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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읁 Dec 28. 2021

마케터의 역량에 대하여

최근까지 마케터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예비마케터-들을 상대로 소소한 멘토링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내가 너무 잘나거나 완벽한 마케터라서가 아니다.


마케터가 되고 싶었지만 그 어떤 취업에 대한 정보도, 직군에 대한 R&R도, 마케터에게 요구하는 역량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던. 24살의 나와 같은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왜 그런 오지랖(?)을 부리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1-2년 전부터 어렴풋이 느껴왔지만 5년차로 접어드는 지금, 내 주변에 '마케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도대체 왜 마케터는 많은 것 같으면서도 없는걸까?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

(모든 직군이 그러하듯..)



나는 최근 이직을 했다.

아, 엄밀히 말하면 퇴사를 했다.


진로도 고민하고 건강도 챙기던 와중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전 직장에서 내가 정말 존경하던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리지, 혹시 취업했어요?"라고. 이 연락을 받았을 때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였다.


1) 어디선가 내가 취업했다는 소문을 건너 건너 들었다.

2) 아직 취업 전이면 우리 회사 면접 볼래?


사실 바라기만 할뿐 2번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할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는데(?), 팀장님이 이직한 회사 마케팅팀에 T.O가 났고 팀장님은 나를 떠올리셨다고 했다. 물론 오퍼 아닌 오퍼를 받았어도 남들과 똑같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면접을 봐야하는 과정이라 오히려 '아는 사람'을 통해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다시 취업을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몇번을 거쳐왔던 경험임에도 걱정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케터로써 내 포폴이 과연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뭔가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하는 점은 없을까? 잦은 이직이 마이너스로 다가오진 않을까? 이 회사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하는 걱정이 우수수 내려온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 포트폴리오도 다시 업데이트 하고 내가 여태까지 경험했던 일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는지 열심히 어필했고, 최종합격 이후 바쁜 일상을 보내다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오늘은 우리 팀에서 마케터를 추가 채용할 계획을 앞두고 나에게 먼저 주니어 마케터 중 추천할만한 지인이 있는지를 물었는데 떠오르는 사람은 많았지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적었다. 그들이 못해서가 아닌, 우리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생각하다 보니 말이다.



마케터가 갖춰야 하는 역량과 요구되는 역량


멘토링을 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마케터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나요?'다.

이건 사실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 받을 때마다 매번 곤란하다.


마케터도 사람인지라 개인차가 심하고, 어떤 회사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그들이 갖추게 되는 역량이 다르다. 그건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자 아이덴티티이기도 한데 신입이던 경력자던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과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의 핏이 맞아야 한다.


나의 예를 들자면- 

나는 직전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을 했다. 특이한 점은 콘텐츠를 메인으로 하며 다른 마케팅 업무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온드미디어, 브랜드캠페인 등 정말 '콘텐츠'만 다루는 것이 나의 역할이였으며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바이럴 마케팅은 해당 업무만을 진행하는 인원이 따로 있어 내가 손을 뻗는 순간 그들의, 그리고 서로의 R&R을 침범하게 되는 꼴이 되었다.


물론 장점도 많았다. 한 분야만 다룬다는 것은 그 분야를 깊게 파고들 수 있다는 건데 나는 방송작가/에디터 출신의 팀장님에게 직접적으로 일을 배워 브랜드의 니즈에 맞춘 블로그나 포스트 콘텐츠 등을 예전보다 훨씬 잘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에디팅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지금 재직중인 회사에서 면접을 보기 전, 채용 사이트에 업로드된 기업이 요구하는 마케터의 역량을 읽어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직전 회사가 첫 회사였다면 나는 이 면접을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였다. 지금 회사의 업종도, 비전도, 볼륨도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이곳은 '온라인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을 찾는게 아니라 '통합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SNS/인플루언서/바이럴/온라인 콘텐츠 등 뿐만 아니라 X배너/매장 내 POP/DID/옥외광고 등 온, 오프라인 마케팅 전반을 두루 할 수 있는 사람을, 그런 역량을 가진 마케터를 찾고 있던 것이다.


더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이 회사와 맞지 않아'라고 판단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마케터로써의 역량이 부족한 사람일까?


전혀 그렇지 앟다. 누구나 잘 하거나 특출난 분야가 있고 강점이 있는 만큼 약점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이 '역량'이라는 단어 안에 갇혀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콘텐츠 기획을 잘 하는 마케터가 있다면 광고/성과 등 퍼포먼스를 잘 내는 마케터가 있고, 인플루언서/파워블로거/카페 등을 능숙하게 핸들링할 수 있는 마케터가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해서 바운더리를 넓힌 마케터는 있지만 처음부터 역량을 모두 갖춘 마케터는 없다.

그저 실무 경험이 우리를 성장시킬 뿐이니 슬퍼하지도, 좌절하지도 말아야 한다.



마케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리 경력이 많이 쌓여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트렌드를 트래킹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우리에게 트렌드는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플랫폼은 끊임 없이 쏟아진다.



그래서 여느 게임처럼 "만렙이다!"를 외칠 수 있는 직군이 아닌, 오랜 시간 그리고 매일 매일 성장할 수 있는 이 직업을 나는 사랑한다.

마케터를 꿈꾸는, 그리고 마케터로 일하는 모든 이들 또한 같은 마음이길 바라며.


오늘도-라기엔 너무나 간만에-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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