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개선은 왜 안 될까요?
김차장, 복직한 날.
책상 위에 수북해 쌓인 서류철들.
마감일을 맞추려고 닥치는 대로 처리했다.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저 손과 눈을 바쁘게 움직일 뿐이다.
놓치는 게 없는지 메모지를 붙이고, 입을 움직였다.
프린트물 가지러 가는 시간도 아까워 사무실 안을 뛰어다녔다.
그런데... 뭐지?
일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아진다.
김차장이 숨 쉬는 것조차 잊어가며, 점심을 포기하며 처리하면 할수록 미결 건이 더 쌓인다.
뭐가 문제지?
매일 신규로 접수되는 건들이 처리 건수보다 훨씬 많다.
사람들도 몰려온다. 전화가 빗발친다.
문제가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물리적인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제한 없이 계속 접수가 들어온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없이 기다림에 사람들은 불안감이 증폭되어 문의가 폭주한다. 문의에 대한 안내로 김차장의 업무처리 시간은 더 줄어든다. 야근을 해도 계속 처리해야 할 건수가 늘어나는 악순환이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김차장은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님을, 혼자 감당해야 할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객관적 수치로 이야기했다.
시스템이 문제다.
어딜 가나, 번호표를 뽑는다.
놀이동산에서 줄을 설 때도 대기 예상 시간을 알려준다.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대기 예상 시간을 보고, 이용할지 말 지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김차장, 일일 처리 가능한 만큼, 업무량 통제가 필요하다는 업무제안을 했다. 김차장의 업무제안에 동료 팀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5년 전...
김차장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과중한 업무량을 처리하느라 말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잃었다. 팀장은 그런 김차장에게 계속 말을 건다. 김차장은 가까스로 “목소리가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차장의 말, 듣지 않았다. 오히려 김차장에게 계속 말을 하라고 시켰다. 김 차장을 억지로 목을 긁으며 말을 했다. 피가 나왔다. 야근하고 돌아와서도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업무 생각에 퇴근하고도 가족들과 떨어져 있었다. 업무 고민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유치원엔 김차장 아이들이 제일 등원했다. 아이들을 맡아주던 유치원이 갑작스럽게 폐원됐다. 김차장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대로 휴직했다.
5년 후 김차장, 여전히 점심을 못 먹는다.
빈익빈 부익부, 업무량 통제가 안된다.
업무를 안 해본 사람들이 시스템 개선 결정을 하고 인사를 결정한다.
시스템 개선이 안 되는 이유... 인사시즌에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 왜 일까?
김차장에게 어려운 개인의 문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