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솔 Dec 02. 2024

새벽의 선물, 만족.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주말에는 독서모임을 하지 않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그대로 하는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전날 오후 9시에는 잠을 자야 한다.


  오후 6시 정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의 행동들을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설레는 마음이 든다. 그 설렘은 자기 전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 따뜻한 잠자리에 편안히 잘 생각, 다음날 아침 새벽을 맞이할 생각으로 빚어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크게 보면 자연의 리듬 안에 이미 순응함은 물론이고, 그의 흘러감에 발맞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고민하고 실제로 하는데서 설렘이 온다.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사부작사부작 대는 놀이 같달까. 자연이 허락해 주는 것 안에서 말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엇을 할지 고르는 생각들은 저녁을 먹고 글을 조금 쓰고 자야지, 또는 책을 봐야지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은 미리 데워놓은 따뜻한 잠자리로 들어가 부드러운 이불을 마음껏 느끼다가 잠드는 것이다. 반려견 누룽지가 따라 들어와 내 옆에 기대어 누우면 금상첨화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피곤하다, 또는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잘 인지해 보면 그런 생각은 정말 찰나이다. 그 찰나는 내가 다른 찰나의 생각ㅡ엇, 아냐 나는 일어나고 싶어, 나는 새벽 시간의 느낌이 정말 좋아!ㅡ로 뒤집어 버리면 금세 사라진다. 마치 순식간에 엎어치기로 KO 시켜버리는 것 같다. 경쟁에서 0.5초 만에 이긴 내 몸은 휘청거릴지언정 어느새 벌떡 일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당당할 일인가 느껴질 때도 있다. 내심 스스로가 웃기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런 생활들을 억지로 하는 마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늘 다음 날의 새벽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피곤에 쩌들어서 억지로 잠을 청하고 마지못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느낌과 기대감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고 알람이 울리면 기대하던 새벽 시간이 됐음을 인지한다. 고요하게 내 감각을 열어주는 새벽의 맞이가 너무도 소리 없이 장엄하여 일어나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늘 새벽엔 자동적으로 이런 나를 바라보게 했다. 늘 똑같이 커피를 내려 신나게 노트북과 책이 있는 방으로 들어오는데, 순간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나를 바라봤다. 난방비를 아낀다고 위아래 두 겹 씩 껴입고 두꺼운 양말까지 야무지게 신은채 발걸음이 가볍고, 찰랑거리는 커피를 쏟을까 봐 조심조심 들고 와 책상에 있는 티코스터에 소중하게 올려두고 있었다. (위에는 겉옷을 하나 더 걸친다. 한결같은 패션을 완성한다.)


  내가 좋아해서 새벽 시간에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새삼 이렇게 좋은가 싶었다. 비슷한 느낌을 찾아 설명하자면, 주말 초저녁즈음에 따뜻한 이불 다 세팅해 놓고 영화 한 편 보려고 앉은 것, 그리고 중요한 건 옆에 맥주와 과자가 싹 준비되어 있고 이미 다 씻은 상태라는 것!!ㅡ영화가 끝나면 추운 욕실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ㅡ것과 같다. 이미 다 씻은 상태라는 것에서 너무 좋아 환호를 지를 수도 있는데, 크게 환호하기보다는 내면으로 '우후후~' 정도 한다면 느낌은 더 비슷해진다.


  그렇게 책상 앞에 앉아 책과 내 앞에 켜진 노트북 화면, 그리고 고요함에 한 걸음 다가가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멋진 하루의 시작이 매일 찾아오는 것 자체가 위대한 현상이기에 이름을 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름지기 이름을 불러 한 송이 꽃이 완성되는 것. 노션 페이지에 매일 일기를 쓰는데, 오늘 이런 내 느낌을 적어 내려가다가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노션 AI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AI에게 멋진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하니,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선택하신 문구의 맥락을 보니, 새로운 시작과 아침을 맞이하는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네요. 다음과 같은 이름들을 제안드립니다:   

"새벽의 선물"

"여명의 시작"

"새벽을 품다"

"동틀 무렵의 약속"

"새벽빛 일기"

특히 "새벽의 선물"이라는 이름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을 소중한 선물처럼 맞이하시는 모습이 글에서 잘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AI가 휴먼을 따라올 수 없는 것은 감정의 영역 아니었나?! "F" AI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벽의 선물"

이름을 정하고 나니, 새벽 시간이 정말 좋아 표현했던 마음에 뚜렷하게 모양이 생기는 것 같았다.



  오늘 새벽 자동적으로 내가 바라본 나의 모습은 "만족"이었다. 찰 만滿에, 발 족足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음에 흡족하며,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을 뜻한다.(주) 내 발까지만 차도 모자람 없이 넉넉한 것이 만족이다. 사소해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작은 내 움직임, 작은 내 마음가짐, 거대한 자연 속의 작은 내 하루에 마음은 흡족하고 충분하며 넉넉하다.  


만족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외부의 기준에 맞춰 나를 변화해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화라는, 성찰이라는 멋진 말 뒤에 나의 키 key를 외부에 넘겨줘버린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의 키를 내가 쥐고 있는 것.

그리고 그 키를 내가 정한 방향으로 서서히 돌릴 힘을 키우는 것, 내 삶의 항해를 피하지 않고 맞서서 해 나갈 힘을 키우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한 힘인지 가늠해 본다.


  새벽에 일어나기를 한 달, 그리고 12월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오늘도 역시나 받은 새벽의 선물에 기뻐하며 나의 키를 쥐고 스스로를 키우고 있음에 오늘 마음껏 칭찬한다. (지나온 길은 지나온 길, 가야 할 길은 가야 할 길로 남겨둔 채!)



  본 글은 지혜의 샘의 마지막 연재글이었습니다.

  나의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 독자를 위한다는 것, 무엇보다 매일 글을 발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또 귀한 일인지 경험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고되지만 귀한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고된 위치에 있는 것 같더라도, 나의 자양분이 되도록 차곡 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을, 미래의 더 큰 내가 되어 바라보면 이 또한 귀한 일이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길 기대하며, 그리고 우리 서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따뜻함의 여유가 있기를 기대하며 지혜의 샘을 마감합니다.

  새벽을 통한 저의 성장은 계속 될 것입니다. 성장해 가는 과정 그 자체를 기록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지만, 저는 사유와 사색에 시간이 필요한 느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에 맞는 호흡으로 다음 글을 기획해 보려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오늘 하루에 마음을 활짝 여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했습니다! ^ ^




(주)출처: 네이버 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