을 것 같다. 집 수영장에서의 자유로운 물놀이도 좋지만, 아이들이 몰라서 제안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원할 것 같은 한달살이의 다른 목적을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당연히 가고 싶단다. 엄마가 제공한 정보, "수영장"과 "도서관"에서 실컷 놀 것을 생각하며 아이들은 한달살이를 즐겁게 상상했다. 그런데, "유니버셜 스튜디오" 정보를 주자, 아이들은 완전 흥분했다. 아이들에게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고민이 되지 않았다. '그래, 무조건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야지!'

그래도 입장권 가격을 비교해 보고, 싱가포르 유니버셜 스튜디오 인터넷 사이트보다, 몇 천 원 더 저렴하게 우리나라 소셜커머스에서 입장권을 구매했다..     


이렇게 해서 싱가포르에서 한 달 살기 하면서 할 일, 한 가지가 드디어 생겼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기!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달살이를 간다는 것에 첫 째 친구 엄마들이 관심을 보이며, '가서 무엇을 할 건지?' 많이 물어본다. 

여전히 할 일로 정한 것이라고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기"뿐이라,  ‘유니버설 스튜디오’ 외에는 딱히 일정이 없다고 매번 말했다. 반복해서 이렇게 말하고, '그럼 한 달 동안 너무 심심하지 않아?'라는 주변의 반응을 보니 고민이 생긴다. 


또다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취향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첫 째 아이는 레고와 그림 그리는 것, 늘 이 두 가지를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레고도 만지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직업이 없는지 궁금해하며 묻고 찾더니,  첫째가 알게 된 직업, '레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한다. 첫째의 꿈에 도움이 될까 해서 레고랜드를 찾아본 적이 있어서, 말레이시아에도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의 한달살이 목적을 한 마리로 말하면, ‘복잡’하고 ‘사람 많은 곳’이 아닌 곳에서의 ‘여유’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레고랜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있는 레고랜드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봤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레고랜드 입장권을 조금 더 저렴하게 사기 위해, 레고랜드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했다. 아이들 건강이나 날씨 상태를 확신할 수 없어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날짜를 지정해 사면 일부 할인해 주기 때문에, 온라인 사이트에서 입장권을 구매했다.    


그럼 한 달 중, 언제 레고랜드를 가는 게 좋을까?


한 달 중 첫 주에 뭔가 기쁜 일이 있으면 남은 기간도 더 즐거울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가면 아직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 힘들 것 같기도 했다. 휴일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았다. 사람이 적을 날로, 어느 정도 아이들이 덜 피곤한 날로, 그리고 여행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는 날 등등을 고려해, 싱가포르 7일 차가 되는 목요일로 정했다.    

그리고 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았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레고랜드까지는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레고랜드까지 가는 버스들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국경을 지나야 해서 싱가포르 출국 심사와 말레이시아 입국 심사를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가 심사를 받고 다시 타야 한다. 이것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았다. 출 입국 심사를 거치기 위해 버스에 내려 줄 서 기다린 후, 버스를 기다려 몇십 분을 타고 레고랜드에 도착하면, 놀기 전부터 지칠 것 같다.

레고랜드 도착부터 지치면, 어른이 나 혼자인데, 엄마도 힘들고,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도 안쓰럽고, 제대로 놀지 못할 것 같고... 이런저런 걱정이 든다. 아이들은 막상 놀 때는 피곤한 지 모르고, 신나게 놀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쳤을 아이들을 저녁에 버스에 태워 다시 출입국 심사를 받고, 또 버스에 태워, 싱가포르에 도착해 다시 MRT 등을 이용해 집에 돌아오는 길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피곤함으로 아이들에게 기쁜 기억보다는 왠지 모를 서글픈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걱정도 됐다.    


엄마인 나는 놀이동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놀이동산을 엄청 좋아하기에, 지금까지 놀이동산을 갈 때는 항상 개장 시간에 들어가 폐장 시간에 나왔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놀이동산을 좋아하고 나보다 체력이 좋은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늘 놀이동산 계획을 세우고, 잠시의 쉼도 없이 아이들에 어트랙션 노선을 정해주고 좇아 다녀줬다. 레고랜드에서는 아빠가 없고,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는 엄마만 있다, 히지만, 아이들을 위해 가는 만큼 개장시간부터 폐장시간까지 놀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버스비의 몇 배이지만, 싱가포르 숙소에서 말레이시아 레고랜드까지 시간 맞춰 픽업해주는 서비스를 해주는 현지 여행사를 찾았다. 아이들을 위해 가는 곳인 만큼, 아이들을 위한 날인 만큼 온전히 즐기길 바라며, 입장료보다 더 비싼 픽업 서비스를 예약했다.   


이렇게 한 달 중 이틀의 할 일, 아이들의 두 번째 소원이 정해졌다.  


하나,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기!

둘, 레고랜드 가기!


말레이시아 레고랜드 앞에서

DDay-8, 할 일 셋, 리버 사파리!


나는 뭔가 해야 한다는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막연한 똥고집이 있다. 그래서 남편은 나의 일에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웬만하면 개입하지 않는다.

이번 한달살이도 내가 독립적으로, 알아서 하겠다고 이미 선언했기 때문에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뭘 준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8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여전히 짐도 안 싸고 유니버셜과 레고랜드 입장권 구매한 것 외 더 준비하는 것은 없다.   

잘 개입하지 않는 남편이 한 달 동안 할 것 들에 대해 내가 준비를 안 하는 것이 은근 걱정이 됐는지, 남편은 소셜커머스나 여행사에 올라오는 싱가포르 상품을 살펴보며 할 일, 가야 할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동물원 갈래?"라고 넌지시 물어본다.  

이번에도 나는 단호하게 “싫어. 가는 길이 멀어. 그리고, 싱가포르까지 가서 뭐하러 동물원에 가?”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단호하게 말하질 말던가, 이번에도 또 아이들이 걸린다. ‘한 달인데, 너무 아이들에 대한 고려를 안 했나 ’하는 생각이 또 든다. 한 달이란 시간이 짧으면 짧을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기엔 아이들에게 너무 무료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봤다. “동물원 가고 싶니?”라고 물으니 당연히 “네!”란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아이들의 시각과 속도로 세상을 보기로 했으니까, 아이들이 원하는 동물원 가야지!

  

이왕 가는 것 제대로 즐기고 보고 느끼기 위해, 싱가포르 동물원 온라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싱가포르 동물원으로는 강을 테마로 꾸민 리버사파리, 보통의 동물원, 밤에 개장하는 야간 동물원, 새가 주인공인 주롱 새공원이 있는 것 같다. 이 네 공원 입장권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한꺼번에 구매하면, 할인율이 높다. 두 군데 입장권의 정상 가격으로 네 군데 공원을 갈 수 있으니 두 군데만 가면 거의 같은 가격이지만, 네 군데 입장권을 사서 세 군데만 가도 완전 이익이라고 생각하니, 몇 군데를 가야 할지 갑자기 고민이 더 생겼다.


고민하다 다시 하나하나의 특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물어봤다. 

새는 아이들도 나도 무서워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안 보는 동물 중의 하나다. 야간 동물원인  Night Safari도 사실 당기진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교통도 언어도 낯선 곳인데, 어린 두 아이들 데리고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그것도 밤에 데리고 나갔다 오는 것은 큰 무리일 것 같아 엄두가 나질 않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아이들에게 내 걱정이 전달됐는지, 엄마 혼자 무서운 동물로부터 못 지켜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새공원과 나이트 사파리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할인 금액이 너무 매력적이긴 하지만, 괜한 욕심부리며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강을 주제로 한 특색 있는 리버사파리만 가기로 결정했다.

네 군데 동물원을 다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은 자체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지만, 단일 입장권은 우리나라 여행사나 소셜커머스에 많이 올라와 있었다. 가격을 비교해 보고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소셜 커머스에서 입장권을 샀다.     

  

이렇게 해서 한 달이라는 기간 중 해야 할 일 세 번째, 리버사파리 가기가 정해졌다.     

싱가포르 리버사파리 입구


참고 : 싱가포르 4개의 동물원 공식 사이트 : 

https://store.wrs.com.sg/  



매거진의 이전글 한달살기, 짐으로 뭘 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