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눈이 간지러운 하루였다.
커튼 사이로 흐린 빛이 들어오던 새벽 5시 반에 잠들고 짧은 꿈도 꾸었다.
잠들기 전까지는 어둠 속에서 노트북을 했다.
토시 하나를 조심했던 장문의 사과문을 쓰면서 눈은 긴장했다.
그리고 단지 조금 더 밝아졌을 뿐인 8시의 아침을 맞았다.
하루가 시작되고 어떤 형태로든 나의 업보가 내게 돌아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뒷말이나 불신이나 억울함 같은 것들에 대처하는 법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미안한 네게 다가가 정면으로 껴안고 사과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부러 넘치러들지 않게 표현할 뿐.
넘쳐버리면 오히려 기만 같기 때문에 고민하고 더욱이 주저할 뿐.
종일 너를 보며 나는 굳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제대로 웃지 못하고 열감이 있는 머리만 짚다가, 친구가 있는 집으로 와 낄낄대며
나는 눈의 간지러움을 알아챘다.
나의 무기력함은 허무가 되고, 허무는 무정함이 되었던 지난날.
조금의 불행, 조금의 불운으로도 금세 선을 넘어버릴 듯한 우리의 치열한 삶은
각자의 슬픔과 분노와 위안을 품고
바쁘게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끝내 좋은 사람이기를 택한 네게서
이기적 이타심 비슷한, 나와 같은 지점을 발견한다.
나를 용서했다는 너의 말은 거짓말 같지만
내게 다시 다가오는 너의 행동은 진짜인 것 같다고 넘겨짚는다.
인공눈물을 눈에 넣고, 너를 떠올리며 글을 썼다.
어느 순간부터 간지러움은 잦아들고 이젠 지난 일을 잊는다.
* humor & human
농담(humor)의 어원은 액체, 혹은 눈물이나 땀 등의 체액을 말하는 라틴어 humor(휴모르)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예전에 봤던 책에서는 '분위기를 촉촉하게 하다(hume)'는 표현에서 발생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다시 검색해 보니 나오지 않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그건 틀린 것 같다.
한편 인간(human, homo-)은 땅, 흙을 뜻하는 humu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휴모르는 인간(human)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 인공눈물 후기
인공눈물을 처음으로 사용해 봤다.
물방울을 몇 번 떨어트려보니 이제 눈을 덜 깜빡이게 되었다!
무서워 비명도 지르고 눈살로 피해도 보며 작은 두려움과 스릴을 오랜만에 느꼈다!
소소한 도전을 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