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직원의 동기부여, 개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by 마케터호야

오래 일하다 보면 반드시 오는 슬럼프의 순간이 있습니다.

흔히들 3년, 5년, 7년처럼 홀수 해에 위기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지나와서 보니 저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매번 다른 이유로 이 일과 일터에 대한 의문이 찾아오곤 했었죠. 그때마다 이유도 달랐고 해결할 수 있던 방법도 달랐던 것 같아요.

그 시기들을 돌아보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헤쳐나가게 해 준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었다는 것. 생각보다 작은 것들이 에너지를 만들어줬습니다.


위기는 이렇게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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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즈음, 새로운 멤버들이 우후죽순 합류하던 시점이었어요. 저의 경험과 입지에 대해 고민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뭘 잘하지? 이것저것 해보곤 있는데, 어떤 기여를 하고 있지?" 막막했습니다. 새로운 시도 자체는 재밌었지만, 내가 어디로 자라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 느낌이었어요.


5년 차, 이직을 처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시점이었습니다.

나름 가닥을 잡았고, 팀도 구조가 잡혔어요. 근데 작은 성공 경험들은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가까이 일하던 동료들이 떠나고, 내 취향을 알게 되면서 —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7년 차, 구조를 만들어가며, 팀을 새롭게 일구었습니다. 회사도 이전과 다르게 더 커진 성장으로 시장에 보여주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그럼에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더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떠나야겠다는 다짐은 변함없었고, 결국 2026년 1월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드라이브포스'는 작은 접점에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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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때그때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요?

돌이켜보니, 이것은 생각보다 작은 것들이었어요.


타 팀 사람들과 점심을 먹거나, 슬랙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면서 관심사가 겹치는 걸 발견하는 순간. 서로 맡고 있는 분야가 다르니까, 존중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 스파크가 튀기도 했어요.


한 때는 팀의 BI(Bioinformatics)/AI팀이 특허 준비를 해나가는 걸 보고, 사업부 차원에서도 특허 형태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 분기 동안 스터디해 본 적도 있었어요. 임상팀과는 웨비나를 많이 했는데, 온라인 강의에 대한 논의를 나누다가 실제로 이를 촬영해 올리게 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여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다른 팀의 일과 연결되는 걸 느낄 때, 묘한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미 좋은 채용 필터를 통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해내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북돋는 자극, 스타트업에서는 꼭 필요하죠.


동료에게서 오는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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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 다음 두 번째 마케팅 멤버가 합류했을 때 심리적인 위기감이 왔습니다.

저보다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거든요. 매사에 질문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 그렇기에 처음엔 경계했어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 나의 역할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경계를 풀고 함께 뭘 더 잘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사람 옆에 있으면서 저도 달라졌어요. 적극적인 에너지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게 되거든요. 좋은 동료가 드라이브포스가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회사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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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포스를 지속적으로 개인이 만들어 나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특별히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있던 곳에서 도움이 됐던 것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회사의 중심을 돌아보게 하는 희귀 질환의 날 이벤트, 서로 잘 모르는 회사 구성원을 만날 수 있던 랜덤 회식 등, 억지스럽지 않게 사람들이 섞여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외부 미팅과 업계 관계자 모임, 직무별 커뮤니티, 콘퍼런스. 마케터라면 콘퍼런스에 참석해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접하고, 업계에서 잘하고 있는 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개발자라면 컨퍼런스를 통해 최신 기술과 발전 동향을 통해 우리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기술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 다녀올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 열린 회사라면 이런 투자에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의 에너지가 바닥나는 주요한 원인은 내가 회사에서 제대로 쓰이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혹은 그 반대로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려 인정받고 잘 되고 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지칠 때, 회사가 시스템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위한 작은 접점과 업무 및 역할에 대한 인정이, 사람을 더 힘나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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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나의 공격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만드는 것.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옆 팀 사람과 점심 한 번, 관심사가 겹치는 동료와 나누는 대화 한 번. 그런 작은 접점들이 쌓이면 됩니다.


그리고 회사도 이걸 도와줄 수 있어야 해요. 의도적으로라도 사람들이 섞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내는 기여를 인정해 주는 것. 그게 좋은 사람들이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스타트업이라 다행이야 | 8편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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