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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Sep 04. 2020

고마운 건 아는데, 미안해하지는 마세요.

김차장이 생각하는 선배의 모습 1

몸이 많이 불편한 직원이 들어왔다.

혼자 거동을 할 수가 없다. 이동할 때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전동 휠체어에 앉아야 한다.


그 친구가 처음에 김차장 팀에 배정되지는 않았다.

김차장은 김차장 팀에 배정된 직원들에게 첫날, 업무를 간단히 설명해 주고 관련 규정을 읽어보라며 뽑아 주었다. 새로 왔으니 밥을 사주고 싶지만 코로나 19가 안정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호의가 민폐가 될 것 같아 고민하다, 김차장은 다음 날 도시락을 시켜 회의실에서 거리 유지하며 먹자고 김차장 팀으로 배정받은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다음 날 아침,

결재 서류를 들고 들어간 김차장에게 상사는 몸이 불편한 친구를 김차장이 챙겨주라고 한다. 전 날 김차장은 김차장 팀 직원은 그 친구를 제외하고 전달받았다. 전 날, 서무팀에서 그 친구의 자리를 배정해주고 컴퓨터 설치 등을 해주고 있기에 당연히 서무팀 소속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상사가 오늘부터 김차장이 챙겨주라고 한다. 김차장은 도시락을 하나 더 시켜 그 친구와 같이 점심을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자리를 정리할 때, 그 친구가 김차장에게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면담을 요청했다.


그동안 여러 회사에 다녀봤는데, “허수아비” 같았다.


왜 어제는 안 불렀냐?...


당연히 서무팀에서 업무 배분을 해줬을 거라 생각했던 김차장은, 온몸의 에너지를 쏟으며 그 친구가 내뱉은 “허수아비”라는 말을 들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김차장 팀이 바빠도 다른 팀 직원에게 업무를 시키는 것은 실례가 되는 일이라 “당연히” 다른 팀에서 챙겨줄 거라 생각한 점이 또 미안했다.


팀 배분과 관련된 상황을 그 친구에게 김차장이 아는 사실대로 전달해줬다.


그리고 팀장님과 상의하고 그 친구에게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동등한 과중의 업무를 전달해 줬다.


그 후 그 친구는 도움이 필요한 순간

“차장님~”하고 자주 부른다.


그럼 김차장은 그 친구 자리로 가서

조금 더 천천히 조금은 더 명확하게 설명해 주려 노력한다.


설명이 끝나면, 매번 그 친구는 다시 온몸의 에너지를 담아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한다.


“미안합니다”를 매번 듣자니 김차장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다른 직원들 있는 사무실에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니 그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김차장 팀은 일이 많다.

서류가 쌓여 있다 보니 빨리빨리 해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새로 온 직원들도 적응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업무 처리를 한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반복한 그 날, 퇴근 30분 전, “차장님~” 부르는 소리에 여느 때와 같이 달려갔다.


그 친구가 면담을 하고 싶다고 한다. 김차장도 하고 말이 있었기에 회의실로 들어갔다.


일이 밀려서 마음이 무겁다


전동휠체어로 책상에서 회의실까지 가는 길이 그 친구의 숨을 가쁘게 했다. 땀을 흘리며 온 몸의 에너지를 다 써서 내뱉은 그 친구의 말에 미안해진다.


그리고 김차장은 일이 많아 심리적 압박을 준 것 같아 미안했다.


김차장은 선배가 후배를 가르쳐주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후배 가르쳐 주는 것을 귀찮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차장은 후배들이 물어보길 주저하게 만드는 선배가 되길 원치 않는다.


김차장은 신입 때 신설조직으로 이직했다.

김차장이 업무 지시를 받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다시 상사에게 물어보면 “그것도 몰라? 알아서 해.”라고만 했다. 김차장은 이직 이후 혼자 알아서 했다. 여기 저리 쑤셔보고 알아보고 처리했다.


신입에게 업무도 낯설지만 회사 자체가 낯설다.

낯선 곳에서 김차장은 물어볼 선배가 아무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들도 몰라서, 그들이 가르쳐 줄 것이 없어서 그랬겠거니 생각은 들지만, 같이 고민해보고 같이 알아보려 하지 않고 화를 냈던 것은 여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차장은 김차장이 겪었던  시절을 후배가 겪지 않길 란다.


후배에게 다 알려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모르면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선배가 되고 싶다.


일이 많은 것은 개인의 책임이나 잘못이 아니다.

지금도 김차장은 개인의 부담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점심을 거르고 매일 무급 시간외를 하지만, 후배들은 그런 생활을 하지 않길 바란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많은 업무량 때문에 물어보는 것도 쉬지 않게 만든 것 같았다. 그 친구에게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한 것이 김차장은 미안하다.


가르쳐 주는  고마워하는  아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선배가 후배 가르쳐 주는 건 선배가 해야 할 일이 맞아요. 후배를 가르쳐줘야, 선배도 일을 더 확장할 수 있고요.


우리 팀 일이 바쁜 것 때문에 여유가 없는 건 오히려 제가 미안한 일이에요.


19년 차인 저도 여전히 실수해요. 할 수 있는 만큼 정해서 하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부분이 많을 테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모르는 건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언제든 지금처럼 말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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