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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팅 김이사 Jan 20. 2021

모유수유 고집하는 아내에게 화를 내다

젖병에 길들여진 신생아 완모에 성공하기까지

아내와 나는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었고, 고통을 감내하여 진통을 30시간 견디면서 버텼지만 재왕절개까지 하는 이른바 선불과 후불 고통을 이중으로 겪게 되었다.


비록 자연분만은 실패했지만 모유수유만은 꼭 시키고 싶었고 최대한 빨리 퇴원하여 병원에서 물리는 젖병을 떼어내고 싶었다


문제는 자연분만의 경우 2박 3일의 입원, 제왕절개는 7박 8일의 입원이었기에 아이가 젖병에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이었다(우리는 진통을 1박 2일을 더했었다)


퇴원을 하고 집으로 왔을 때는 이미 아이는 젖병에 익숙해져 있었고, 특히나 잘 나오지 않는 모유는 아이의 양에 턱없이 부족했다.


모유를 먹일라치면 거부를 하고 몸을 활처럼 뒤로 젖히며 자지러지는 아이를 보고 아내는 울어버렸고, 결국엔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었다




날 때부터 먹성이 좋았던 아이는 신생아실의 다른 아이들보다 20ml~40ml 정도는 더 먹었는데, 안 그래도 첫아이에 초유가 안 나오는 시기라 더욱 힘들어했다



'산후조리원을 갔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그곳에서 모유수유를 하는 건 더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병원에서는 유축기를 사용해서 아이에게 혼합수유를 했었는데 역시 양은 턱없이 부족했고, 분유와 모유가 9 : 1 정도의 비율이었다.



집에 와서도 같은 양상이었고, 모유수유를 하려고 20~30분을 씨름하고 다시 분유를 먹이는 게 마치 자연분만으로 30시간 진통하고 제왕절개를 했던 일의 오마주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분유를 양껏 먹이면 잘 자는 아이를 보면 이 고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조금씩 줄어드는 분유량을 보면 모유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고 이제는 젖병을 떼는 것을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유수유를 생각했기 때문에 유축기로 짜낸 모유를 일반 젖병에 줄 순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쉬운 젖병에 의지하고 말 테니.



그래서 영국 제조사가 만든 타미티피라는 엄마 젖꼭지와 같이 빨기 힘들게 만들어진 젖병을 구매해뒀었고, 거기에 유축해둔 모유를 넣어 수유를 했었다.


그러면서 젖병을 떼는데 이번엔 피딩 튜브라는 걸 이용해 보기로 했다. (피딩 튜브는 젖병에 든 분유를 링거처럼 연결해서 아이가 빨아야 먹을 수 있는 도구이다.)



잘 안 나오는 모유를 피딩 튜브로 보완해서 젖양을 맞추고 아이에게 엄마 젖에서도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게 하였다.



그렇게 3~4번 정도 울며 달래여 젖병을 완전히 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설거지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되게 되었다. 할렐루야~!


피딩 튜브를 사용하는 동안 아이는 힘차게 빨게 되는데 그때 아내의 젖이 돌기 시작했고 울혈과 뭉침 또한 풀리고 있었다



그때 아내는 다시금 욕심을 부려 완모(완전히 모유만 수유)를 하기로 하였고, 나 또한 바라던 바였기에 시도를 해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역시나 모유로는 부족한 젖양을 보충할 수 없었고 배가 고픈 아이는 쉴 새 없이 울어 젖히기 시작했다.



수유를 하면 보통 2~3시간 정도를 자는 아이가 아예 잠들지도 않고 울며, 1~2시간 뒤에 모유가 조금 차서 먹여도 발버둥 치며 더 배가 고파진 아이를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밤새 아이와 씨름하며 잠을 못 자고, 웅크린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 허리와 어깨, 손목이 욱신거린다는 아내를 보며 드디어 인내심이 폭발하고야 말았다.



"내 아이도 소중하지만 당신보다 중요하진 않아요"



당장 분유를 먹일 기세로 부엌으로 나가려는데 아내가 말리면서 그래도 조금씩 괜찮아진다며 조금만 버텨보자고 하였다.



아이도 울고 아내도 울고, 나 또한 울컥했는데 이때만큼 힘들었을 때가 있었을까?



몇 번의 수유 텀을 넘기니 아이도 이제 젖병은 진작 기억에서 사라졌고 더 열심히 빨지 않으면 양이 충족이 안되니 점차 진심으로 빨기 시작했다.


배부르게 먹고 만족한 표정

그렇게 만 하루가 지나 아이는 완전히 모유에 적응을 했고 태어난 지 열흘, 집에 온 지 사흘 만에 완모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완모에 성공하게 되었지만, 너무 힘들었던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엄빠들은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완모를 해낼 수 있길 바라며, 이때 아빠의 서포트가 무시 못한다.



아내는 온전히 모유수유에만 집중할 수 있게 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설거지와 청소, 기저귀 갈이, 아이 목욕, 달래서 재우기 등등을 해줘야 하기에 많이 힘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모를 고집하는 것은 다 그 이유가 있는데 그 장점이 어마 무시하기 때문이다.



완모는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단점 또한 무시 못하는데 다음 편에서 모유수유의 장단점에 대해 나누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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