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omorrow comes!
"봄이 오면 걸어다닐 수 있겠죠?"
한의사 민영씨(가명)에게 나복순씨(가명)가 말했다. 복순 씨는 그녀의 집, 안방 바닥의 매트 위에서 진행되는 방문진료를 1년 정도 전부터 받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이제 지지대 없이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옆에 있던 지인분이 먼저 자랑하듯 말하기는 했지만 복순씨는 그것이 싫지 않은 듯했다. "언니 한 번 보여줘봐~ 홍홍", "됐어, 이따 치료 받고 나서.", "어 그래요? 보고 싶은데.", "음.." 그 지인 분과 민영씨가 번갈아가면서 복순씨를 종용했다. 결국 복순씨는 쑥스럽다는 듯 의자를 짚고 일어나, 뻣뻣하고 좁은 걸음으로 집안을 누볐다. 걸을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복순씨, 그녀는 봄을 말한다. 지지대 없이 꿋꿋하게 걸어다니는 봄을 말한다.
같은 날 나는 강주호(가명) 씨의 집도 방문했다. 미리 열어두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날이 춥죠?"라며 나와 민영씨를 반겨주었다. 그는 이불을 덮고 아주 살짝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아마도 내내 그렇게 계셨을 것이다. 주호 씨는 여느 때처럼 침 치료를 받으며 조금만 말했다. 그중 하나로서, 주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봄이 오면 정말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강주호씨, 그도 봄을 말한다. 바깥 풍경을 자유로이 활보하는 봄을 말한다.
반대로 추운 겨울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추운 남태령의 고개를 넘었습니다!"
이것은 남태령에서 발생했던 어느 싸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12월 21일 토요일에 진행되는 경복궁역 범국민 집회로 이동하는 농민분들의 트랙터(및 트럭 등) 행렬을 경찰차 버스가 막은 일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더 이동하지 못하고, 12월 22일까지 밤을 새운 대치가 벌어졌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경복궁역 집회를 마치고 바로 온 사람들도 있었고, 그 근처에서 술을 먹다가 바로 온 사람들도 있었고, 교통수단이 없어 생중계로 보다가 첫차를 타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22일 점심 즈음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오후 3시를 넘겨서 느지막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남태령역 출구로 나오자, 계단 바로 앞에서부터 "핫팩 가져가세요!!" 강매하듯 기부하는 사람들, -커피 가져가세요- 글자와 함께 커다란 냄비를 가져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엄청난 환호와 사람들의 행렬이 하나의 물결처럼 일렁였다.
사람들의 종이컵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난다. 누군가에게 한 봉투 묵직하게 건네받은 김밥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같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김이 피어난다.
마침내 길이 열리고 사회자는 말했다. 스무 시간이 넘도록 이곳을 지킨 시민분들의 힘 덕분이라고.
추워서 따뜻한 겨울이구나. 혹독하기 때문에 더 뜨겁게 불을 지피는 겨울이다.
희망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로 우연처럼 생기거나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희망을 지키고자하는 태도는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그것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순간을 당연하게 전제하기 때문이다. 즉 희망이 있으면서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존재와 부재가 공생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귀하는 무엇을 꿈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