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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Jul 07. 2020

저는 그저 알바하러 왔는데요?

평생, 말을 삼가하자!

“우리 회사가 뭐하는 데 인 줄 알고 왔어요?”

“...”

“무슨 일 하고 싶으세요?”

“...”


두 명의 근로장학생이 왔다.

스스로 회사에 지원해 방학 동안 일해보겠다고 온 것이 기특하다. 뭐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어떤 생각으로 왔는지 물어봤다.


대답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이나 우리 회사에 관심이 없는데 물어봐서 당황스러운 건 가 싶기도 해서, 학생들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다시 물어봤다.


“몇 학년이에요?”


4학년이라 대답한 학생은 취업 준비하며 막연하지만 우리 회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고 덧 붙인다.


다른 학생은 3학년이라 대답하고 바로 고개를 숙인다. 아직 일거리도 없고, 컴퓨터도 켜지지 않았는데,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에 놓인 본인 핸드폰을 본다. 김차장은 ‘말 걸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로 읽고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그 날 두 학생과 두 학생을 도와줄 사회 복부 요원에게 점심을 사줬다. 가능한 질문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다 먹고 사무실로 같이 걸어오는 길, 눈치를 살피며 집이 어디인지 물었다. 우리 사무실 근처다.


“가깝네요”

“네, 그래서 이 회사에 지원했어요”


그저 회사가 집과 가까워서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신청한 학생에게 “무슨 일을 하고 싶냐?”, “우리 회사에 관심 있냐?”라고 물어봤으니, 대답을 못한 건 당연한 것 같았다.


김차장은 첫 직장은 뭐 하는 곳인지, 김차장이 하고 싶은 일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입사했다.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볼 때도 전공에 대해 물어보고 김차장 생각을 물어봐서 본인의 생각을 얘기하고 입사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 거라 듣지도 못하고 김차장 혼자 상상하고 기대했다. 입사식을 하고 신입사원 연수원에 도착한 후, 그 때부터 하나씩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맞닥뜨렸다.


삼삼오오 모여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출입문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담배 피우는 모습이 생소했다.


연수받는 동안 시험을 본 다는 것을 기간 중 알게 된 김차장, 그냥 ‘보는구나’ 생각했다. 동기들은 강의실에 남아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시험공부하는 긴장된 분위기에 부담감이 느껴지는 김차장은 시험 전날 밤에도 숙소에 돌아와 잤다. 새벽 2시, 룸메이트가 김차장을 깨운다. 연수원에서 시험 문제를 한 번 짚어주려고 하는데 김차장만 없어서 깨워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험 본 결과는 각 부서에 통보가 되었다. 시험과 점수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다.


차곡차곡 쌓인 낯설고 당황스러웠던 경험들이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게 하는 것 같다. 한 번쯤 누군가 김차장에게 설명을 해 줬다면 하는 아쉬움에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게 되는 것 같다. 원래 오지랖이 넓기도 하기에 늘 나서서 서로 인사시키고 안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일에 대해 흥미가 없어 보이는 태도에 잠시 주춤했다. 그래도 이왕 우리 회사에 온 거 뭐 하는 곳인지 대략이나마 배우고 가면 좋겠다 생각했다. 두 달 동안 해야 할 일만 하고 가도 되겠지만, 기왕 왔으니 이곳에서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길 바랬다. 그래서 김차장은 대략적으로 짧게 설립 역사부터 시작해 학생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줬다.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조언을 하는 것은 듣기 싫은 잔소리일 것이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은 것이 훨씬 많지만, 꾹 참았다.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고 말하고, 이쯤에서 멈췄다.


김차장이 필요했다고 다른 사람도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휴직 전 김차장은 옳지 못한 말을 들어도 그저 무시하려 했다. 그동안 경험에 따르면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말을 하게 되면, 되레 옳지 않은 말을 인정하도록 강요받았으니, 차라리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가능한 말을 삼가려 노력했다.


이제는 후배들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삼가려 노력한다. 김주임일 땐 김차장이 되면 말을 덜 참아도 되는 줄 알았는데, 김차장이 되니 더욱 눈치를 살피게 된다.


회사 전체 팀원들 중 김차장이 가장 나이도 많고 경력도 길다. 계속 더 나이 드는 김차장, 갈수록 더 눈치 보며 말을 삼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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