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문제를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지 말라.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
우리 팀에서 끌어 앉고 있기에 불가능했다.
아무리 야근을 해도 줄어들지 않는 양에 조직이 알아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다른 팀은 업무시간에 잡담을 하지만, 우리 팀은 숨을 고르는 것조차 사치로 느끼며 숨을 멈추고 일했다.
새로 온 부서장은 업무 분장에서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첫 번째 안은 우리 팀 일을 다른 팀에서 함께 부담하는 것이다. 우리 부서에 쏟아지는 일을 팀 구분 없이 다 1/n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당장 해결이 어렵지만 다름 팀의 손을 일절 안 받고, 업무분장 대로 우리 팀에서 다 떠안고, 대신 공통 행정 업무는 다른 팀에서 다 하는 것이다.
오매불망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음에도 집에 가는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고, 주말에도 밤에도 쌓여 있는 일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 김 차장은 조직이 함께 나서야 한다 생각했다.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숨 쉬는 시간 조차 부담스러워 어느 순간 숨을 멈추고, 화장실 안 가고, 밥을 거르게 됐다. 1분 1초를 체크하며 일하는 김 차장은 첫 번째 안이 끌렸다.
김 차장이 복직하기 전에 제한 없이 쏟아지는 업무량으로 미결 건수가 수천 건에 달하자, 옆 팀에 함께 분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전체 부서원 수로 1/n을 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공유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다른 팀의 불만이 폭발하여 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 팀에 막말이 건네지고, 우리 팀원은 눈물을 쏟아내고 다친 마음을 닫았다고 한다.
19년 차 김 차장,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힘든 건,
하루, 아니 1분도 참기 어렵다.
하루 처리 가능한 업무의 10배 이상으로 쏟아지는 건수가 두려웠지만, 결국, 둘이서 하기로 했다.
모든 팀원이 모인 자리에서 두 번째 안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모두 그 안을 수용했다.
다른 팀원들이 노는 동안, 둘은 열심히 일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웃었다.
2000건이 넘던 미결던은 지난달 1000건 이하로 내려갔다. 무사히 큰 사고 없이 해결해 갔다. 매일 들어오는 양도 다행히 줄었다. 하루 처리 가능한 건수의 10배 이상 쏟아지던 일들이 이제는 2~3배 분량이다. 이제 밥을 먹는다. 화장실도 가고 가끔 크게 숨도 고른다.
숨을 쉬어서 그런가,
우리 팀이 공통 업무를 안 하는 것이 불만이라고 한다. 합의하고 그동안 못 쉬었던 숨을 조금 고를 뿐인데, 숨 쉬는 모습이 거슬렸니.
다른 사람들 힘든 건 보지 못하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들게 되고, 엉뚱한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게 된다. 감정적으로 그 사람이 불편해진다.
그동안 둘이서 야근하고, 밥 안 먹고, 숨 안 쉴 때 아무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인사도 없이 쓱 사라지던 그 팀원들이 공통 업무를 안 한다며 비난의 소리를 서스름 없이 내뱉는다.
내 것만 보면 나만 힘들다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 것 같아서 미운 마음까지 든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상대에게도 전달되어 분위기도 나빠지려 한다. 이 불길한 분위기에 19년 차 김 차장 마음이 흔들린다. 오래전, 서로 헐뜯고 짓밟으려 했던 조직의 초창기 모습이 자꾸 떠올라 불안하다. 트라우마다. 본인의 입장만 내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안절부절못해진다.
좁게 생각하지 말고, 나만 보지 말고
다른 사람도 ‘힘들겠구나’ 생각하다 보면 배려하게 되고, 이해가 될 텐데.
본인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길 바란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에게 화살을 돌려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에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점 일탈의 오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어린 직원들이 그 선을 더 넘지 않길 바란다.
무엇 때문에 힘든 지, 원인을 제대로 바라보길 바란다.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방식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 같다. 사람을 원망하는 것을 선택하지 말고, 힘들수록 함께 공유하고 서로 다독여주길 바라는 19년 차 김 차장이 문제인가?
마음을 다 잡아본다.
흔들리지 말자.
따라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