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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Sep 20. 2023

출발점에 서다

시리즈 A 투자를 갓 마친 바이오 스타트업. 이제 시작이었다

5월 2일, 근로자의 날 바로 다음날, 첫 출근길을 나섰다.

입사 전 COO(Chief Operation Officer)님께서 자율복장이라고 안내해 주셨건만, 나는 우선 셔츠와 면바지를 단정하게 입고 출근했다. 출근 길이 꽤 더웠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재킷까지도 걸치고 있었던 것 같다.


여덟 시 반이 좀 안된 시간, 출근 인파를 뚫고 서울숲역을 빠져나왔다. 코어타임만 지정되어 있는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있어 10시까지 오면 된다고 안내받았지만, 이것 역시 첫날은 첫날이니 일찍 가보기로 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가봐야 알지 않겠냐 하며. 사무실은 서울숲역과 뚝섬역에서 가까운 공유오피스에 있었다. 공유오피스라니! 왠지 설렜다. 막연하게 꿈꾸는 스타트업의 라이프, 멋진 라운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정된 층에 올라왔다. 출입키가 없어 COO님께 연락드렸고, 곧 맞이하러 나와주셨다. "아, 단정하게 입고 오셨네요, 이렇게 진짜 안 입어도 되는데!"


자그맣지만 채광이 잘 되는 공유오피스 사무실로 안내받은 나는 그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조금씩 더워지고 있던 5월의 오피스에 먼저 출근해 있던 반팔과 반바지의 편안한 차림의 직원 서 너 명은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며 나를 반겨주었다. 아직 대표님을 비롯한 절반 정도의 직원은 출근을 하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회사는 정말로 자율출퇴근제를 철저히 지키고 있었고, 복장 역시 그랬다.


더위를 꽤 많이 타는 체질인 나도 곧 티셔츠와 바지, 아니 반바지 차림에 공유오피스 출입증을 목에 걸고 출퇴근하고 있는 어엿한 '스타트업 사원'이 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 어디 어디까지 와있었나?

나는 세일즈팀의 두번째 멤버로 회사에 합류했다. 당시 회사는 희귀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진단을 위한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이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한 문어발식 확장이나 피벗팅을 습관적으로 진행하는 바이오 회사들과는 달리 뚝심 있게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활로를 찾아 나가는 덕분에 '희귀 질환'과 '유전자검사'라는 키워드는 우리 것이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세일즈팀에는 생명과학과 유전학을 전공해 우리 회사와 가장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에서 이직해 온 소피아가 첫 멤버로 연 초부터 함께하고 있었다. 워낙 적은 인원이다 보니 세일즈와 마케팅의 업무가 딱히 나눠져있지 않았었고, 소피아와 나뿐만 아니라 대표님과 COO님도 관련 업무에 깊게 관여했다.


세일즈? 마케팅? 모르겠다 그 시작을 되짚어보자!

소피아와 내가 합류하기 전 회사는 막 시리즈 A투자를 마친 뒤였다. 한참 투자 유치를 위한 IR과 기술 개발 기반을 다지고 있었고, 여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해 서너 곳의 사무실을 전전했다고(?)한다. 우스갯소리로 볕도 안 드는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지낸, 실제로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때부터 있던 동료들은 종종 얘기한다. 진실은 그곳에 있었던 몇 사람만 알겠지만.


당연히 우리 회사의 초창기의 세일즈와 마케팅도 투자 유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 같다. SNS를 통한 소통과 보도자료 배포가 이를 보조하며 회사의 인지도 향상에 조금씩 박차를 가해주었다. 


내가 할 일은 뭐지?

SNS는 우선은 지나가려고 한다. 어차피 곧, 주기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테니까. 어쨌든 지금 내가 채용된 건 회사의 다음 스텝을 위함이었다.

입사 후 곧바로 나는 회사의 얼굴인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콘텐츠의 작성으로 참여하며 사업과 기술을 익혀나갔다. 그러면서, 그다음 단계인 우리와 협력 구도를 만들어갈 해외 고객을 찾는 업무에도 투입되었다.


갓 입사해 일도, 회사도, 기술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겠는가.

협업 툴 슬랙을 살펴보았다. 기술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은 이미 내가 오기 몇 달 전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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