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장의 꿈, 비현실적인 몽상인가?
머리가 지글지글 타는 느낌!!
머리에 하얗게 새는 느낌!!
김차장 머리에 하얗게 연기가 오른다.
복직 첫날, 김차장 책장에는 백여 건의 서류철이 쌓여있었다. 매일 40여 건의 신규 처리 대상이 들어온다.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서류를 무조건 펼쳐 일을 시작했다. 일주일, 아직 손에 익숙해지기에 짧은 시간이다. 휴직하지 않았던 듯, 계속 밀려오는 서류들 처리에 손에 익숙할 틈도 없이 머리를 쓰려하니 숨이 멎는다.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한 것 같다.
김차장은 5년 동안 많이 바뀌었을 길 기대했다. 후배들이 팀장이 됐으니, 구성원 간 소통도 잘 되고, 조직 분위기도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뀐 건, 김차장의 손이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것뿐.
팀장은 업무량이 감당하기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수치라는 상황 파악보다는, 미결 건 숫자만 헤아리며 무조건 열심히 하란다. 과업의 불균형에 대한 구조적 이해가 아닌, 그 업무를 맡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김차장은 미결 건 숫자로 계속 팀원들에게 “처리하라”라고 하는 후배 팀장에게 말했다. 객관적인 상황으로 우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후배 팀장은 “당장 인원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작년에 여기 직원들은 휴가도 못 썼어.”라며 김차장의 말을 막는다.
‘휴직하고 왔으니, 앞으로 계속 밤새 일하라고?’
며칠 밤샌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복직한 날부터 수백 건의 미결 건으로, 업무량에 대한 부담감에 야근을 했지만 신규 들어오는 건이 훨씬 더 많다.
1년 반 동안 계속 그 업무를 한 직원은 하루에 평균 15건씩 처리했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계속 야근해서 하루에 30건씩 처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차장이 복직 후 하루 120여건, 1인당 30여 건이 매일 추가된다. 계속 지속될 구조적인 문제는 아닌지 파악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김차장은 무엇보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듯한 분위기에 절망감이 들었다. 개인의 부담으로 지우지 말고, 열심히 해도 안 되는 불균형적인 업무량 파악을 객관적으로 하길 기대했다. 팀원들에게 “빨리하라”, “무조건 해라”고 독촉하고, “계속 야근해야지”라고 개인의 일로 몰아세우며 열심히 일하는 팀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 아니라, 개선이 안 되더라도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거라 생각했다. 큰 기대를 했나 보다. 분리하자.
상사가 되면, 화장실도 못 가고 숨도 참는 직원들의 모습이 안 보이나 보다. 일부러 안보는 건가?
위만 바라보고 아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직장인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자세인가? 아직 팀장을 해보지 않은 김차장은 일과 상관없는 인신공격으로 권위를 드러내는 상사, 개인의 희생을 당연한 듯 강요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힘들게 느껴진다.
절대 회사 업무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여기고 자괴감을 주는 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옳지 못하다. 그들의 논리에 물들지 말자.
김차장은 일이 많은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이 많은 것에 감사하다.
김차장, 본인도 모르게 자꾸 멈추는 숨을 몰아쉰다.
숨을 멈추고 일을 해도 일을 하는 것은 즐겁다.
4개월 전 미결 서류를 챙기는 것도 김차장은 괜찮다.
김차장에게는 일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문제로 결부시키고 사생활까지 정하려는 상사의 말, 태도에 김차장은 혼란스럽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거나 의견을 듣지 않고, 소통보다는 직위, 감정으로 접근하는 태도에 김차장은 당황스럽다.
김차장은 심호흡하며 다짐했다.
흔들리지 말자.
사람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자.
잘못된 논리에 말려들지 말자.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자. 업무를 사생활과 결부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
이성을 붙들고 싶은 김차장,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꿈꾸는 김차장,
과연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