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 막힐 때 AI와 함께 뚫어내는 XYZ축 사고법.
빠르게 리서치하고, 정리하고, 결과를 도출하고. AI를 처음 썼을 때의 그 놀라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몇 시간씩 걸리던 검색과 정리가 몇 분 만에 끝나고, 복잡한 논리를 정리해주는 일도 놀라울 만큼 매끄러웠어요. ‘와, 이거 진짜 사람 일의 일부는 대체되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내 손을 많이 덜어주긴 했지만, 사고를 깊게 해주진 않네? 특히 기획의 영역에선 그 차이가 더 뚜렷했어요. 기획은 빠른 게 전부가 아니니까요.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새롭게 연결하고, 더 정확히 꿰뚫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평소에 쓰던 사고의 구조, x·y·z축 사고법을 AI와 함께 실험해보기 시작했습니다. AI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기획자는 언제나 부족한 게 ‘사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우리가 하는 건 레퍼런스를 모으고, 트렌드를 추적하고, 시장을 스캔하는 일이죠. x축 사고는 바로 이 넓이의 축입니다. 가로로 펼쳐진 풍경을 최대한 넓게 바라보는 시선이에요. 저는 AI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이 산업에서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요소들을 나열해볼 수 있을까?”
"해외 브랜드 중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사례를 알려줘.”
“고객이 ‘말하지 않는 니즈’에 대응한 제품은 어떤 게 있었을까?”
AI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사례를 추출해주었고, 검색 키워드로는 닿을 수 없었던 업계 외부의 유사 케이스까지 연결해주었죠. 이건 단순히 빠른 요약이 아니라, 내 사고의 가로 길이를 확장해주는 일이었어요.
x축이 넓이라면, y축은 깊이입니다. 고객의 행동이 왜 나왔는지, 그 선택의 배경엔 어떤 맥락과 감정이 작동했는지를 파고드는 사고죠.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유, 행동과 감정 사이의 골짜기, 데이터 뒤에 숨은 불편함. 이런 건 직감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AI에게 다시 질문했습니다.
“경쟁 상품에서 고객이 이탈하는 주요 이유를 리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리해줘.”
“고객이 이 서비스를 사용할 때 느끼는 불안은 어떤 순간에서 가장 커질까?”
“충성 고객의 공통된 정서적 언어는 무엇일까?”
AI는 리뷰 텍스트, 커뮤니티 글, 사용자 인터뷰 요약을 통해 고객이 ‘정확히 언제’ 흔들리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고객이 가격 때문이 아니라 ‘비용 대비 감정적 확신이 부족해서’ 망설인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이 과정 덕분이었고요. y축 사고는 AI와 함께할 때 더 깊고 정교해졌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사례도 충분했고, 맥락도 분석했는데, 여전히 기획이 막힐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게 바로 z축 사고예요. 기존 구조 밖에서,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시선.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이 문제를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관점으로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이 제품이 아니라, 이걸 사용하는 사람의 하루 루틴을 중심으로 본다면?”
“이 기능을 일부러 없앤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AI는 전혀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해주었습니다. 기능 중심에서 맥락 중심으로, 제품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시장 중심에서 커뮤니티 중심으로. AI는 내가 갖고 있는 기존 사고 프레임을 살짝 흔드는 데 아주 유효한 파트너였어요.
이렇게 x, y, z축 사고만으로도 기획의 많은 부분은 풀립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객이 움직이지 않거나, 실행이 잘 안 되거나, 메시지가 약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올 때가 있었어요. 분명히 사고는 했는데, 도달하지 못한 느낌. 그때 저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지금 내가 설정한 z축이, 정말 이 목적에 필요한 축이 맞는가?”
이 질문이 저를 ‘목적에 따라 z축을 새롭게 설정하는 사고’, 즉 n축 사고로 이끌었습니다. n축 사고는 그냥 ‘하나 더 보기’가 아닙니다. 기존 프레임에 없던 새로운 축을 ‘기획의 목적에 맞게’ 스스로 정의하는 사고법이에요.
N축 사고의 예시들 – 감정, 구조, 반전… 목적을 따라 설계되는 맞춤형 축
감정 곡선 e축
기획은 괜찮은데 고객이 반응하지 않아요. 이때 ‘감정이 끊기는 지점’을 찾습니다. “고객의 몰입이 꺾이는 순간은 언제일까?” AI는 리뷰, 인터뷰 데이터를 통해 감정의 단절을 찾아줍니다.
커뮤니케이션 구조 c축
메시지가 약하게 들린다? “누가, 어디서, 어떤 맥락으로 이 메시지를 듣고 있지?”라는 질문으로 전달 구조를 재구성합니다.
실행 장벽 s축
기획은 멋진데 실행이 안 된다? 조직, 사용자 흐름, 의사결정 구조에서의 저항을 파악하기 위한 z축을 새롭게 설정합니다.
반전 실험 eX축
기획이 평범해 보일 땐, 익숙한 틀을 뒤집는 z축을 던져보는 거죠. “이걸 없애면?” “거꾸로 하면?” “고객이 원하지 않는 걸 일부러 시도하면?”
N축 사고는 ‘틀을 깨라’는 말이 아닙니다. ‘목적에 따라 사고의 틀을 스스로 설계하라’는 제안이에요. 기획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사고는 x축인가? y축인가? z축인가?
그렇다면 이 기획의 목적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어떤 축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까?
그 축은 감정일 수도, 리듬일 수도, 커뮤니케이션 방식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축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왜 지금 이 축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과정을 AI와 함께합니다.
AI는 내 생각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 사고를 확장하는 파트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