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환경르포 후일담
갈매기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갈매기를 자세히 본 적도 없었지만 은연 중에 못생긴 새로 여겼던 것 같다. 비릿함이 풍기는 항구 혹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배 위에서 갈매기를 봤던 사람이라면 나와 생각이 비슷할 것이다. 손에 든 새우깡을 휙 채가는 갈매기를 보며 신기해하거나 달려드는 수마리의 새뗴가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울릉도에서 180도 달라졌다. 사람의 손떼가 묻지 않은 울릉도의 바다에서 서식지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갈매기는 자연의 숭고함과 아름다움 자체였다.
울릉도에 서식하는 갈매기의 정확한 이름은 '괭이' 갈매기다. 오직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갈매기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바닷가라면 어디서든 쉽게 목격되는 종이다. 이름에 괭이라는 말이 붙은 건 울음소리 때문이다.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로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고양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괭이갈매기로 불린다. 울음소리가 워낙 특이하다보니 옛 어부들은 불빛이 없는 밤이나 안개가 자욱한 날 괭이갈매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육지가 대략 어디쯤이겠구나 파악했다고 한다.
괭이갈매기가 울릉도의 터줏대감인 것도 이유가 있다. 괭이갈매기의 대표적인 번식지가 바로 울릉도와 독도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에서 괜히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이라는 가사가 있는 게 아닌가보다. 괭이갈매기는 보통 사람이 없는 무인도에서 집단 번식을 하는 습성이 있다. 이른 봄에 1~4개의 알을 낳고, 8월이면 어미새와 아기새 모두 번식지를 떠나 본격적인 바다 생활을 시작한다. 도시화 속도가 느린 울릉도와 사람이 없는 독도는 괭이갈매기에게 그야말로 완벽한 조건을 가진 번식지였다.
그런데 울릉도가 점점 괭이갈매기가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과거보다 도시화가 많이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터전을 잃고야 있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괭이갈매기의 터전이 완전히 사라질까 걱정될 정도다. 직접적인 원인은 울릉공항 건설이다. 울릉도는 서울 거주민 기준으로 10여시간을 소요해야 도착할 정도로 외딴 곳에 위치해있다. 가는 방법은 포항에서 배를 타는 방법 뿐이다. 그마저도 파도가 거칠면 배편이 취소될 수도 있다. 울릉도 지역경제를 위해 관광객을 늘리고 싶지만, 교통편이 여의치 않다보니 공항을 짓는 셈이다.
공항 운영이 시작되면 울릉도까지 가는 1시간대로 확 단축된다. 현재 울릉도에는 매년 4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100만명까지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울릉도와 관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괭이갈매기에게는 재앙 그 자체다. 서식지가 사라지는 문제도 있지만 더 큰 위험은 버드 스트라이크다. 버드스트라이크는 비행기와 새가 부딪히는 사고를 말한다. 비행기가 울릉도 주변을 수시로 드나들면 괭이갈매기의 충돌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지게 된다.
비행기가 날아오는데 괭이갈매기가 알아서 피하지 않겠냐, 하늘과 바다가 얼마나 넓은데 비행기가 그렇게 쉽게 부딪히겠느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괭이갈매기는 비행기를 피하지 않는다. 사실 많은 새들이 비행기를 회피하지 못한다. 통상 조류는 하늘에 떠다니는 물체가 30m 안에 들어와야 피한다. 새의 방향전환에는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굳이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물체를 보고 피하면 손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들은 나를 향해 비행기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어도 알아서 먼저 피하는 법이 없다. 사람이, 사람에 의해서, 사람을 위해서 만드는 구조물에 괭이갈매기의 생사가 왔다갔다하게 된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오래 달려 본 사람이라면 괭이갈매기의 충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괭이갈매기는 비행기보다 한참 느린 차량과도 충돌하고 사망한다. 울릉도에 멋진 해안도로가 건설되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괭이갈매기는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환경부 기자단과 버스를 빌려 취재현장으로 가는 길에도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버스기사님의 말로는 "머리가 좋아서 피했지, 정말 많이 부딪힌다"고 한다.
물론 울릉공항을 짓는 많은 관계자들이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괭이갈매기의 생사뿐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있는 승객들의 안전에도 중요한 문제여서다. 그래서 미리 괭이갈매기 몇마리들을 시범적으로 포획해 GPS를 부착했다. 괭이갈매기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는지에 대한 연구도 한단다. 새들의 동선과 고도가 파악되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위치나 시간대에는 비행기 운영을 피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개발에만 몰두하던 과거와 달리 환경의 영향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새를 피한다고 모든 환경 문제가 풀릴 것 같진 않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어디까지 침해해도 되는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비행기야 피한다 쳐도 사람의 파괴적 손길을 피하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몰려드는 100만 관광객의 쓰레기,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새우깡 먹이주기, 해안도로의 과속이 끝내 괭이갈매기의 생명을 위협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