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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솔 Nov 27. 2024

바라는 것 안에 방법이 담겨있다


  독서모임에서 접한 '바라는 것 안에는 방법이 담겨있다.'라는 말이 유독 와닿은 날이다.

 

  나의 바람이 민들레 꽃씨가 되었나. 너울거리며 날아가 지금 내가 여기 앉아 있도록 꽃을 피웠나.


매일 새벽, 배움의 장을 맞이하여 내가 바라왔던 기운을 마음껏 느끼라고...



  잊을 수 없었던 20대의 독서모임의 느낌을 언제고 다시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았다. 직장생활이며 사는 것에 몰두하면서 위시리스트 목록의 하나가 되었지만, 이를 향한 내 마음은 다른 목록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나는 그 잊을 수 없었던 독서모임을 다시 실현한다는 것을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고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분명했기에 흐릿함이 없는 바람이었다.


  여러 독서 모임들에 눈길이 갔고 경험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갈증을 알았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모임에서 공유하는 사색과 에너지, 열기, 공기, 교류, 협력, 확장 그리고 이를 나누는 사람들"과 같이 표현될 수 있는... 어쨌든 "그것"을 찾아 헤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했으나 내가 바라는 것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게 됐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 하는 건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걱정되고 두려웠다. 내가 엄청난 "그것"을 뿜어낼 수 있는 능력...? 더 말할 것도 없이 '음~ 아니야'라고 감지했다. 감지하는 능력은 참 좋다.


  같이 만들어 가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꼼수를 부리는 것 마냥, 내가 안되면 같이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는 바지사장 하고, 사람들과 같이 열띤 사색을 하다 보면 "그것"이 생기는 것 아니겠어라고 합당한 생각을 이어갔다. '질문'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질문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독서모임...?!


세상에 펼쳐질 뻔했던 '궁금한 독서모임'을 잠시 묻는다.

  이른바, '궁금한 독서모임'이 탄생했다. 큰 컨셉은 질문으로 시작되고 연결되는 독서모임이었고, 회원들의 복지를 생각해 무비데이, 시낭독의 날, 최고의 책 선정, 특정 작가의 달 등의 이벤트를 구상하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기획에 뿌듯했지만, 왠지 나는 고민과 머뭇거림을 오갔다. 그 사이 첫째 반려견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돌보아야 했기에 궁금한 독서모임은 우선순위가 밀렸지만, 대신 브런치에서 읽는 글들이 나에게 왔다. 반려견 장군이를 돌보면서 틈틈이 글을 읽는 시간이 좋았다. "대놓고 좋음"보다 "짬짬이 좋음"은 잔잔한 물결이 자주 내게 와닿듯 소확행의 느낌을 준다.


  근아 작가님의 큐브 글에 매료되어 빠져 읽었다. '어머어머 예술가는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봐!' 라며 호들갑 섞인 기대감을 가지고 다음의 다음 글을 이어 읽어갔다. 호들갑과 기대감은 지담 작가님의 글을 보고 괜히 댓글 같은 것 달아서 표시 내지 말고 조용히 봐라는 느낌으로 변모했다. 범접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나는 조용히 살살 움직인다. 조용히 가서 공연 보고 조용히 나오는 느낌이랄까...


  이러저러했지만, 결국 나는 위대한 태양마중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나의 감지능력은 역시나 좋기에 여기에 눌러앉았다. 나의 궁금한 독서모임은 고이 접어 두었다. 언제고 다시 펼쳐질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는 독서모임의 느낌을 고이 간직해 왔듯 궁금한 독서모임의 끄적임도 소중하게 한편에 두었다.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고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던 나의 바람은 내가 정확히 무엇을 바라는지 알게 했고, 움직이게 했으며, 필연 같은 우연을 만나 마침내 그렇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게 여정 또한 하나의 민들레 홀씨였다.  

  몇 년 전 '보아웨이'라는 이름으로 보건교사들끼리 서로 영감을 공유하는 모임에 참여했었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책의 가이드를 함께 실천해 나가면서 보건교육을 연구하고 연수硏修하기도 하는, 개인으로서 교육자로서 성장하는 자발적 모임이다. 이때 모닝페이지라는 것을 처음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닝페이지는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가는 것이다.-아티스트웨이, 줄리아카메론. 다시 말해, "아무 말이나"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아무 말이나 적다 보면 내 의식으로 떠오르지 않았던 내 생각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 묵혔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1년 동안 모닝페이지를 적고난 후 내가 감당하기에 큰 감정이 일렁일 때마다 하얀 백지를 찾아 열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열어젖힌 종이는 내 감정 쓰레기통이 된다.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표현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는 '아무도 없어, 괜찮아 모든 걸 다 말해도 돼'라고 하는 느낌을 주었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나를 던지듯 맡겼다. 쓰레기통이 되어 거친 감정까지 받아준, 나를 달래준 방법이었다. 정제 없이 쏟아내듯 휘갈겨 써 내려가다 보면 진짜 나를 맞닥뜨린다.


  나는 책을 읽고, 글로 쏟아내는 것 이상을 바라게 되었다.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마음은, 생각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리고 그 표현은 납득이 가야 한다. 내가 가진 마음과 생각의 덩어리들을 표현할 줄 몰라 어쩔 줄 모르는 나를 글이 도와주길 바랐다. 책을 읽으면서 들어오는 아름다운 표현들은 아름답다는 마음을 한 동안 품도록 나를 납득시키고 설득시켰다. 그 납득과 설득은 나에게 한동안 머물고 어떤 형태로든 다시 확장되어 에너지를 뿜는다. 내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나라는 사람의 주변에 머물면서 그 에너지를 뿜어댄다. 이 모든 작용이 나에겐 마치 반짝거리는 입자들이 아름답게 사라락ㅡ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언어의 너울거리는 춤과 같은 모습이랄까. (납득이 가는 표현을 하라......)


  글쓰기에 대한 흠모를 품어오다 우연히 브런치스토리에서 기획한 작가의 여정이라는 팝업전시를 가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게 전시를 즐기고 나오기 직전에 운영자께서 해주시는 설명 중에 한 줄이 생생하게 시각화되어 내 귀에 쏙 박혔다. "~까지 글 3개를 발행하시면 정식작가로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흠모와 더불어 9월에 사망한 첫째 반려견 장군이에 대한 이야기의 개요를 가지고 있던 나에게 그 한 줄은 살아있는 "문장 생명체"처럼 떠 올라 내게 왔다.


  나는 브런치 스토리의 정식 작가가 되어 글을 쓴다. 창작이라는 쓰린 맛을 보면서...  


  나에게 있어 "언어의 너울거리는 춤"은 여전히 일방적인 흠모이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흠모하면서 쓰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라 믿는다. 세상의 만물은 모두 다 그대로 존재할 때 아름답다고 했으니, 오늘의 나는 이 모습으로 아름다운 법.


  글이 나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나의 바람은 나로 하여금 글의 에너지를 느끼게 했고, 움직이게 했으며, 필연 같은 우연을 만나 마침내 그렇게 되었다.



  바라는 것 안에 방법이 담겨 있다고 한다. 새삼 내가 바랐던 마음들이 필연 같은 우연을 만나게 했고, '방법'이라 명명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함을 느낀다. 누구나 마음속에 바라는 것들이 있다. 간직하고 싶어 접어 놓은 책 귀퉁이를 사각거리며 부드럽게 펼쳐 만지듯,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모두 마음속의 바람을 살짝 열어 소중하게 보아주는 하루가 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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