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마케팅 1편
마케팅팀은 이번 달 리드 목표를 채웠습니다.
세일즈팀은 여전히 쓸 만한 리드가 없어 자신만의 영업을 하죠.
마케팅팀은 억울하고, 세일즈팀은 답답해요. 그리고 이 상황은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반복됩니다.
왠지 익숙하지 않나요?
B2B팀에서 마케팅팀과 세일즈팀이 삐걱거리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한동안은 저도 이게 단순히 팀 간의 이기심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내 일이냐, 네 일이냐와 같은 문제 말이죠. 의지의 문제, 협업 태도의 문제라고요. 이게 또 업무 영역 침범 같은 예민한 문제로 번질 수 있어서, 쉽사리 얘기를 꺼낼 수도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요.
그러던 어느 날, 새 해 목표 설정을 위해 한창 바쁘게 준비하던 때,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우리가 같은 단어를 쓰면서 매번 다른 걸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어요.
정의가 뚜렷하지 않던 때, 마케팅팀 입장에서 세일즈팀에 넘길 만한 리드는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 모든 사람이었어요. 웨비나에 등록한 사람, 홈페이지에서 뭔가를 다운로드한 사람, 주요 이메일을 열어본 사람. 누군지 파악이 가능하고 숫자로 잡히면 리드였습니다.
세일즈팀 입장은 달랐어요. 실제로 구매 가능성이 있는 기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국가가 맞아야 했고, 기관 규모가 맞아야 했고, 직책이 맞아야 했어요.
마케팅팀이 100개를 넘겨도 세일즈팀 눈엔 10개도 채 안 보였던 거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머지 90개는 애초에 리드라고 볼 수 없었으니까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공통의 정의가 없으니 리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기준이 없었어요.
세일즈팀이 바로 연락하기엔 너무 이른 리드,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까운 리드들이 CRM 한쪽에 조용히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리드들. 관심은 있는데 아직 명확한 접근 방법이 결정 안 된 사람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그 사람들이 준비가 됐을 때 우리가 먼저 연락할 방법도, 기억할 방법도 없었어요.
그들은 '붕 뜬 리드'일뿐이었습니다.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한 데 있었어요. 마케팅팀과 세일즈팀이 같은 자리에 앉아서 리드가 뭔지를 처음부터 다시 정의했습니다.
처음엔 간단한 Tier 시스템으로 시작했어요. 이상적인 고객군을 A, B, C로 나누고 국가, 기관 유형, 규모 등의 기준으로 분류했습니다. 어느 Tier에 해당하는 사람이냐에 따라 세일즈팀이 우선순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됐어요.
나중엔 이게 Salesforce의 Grading 시스템으로 발전했고, 여기에 행동 기반 Scoring을 더하면서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오래 우리 콘텐츠를 봐왔고 특정 제품에 관심을 꾸준히 보인 사람이 Score가 높게 잡히면, 세일즈팀이 "이 사람 왜 연락해야 해?"를 묻지 않아도 됐어요. Activity 기록이 이미 맥락을 설명하고 있었으니까요.
정의 하나를 맞췄을 뿐인데 생각보다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붕 뜬 리드'는 사라졌습니다.
세일즈팀이 바로 연락할 리드, 마케팅팀이 계속 육성할 리드, 아직 Prospect 단계인 리드가 구분됐습니다. 각자 뭘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어요.
Prospect의 점수와 행동 기록을 함께 전달하면서, 마케팅팀은 더 빠르게 넘길 수 있었고 세일즈팀은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안할지 바로 알고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닫는 질문
CRM 도입을 고민하거나, 마케팅팀과 세일즈팀의 협업이 잘 안 된다면 툴보다 먼저 이 질문을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리 팀에서 리드란 무엇인가?
한때 분명하다고 생각하던 기준도, 시간이 흐르며 바뀌거나 흐릿해지기 쉽습니다.
마케팅팀과 세일즈팀 각자 대답하게 해 보세요. 같은 말이 나오면 다행이고, 다른 말이 나오면 이제 지금이라도 거기서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