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체험학습 5: 빛을 수집한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by 마케터호야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월요일, 아침을 일찍 클라이밍장에서 맞이했다.


퇴사 전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방학에 접어들고서는 주에 1번 정도를 다녀오고 있다. 클라이밍은 나의 유이한(?) 운동 종목인데, 20대 후반까지 평생 어떤 스포츠 하나가 너무 재미있었던 적이 없던 내게 스포츠의

재미를 알려주었다.


덕분에 내 몸 하나는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생겨서 풀업 몇 개는 운동을 쉬고 있을 때도 할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20대의 내 몸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설 명절임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마침 연다고 하여 오후 일정은 아내와 박물관에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이 전시가 아니더라도 퇴사하며 국중박에 꼭 다녀오라는 동료들의 추천이 있었는데, 마침 아내가 존경하는 목사님 한 분이 선물로 준 티켓 덕에 가 볼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했다.



이번에 관람하게 된 전시는 빛을 다루던 수많은 화가들 중에서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리먼’ 가문 기증품 컬렉션.


전시 초기에 리먼 가문이 예술품을 모으게 된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리먼 브라더스'는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으로, 이러한 예술품을 모으고 기증하게 된 일은 우리가 아는 그 사건 보다도 한참 앞선 일이다.


알아보니, 본격적으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사를 맡으며 여러 작품을 박물관에 기증한 로버트 리먼인데, 이에 앞서 그의 아버지 필립 리먼에서부터 본격적인 예술품 수집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돈을 많이 모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뿌리인 유럽의 문화를 동경했기에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더 공고히 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예술은 아무래도 사람에게 깊이를 더해주는 지점인가 보다. 일과 돈과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와는 조금은 동떨어져있는, 그렇기에 더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명절 연휴임에도 박물관에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인 말고도 외국인도 꽤 많았는데, 막상 박물관 앞에 도착해 둘러보니 약간은 방문하기 귀찮은 지하철 노선에 있음에도 올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였다. 특히 건물 사이로 보이는 남산은 꽤 멋진 전경을 뽐내고 있었다.

박물관뿐인가. 입장한 전시관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 작품을 보려면 잠시 기다려야만 관람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박물관의 관람 경험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제한을 두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내와 에어팟을 나누어 끼고 이병헌 배우님의 목소리로 듣는 유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관람했다.

이 날 전시 작품 수는 80여 점. 그중 30여 점에 대한 가이드가 담겨있었다.


생각보다 모르는 작품과 모르는 작가가 꽤 많아 듣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의 ‘The Swing’

처음 가장 눈에 들어온 작품은 윌리엄 부그로의 연인 그림이었다. 부드러운 빛과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 외에도 빛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림은 멀리서부터 거의 광채가 났다. 그림에는 핀 조명만이 쏘아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림 뒤에 마치 백라이트가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빛을 발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연코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이다.


Edgar Degas 《Self-Portrait with a Friend (자화상)》

거울에 비친 자화상을 그린 에드가 드가의 작품 또한 독특했다. 어두운 색채로 자신을 그리고 뒤에 배경처럼 흐릿한 친구가 서 있다. 재밌는 것은 이 작품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줌-인(zoom in) 한 것 마냥 그러졌다는 것인데, 오른쪽 하단에 그려진 술병이 마치 반사된 것처럼 겹쳐 그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그림을 바라보는 내가 에드가 드가이고 술병이 마치 실제인 양 보이기도 한다. 몰입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Edouard Vuillard의 Luncheon 작품도 인상 깊었다.

정형화되어있는 화각에서 많이 벗어났다고나 할까?

요즘 찍는 음식 사진 마냥 삐딱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져 있는 게 재밌다.



르누아르의 작품들과 메리 커셋의 작품도 인상 깊었다.

메리 커셋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미국 여성 화가로서 인상주의 전시에 참여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며, 드가 등과 함께 활동한 핵심 멤버였다고 한다.

부드러운 붓질과 빛의 표현이 아름다웠다. 어린 소녀의 그림은 어찌나 귀엽던지!

모델을 정말 잘 골랐다.

마지막에 이어지던 그림은 풍경과 바다였다.

몽환적인 풍경이 마음속에도 물결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일상을 담아내는 19세기 회화의 변화


19세기 후반의 화가들은 단순히 형식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정형화되어있던 주제를 벗어던졌고,

붓질을 드러냈으며,

빛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림은 더 이상 따라야 할 규범이 아니라 각자의 시선을 증명하는 방식이 되었다.

즉 그림은 기술이 아니라 관점이 되었다.


이전의 것들을 인정해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로 가치를 만들어가야 나의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어떤 관점의 변화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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