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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읁 Aug 23. 2022

마케터는 마케팅만 해야 한다.

마케터로 입사해 다른 업무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당신에게

내가 참여하고 있는 K-마케터 단톡방의 흔한 대화



마케터로 입사했지만 내가 MD인지 마케터인지 헷갈린다면


신입이던, 경력이던 '마케터'로 입사해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마케팅이 아닌 다양한 직무의 일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이야기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특히 스마트스토어/오픈마켓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는 브랜드에서 일하는 마케터들이 굉장히 자주 경험하는 일이며 인하우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내가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에 다닐 때에도 우리 팀의 일이 아닌 일을 숱하게 하곤 했으니.


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모든 오픈마켓과 스마트스토어를 함께 운영했다. 물론 나는 이 회사에 '브랜드 마케터'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통해 입사했다. 신규 브랜드 런칭을 위해 초반부터 빌드업하고, 브랜딩을 모두 도맡아 할 마케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사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회사는 내가 브랜딩 하는 것 외에도 다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고, 나는 입사 6개월째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너는 잘하니까, 온라인 MD 업무도 병행해보자.
마케팅이랑 판매는 종이 한 장 차이야.



근데 돈 더 줄거 아니잖아



마케터가 일명 '잡부'로 전락하기 위한 시작은 항상 이런 걸까? 


나는 이 제안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고, 각 직무의 R&R에 대하여 2주 동안 회사와 실랑이를 했다(...) 뭐, 어쩔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퇴사를 하거나 적당히 업무량을 협의한 후 받아들이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때의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긴 실랑이 끝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까지만 맡기로 했었다.


그런데, 마케팅과 판매가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아니라 나의 욕심,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회사에 부려지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닌가. 우습고 놀랍게도, 나같이 승부욕이 강하고 성취욕이 있는 인간은 '잘한다. 만능이다. 네가 없으면 안 된다.' 라는 말을 들으면 더 잘하고 싶고, 더 완벽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어느샌가 나는 상품 등록부터 판매, 하루에도 몇 번씩 네이버 쇼핑 최저가 조정, CS까지 욕심을 내 스스로도맡아 하고 있었고, 그 순간 회사가 원하는 '잡케터'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퇴사를 결심하게됐다.



그리고 그 다음 회사에 입사해야겠다! 라는 결심을 한 것은, 면접 때 들은 '이 질문' 때문이다.



과거에 썼던 글이라.. 그 회사에 다닐 때 사진.



만약, 다른 팀의 일이지만 본인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옛날이었다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보았을 것 같다"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회사를 겪고 나니, R&R*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서로 예민한 문제인지 알게 된 나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회의나 업무 요청 등에서 의견을 구하는 자리가 있다면 아이디어를 내는 정도는 해볼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R&R을 명확히 분리하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분위기의 회사를 찾는 것도, 그런 분위기의 조직이 되는 것도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무심코 던진 '아이디어'는 상대방에게 오지랖이 될 수도 있으며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요즘 다 이런거 하던데." 등의 말은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굉장히 무례한 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면접에서 들었떤 저 질문 자체가 이 회사가 R&R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회사에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3주 뒤, 나는 스파크플러스 콘텐츠 마케터로 입사했다. (지금은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다.)



*R&R (Rloe and Responsibilities) : 역할과 책임, 직무 별로 정해진 역할이 있고 나는 매번 말하지만 이를 침범하고 당하는 것이 싫다.





사실, 신입 마케터나 1년 차 마케터들- 특히 사수가 없는 마케터들은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마케팅 직무가 아닌 다른 직무를 떠넘기는 회사를 퇴사하려고 마음먹어도 경력 단절/공백이 걱정되고, 계속 다니자니 과부하가 밀려오는 것이다.


다른 직무의 일을 '경험'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지나치고 과도해지는 순간 진짜 내 직무를, 내 R&R을 깎아먹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온 세상 마케터가 만능도 잡부도 아닌, '마케터'로 불리길 바라며-

오늘도 글을 마친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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