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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Oct 21. 2023

 바이오 B2B 기업의 오프라인 마케팅

중동 지역은 결혼과 관련된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 뚜렷한 편이다. 우리는 이로 인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높은 유전질환 발생 가능성을 우리의 서비스가 해결 또는 예방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첫 해외 상업 전시회로 두바이에서 열리는 국제 의료 전시회에 참가해 작은 부스를 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경험해 보았던 오프라인 행사는 2019년 가을에 다녀온 학회 한 번에 불과했는데, 바로 해외의 상업 전시회에 대표인 구찌와 다녀오게 된 것이 기대되면서도 조금 긴장도 되었었다.


우리에게 국내 학회와 해외 전시회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는 학계 내 오피니언 리더(이후로 회사에서는 이들을 KOL: Key Opinion Leader로 부르게 된다)와의 관계, 초기 협력 고객인 의사 선생님들과의 관계, 참여 중인 사업 이름 하에 참석하는 관계적인 목적이 컸으며, 해외는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고객이나 유통업체와의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함이었다.


두바이에서 매년 열리는 Arab Health 와 Medlab Middle East는 중동의 대표적인 두 의료 전시회로 이어서 개최된다


그리하여 떠나게 된 출장,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두바이에서 열리는 중동 시장에서 가장 큰 의료 전시 중 하나인 Medlab ME(Middle East)에 대한민국 국가 부스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OKR 도입, 우리는 전시회 하나도 허투루 참석할 수 없었다

회사는 Google에서 사용한 목표 설정 방식인 OKR을 2019년부터 도입했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회사에 맞추어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리 역시 전시회 방문을 위한 목표를 세웠다.


구찌와 세운 OKR(Objective & Key Results) 목표는 80명 이상의 부스 방문 및 리드의 획득. 첫 참석이라 우리 내부의 기준은 없던 터라, '직전 해 부스 당 평균 방문 고객(리드 수)이 40명이었다'는 PSR(Post-show report) 발표를 활용해 이보다 2배 높은 공격적인 숫자로 목표를 세웠다. 

결론적으로, COVID-19 때문에 줄어든 전시 부스 수와 방문객 숫자의 영향은 있었지만, 처음 참가하는 회사로서 적극적으로 방문객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100명이 훌쩍 넘는 방문객들의 연락처를 모을 수 있었다.


우리 회사 목표 설정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OKR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상세히 다루어 보겠다.



배우게 된 사실, 알게 된 현실. 

첫 해외 전시회 방문이라는 데 의의가 있었던 전시회는 바이오 업계에서의 진단 목적 유전자검사의 인지도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수 만 명이 방문하는 수 백개 업체가 참석하는 전시회에 유전자검사나 기기가 아닌 우리와 같은 진단 서비스를 다루는 회사는 10개 안팎에 불과했다.


또한, 어느 전시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100명이 넘는 방문객 중 이후 협력 가능성이 보이는 담당자는 1/4 이하로 적었다. 방문을 결정한 우리 역시 현지 시장 상황을 학습하기 위해 나갔던 것이기도 하기에 적극적으로 협력을 만들어나갈 계략이 부족했다.


귀국 후 빠른 팔로업으로 중동 내 유통사 확보를 노렸지만, 결론적으로, 3월부터 본격화된 COVID-19의 유행은 이 모든 것을 잠정 중단 상태로 만들었다.


수개월에 걸친 팔로업은, 이후 3년간 이어지는 팬데믹으로 인해 잠정적으로 멈췄다. 서로의 안위를 기원할 수밖에 없었던 때.



오프라인 마케팅, 어디서나 다 똑같이 해도 될까?


이어지는 2021~2022년에는 우리 회사의 기술 및 사업과 깊은 관련이 있는 국제 학회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다. 처음에 우리는 국제 학회 역시 의사와 연구자가 다수 참석하기 때문에, 우리 영업 대상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인원과 함께 기술과 서비스 소개자료를 준비했지만, 세 곳의 주요 국제 학회에서 모두 고객 확보라는 기준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서 우리가 각 행사의 특징과 각 행사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확실하게, 각 카테고리별로 그에 맞는 목적과 결과를 예상해야 하고 준비해야 한 다는 것을 익혔다.

 

국내 학회

- 학습한 특징: 영업보단 관계

- 목적: 국내 고객과의 관계 유지 및 소개를 통한 신규 고객 확보

국제 전시회

- 학습한 특징: 바이오 내에서도 작은 분야이므로, 진짜 우리 고객을 고객을 만날 가능성은 적다

- 목적: 현지 시장에 대한 경험이 많은 유통사와의 관계 형성

국제 학회

- 학습한 특징: 여전히 국제무대로 나가도 좁은 학계(업계). 잠재 고객이 있는 곳은 아니다

- 목적: 꾸준히 참석하며 업계에서 가시성을 높이고, 학술 발표로 기술 우수성을 입증.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히!



절박한 자들에게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수 만 명이 방문하는 두바이의 대형 전시회에서 열심히 부스를 지키던 때, 점심시간이나 부스 마감시간에 가까워오면 인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를 싹 비웠다. 바이어들은 잠시 휴식이나, 조금 더 깊은 사업 논의를 위한 미팅을 하고 있을 터였다. 이쯤이 되면 우리 부스도 꽤나 한산해졌기 때문에 둘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 시간이 되면 대표님이나 나는 번갈아가며 부스를 떠나 다른 업체를 구경하거나 찾아다녔다.


여러 부스를 봤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느긋하게 부스에 앉아있는 회사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그 분들은 누구든 와도,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이 노트북을 두들기거나 핸드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련히 찾아오는 사람들이 필요하면 말을 걸겠지" 생각하고 있는 것 처럼.


부스 위치나 형태에 따라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을 들여 전시회에 참가해야 할 텐데, 그저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우리의 상황과는 거리가 매우, 매우, 멀었다. 투자에는 명확한 목표와 결과가 따라야 했다. 설상 그 시도가 실패한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부스를 감시하고 앉아있는 것은 아니니 그들의 모습을 100%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순간에 왜 그들 부스에 아무도 없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후발주자, 언더독, 뭔가 다른 전략


이때부터 나갔던 모든 해외 전시회/학회에서 우리는 언더독(underdog: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내었다. 적극적인 소통, 눈에 띄는 부스 디자인과 기념품, 캐주얼한 차림의 누가 봐도 젊은 구성원들을 필두로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우리만의 모습을 갖추어갔다.


학회 방문객의 포스팅. 한국에서 온 작은 회사임을 가감없이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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