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프로모션 시작하자, 상세페이지 좀 만들어줘."
"이번에 진행하는 행사 홍보물 제작 요청드립니다."
"내용은 마케팅팀에서 알아서 잘 넣어주세요."
...? (내가?)
기획, 그리고 기획안이란 마케터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콘텐츠-브랜드 마케터에게는 말이다.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해서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겠다. 광고 소재도 결국 기획에서 오니까.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도 기획에 약한 사람들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1차 기획안을 보고 디벨롭을 하는 일은 어려워하지 않지만 초반 기획, 그러니까 빈 화면에서부터 시작해 레이아웃을 잡는 일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서는 '신제품 프로모션'이라는 큰 아젠다만 던져줄 뿐 어떤 이미지를 넣을 것인지 어떤 카피를 사용할 것인지, 텍스트 위치와 크기, 로고 위치까지 모든 것들을 마케터가 직접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마케터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핀터레스트에 상세페이지 디자인만 검색해도 무수히 많은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정말 다양하고도 각기 다른 디자인들이지만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비슷한 레이아웃 구성이나 비슷한 분위기-카피라이팅, 사진 구도 등-를 풍기는 상세페이지들을 볼 수 있다.
다 사람이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다 보니 천차만별이면서도 비슷할 수밖에 없겠다마는, 그 속에는 아주 미세한 룰이 있다.
유사-관련 업종, 특히 고객 타깃이 같은 브랜드의 콘텐츠들은 모두 결이 비슷하다.
(저작권 의식이 아예 없는 카피캣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언급 및 상종할 가치가 없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해당 타깃층이 반응하는 콘텐츠가 바로 잘 먹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고
둘째, 동종업계에서 카피가 아닌 인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피와 인용은 엄연히 다르다. 다른 브랜드, 그것이 비록 경쟁사일지라도 잘 만든 콘텐츠는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도 저런 거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며 해당 콘텐츠를 뜯어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의 카피와 레이아웃을 그대로 베껴오면 카피가 되는 것이고 우리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게 변형하여 잘 흡수하면 인용이 되어 새로운 콘텐츠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겹게 이야기하지만,
기획을 잘하는 마케터는 결국 레퍼런스를 많이 들고 있는 마케터다.
마케터로 일한 지 5년에 접어들면서 뼈저리고도 깊게 느끼는 것은 레퍼런스를 찾는 일이 무조건 업무의 일환이 되며 그 업무는 마케터의 하루 일과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레퍼런스라는 것은 마케터에게 끝없이 불어나는 재산과도 같다. 그러니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재산을 부지런히 모으길 바란다.
일하는 마케터가 아닌, 일 할줄 아는 마케터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