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川市(야나가와시) 장어마을의 장어 명가 로드 맵

보양음식 장어요리로 지역 활성화를 꿈꾸다.

by Marisol


지난여름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으로 한여름의 폭염에 ‘더워 죽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더워 죽었다’


더위에 죽지 않기 위해 폭염을 극복하는 방법 중,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여름철 더위에 지친 체력을 보강하는 ‘보양식 찾아 먹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악재와 천재지변에 전략적으로 대항할 수 없는 평범한 우리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즐거운 방법이리라.


2024년부터 ‘개 식용 종식 법’이 제정되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보신탕으로 불리던 ‘개고기 음식’이 법적으로 통제되었지만, 현명한 우리들은 다양한 대체 음식으로 스태미나(Stamina)를 챙긴다.


그중, 남녀노소 호불호(好不好)가 그다지 갈리지 않는 음식으로 으뜸인 ‘장어 요리’를 꼽을 수 있다.


장어를 소재로 한 음식은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고급 음식으로 식용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는 여름철 특별 보양음식으로 여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보양음식을 먹는 특별한 날로 알고 있는 복날, 즉 초복, 중복, 말복과 같은 기간에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土用の丑の日(도요노우시노히)’라는 특별한 기간(대략 7월 중순부터 8월 초, 7월 19일~8월 7일)에 장어요리를 먹는 풍습이 있다.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는 일본 전통력에서 황소자리와 관련된 날로서 연중 가장 더운 시기로 습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겪어본 사람만 알 테지만, 일본의 여름은 뜨거운 태양 아래 뜨거워진 땅에서 올라오는 습한 열기로 그야말로 ‘찌는 듯한 더위’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끓는 물에 몸을 찌는 것 같은 고통으로 거의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더위를 표현하는 단어 중에 ‘蒸し暑い(무시아쯔이)’라는 표현이 있다. 단어 그 자체로 ‘찌는 듯이 덥다’라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일본 사람들은 찌는 듯한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土用の丑の日(도요노우시노히)’라는 기간에 특별 보양음식으로 장어를 먹었다고 한다.


나라시대 말기(奈良時代末期)에 집성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인 「万葉集(만엽집)[1]」의 기록에 의하면 일본 사람들도 오래전부터 일상의 섭식 생활에서 장어 요리를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681년에 창업한 '모토요시야'의 장어요리 '세이로무시'

특히, 문정5년(文政5年:1822년~1823년) 당시 화제를 모은 青山白峰(아오야마하쿠미네)의 수필집 「明和誌」에도 1772년에서 1788년경부터 ‘土用の丑の日(도요노우시노히)’에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장어요리를 먹는 풍습이 정착된 것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필자가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학원에서 지역브랜드를 연구하던 중, 특정 지역의 오랜 전통으로 전해져 오는 향토요리를 기반으로 지역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례 지역으로 장어요리 마을로 유명한 후쿠오카현(福岡県)의 야나가와시(柳川市)를 조사하러 방문한 적이 있다.


‘물의 고향 야나가와(水の郷柳川)’라는 캐치 프래즈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지역 소도시의 노력이 마을 여기저기에서 여실히 보이는 열성적인 도시로 기억된다. 특히 야나가와시(柳川市) 관광과의 관광추진계에서는 에도시대(江戸時代)부터 사용했던 돈코후네(どんこふね)라는 쪽배를 타고 야나가와성(柳川城)을 중심으로 강을 따라 내려가는 ‘川下り(가와구다리)’라는 체험관광을 하고 난 후, 수백 년 전통을 지켜 온 향토요리인 ‘장어요리’를 먹는 관광코스를 장려하기 위해 관광지도「やながわ鰻飯 MAP(야나가와 우나기 요리 맵)」[2]을 제작하여 야나가와시(柳川市)의 관광 활성화에 전력을 다 하고 있다.


관광지도 'やながわ鰻飯 MAP(야나가와 우나기 요리 맵)'


위의 관광 지도에는 수백 년 전 창업하여 대를 이어 경영을 이어 온 장어요리점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 1681년에 창업해서 300년 이상이 넘는 세월 동안 선조의 맛을 지켜온 노포점(老舗) ‘本吉屋(모토요시야)’라는 장어 명가가 있다.


경이롭지 않은가?


그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에는 전쟁도 있었을 것이고 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도 수없이 겪었을 텐데 꿋꿋하게 대를 이어 선조의 뜻을 지켜오다니!


현재 本吉屋(모토요시야)의 점주는 10대째 후손으로 장어요리의 맛을 지켜온 자긍심이 사뭇 나라를 지킨 장수와도 같은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3]

'모토요시야'의 전경 - 장어를 굽는 중으로 연기가 자욱하다

本吉屋(모토요시야) 만큼 오래되지 않았지만 창업한 지 100년이 넘는 또 다른 장어 명가 ‘龍川魚商店(류가와우오상점)’의 점주는 현재 4대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세월과 함께 세대가 교체되면서 맛의 트렌드도 바뀐다는 점을 경영전략에 녹여 젊은 층, 또는 아이들에게도 포커스를 맞추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그 레시피를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여 홍보하고 있다 [4].


장어 샌드위치, 장어 삼각김밥, 장어 전골 등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보양음식을 연구하는 자세 또한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는 장수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야나가와시(柳川市)에는 위에서 소개한 장어 명가들이 3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점주들의 노력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물의 고향 야나가와(水の郷柳川)’에서 ‘장어의 명승지 야나가와!(うなぎの名所 柳川!)’로도 지속적인 도약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장어요리 마을이 있다.


강원도에서부터 흐르는 임진강이 한강과 합류하는 경기도 파주 문산 지역에 유난히 장어 명가를 자칭하는 장어요리점이 모여 있다.


일본의 사례로 본 야나가와시(柳川市)에 존재하는 장어 명가 30여 정도의 노포가 즐비한 만큼의, 아니 더 많은 장어요리점이 분포되어 있다. 창업한 지 50년이 넘었다고 하는 식당도 있다. 344년 전에 창업한 야나가와시(柳川市)에 있는 本吉屋(모토요시야)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하지만, 전쟁과 정치적 혼돈의 시대, IMF와 코로나 사태 같은 역경을 헤쳐가며 우리네 식당들은 그야말로 고군분투(孤軍奮鬪) 해 왔다. 아니, 아직도 싸우고 있다.


홀로 알아서 외로이 싸우는 각개전투(各個戰鬪).


정치와 사회의 혼돈으로 서민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인건비와 식자재 값은 상승하는데 손님이 줄어 식당이 줄 폐업한다는 뉴스가 연일 화젯거리이다.


음식업을 포함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전쟁 중이다.


생계를 위한 생존 전쟁.


싸우다 지쳐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진짜 강한 군대는 전쟁에서 지고 있을 때도 잘 싸우는 군대라고 한다 [5].


홀로 싸워 승리하기에 어렵다면, 잘 싸우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홀로 전투에서 승리하고자 하지 말고 전쟁에서 잘 싸울 수 있는 군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파주는 의외로 관광지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만들어진 남북 군사경계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판문점이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의 색다른 흥미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신호등 없는 뻥 뚫린 자유로를 거침없이 달려와 DMZ을 관광하고 자연스럽게 보양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파주 장어 맛집 로드 맵(Road Map)’을 만들어 장어요리 식당들이 폐업하지 않고 계속 잘 싸울 수 있는 관광산업의 전략으로 군사력을 강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존 전쟁에서 지고 있는 식당 점주들이여!


지고 있을 때 잘 싸우려면 전략이 필요합니다!





[1] 일본 나라시대 말기에 집필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화가집(和歌集)

[2] 야나가와시 관광과(柳川市観光課) https://yanagawa-yururitabi.net/unagimeshi/

[3] 장어 명가 모토요시야 홈페이지 https://www.motoyoshiya.jp/greeting/

[4] 류가와우오상점(龍川魚商店) 홈페이지 http://www.yanagawa-unagi.com/

[5] EBS MEDIA 기획, 이주희 저자의 ‘강자의 조건’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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