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장이 선택한 삶 : 승진 안 해도 괜찮아.
7살에 학교에 입학해, 5년은 필수라는 법대를 3년 만에 졸업하고, 대학원 졸업자 지원군으로 입사한 김차장 나이는 24살. 동기 여직원들과는 동갑이거나 많게는 4살 차이, 동기 남직원들과는 3~5살 차이 났다.
입사 3년 차, 신입직원 연령제한이 없어지면서 입사 8년 차까지도 김차장보다 나이 많은 신입직원들이 입사했다.
김차장보다 나이 많은 후배 직원들은 김차장에게 반말했다. 김차장이 김대리일 때, 새로 들어온 후배 “주임님”에게 업무 설명을 해주었다. “주임님”은 “나이가 어린” 김대리가 꼬박꼬박 “주임님”이라 부는 것이 “주임”을 강조하는 거라며 기분 나쁘다고 김차장에게 말했다.
김대리가 업무처리 기준을 제정해 외부 협력기관에 안내를 하면 외부 협력기관 “과장님”, “차장님”은 김대리의 나이부터 물었다.
업무적인 이야기도 “나이”로 인해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
김차장이 복직한 날, 그동안 선임이었던 팀원이 김차장의 나이를 묻는다. 김차장보다 어린것 같기도 하고 비슷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한 선임, 경력은 김차장보다 11년 아래지만, 나이를 묻는 순간 당황했다. 김차장, 조심스럽게 나이를 말했다. 휴... 다행이다. 김차장이 8살 많다.
김차장보다 경력이 7, 8년 차이나는 후배들마저 팀장이 됐으니, 더 이상...
김차장보다 나이 많은 팀원이 없다.
김차장보다 경력이 많은 팀원은 없다.
나이 많은 김차장,
경력기간이 크게 차이나는 김차장.
팀장보다 선배인 김차장이 오기 전, 발령문을 보고 팀원들은 어찌 대해야 하나 조금은 고민됐다고 한다. 김차장 담당 팀장도 김차장에게 “오셨으니 팀장 자리 내어줘야죠”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차장은 팀장”님”과 과장”님”, 대리”님”, 주임”님”, 인턴 직원을 존대했다. 복직한 김차장은 후배들 물을 따라주고, 후배들 숟가락을 챙겼다.
그동안 선임이었던 팀원은 김차장이 와서 든든하다고 한다. 김차장과 비교하는 팀원들이 없다.
직위 대우였던 팀장은 직급 승진이 확실해지자, 김차장에게 존어와 반어를 애매하게 섞어 쓰다 확실히 짧게 말한다. 팀장 직급 승진 발표가 나는 날, 팀장은 김차장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김차장, 괜찮다.
5년 만에 과장 승진하는 시대에 12년 만에 과장 승진한 김차장, 7년 만에 팀장 승진하는 시대에 19년 차 팀원인 김차장.
직장인으로서 씁쓸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씁쓸함을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나이가 어렸던 김차장, 입사 때부터 호칭이 어려웠다.
이제 호칭에 제법 의연해졌다.
10년 전, 부장은 “아이 낳아서 승진 안돼”라고 김차장에게 말했다. 김차장은 호칭에 연연해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현재의 감사함을 찾기로 선택했다.
“김”차장이 “김차장” 인생의 일부이지만,
김”차장”이 김차장 인생 전부는 아니니까.
나이 들어서 그런가.
19년 전보다 마음이 평온하다.
김차장, 초연한 삶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