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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팅 김이사 Nov 20. 2021

J, 마케팅을 공부하다

전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marketerkim/41



H와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카톡으로 링크를 받았다. 자기가 듣는 강의인데 초반에 마케팅에 대해 개념을 잡기에 좋다고 했다.


'거기 가시면 마케팅 기초라는 강의가 있을 거예요. 그거부터 들어보세요'


H가 보내준 링크를 클릭하니 청년 마케팅 사관학교라는 홈페이지가 나왔다. 메뉴에 있는 강의 카테고리에 가니 다양한 강의가 있었고 H가 말해준 강의가 제일 위에 보였다.


'이건가.. 아무래도 기초강의라 위에 있나 보네'




20분이 안 되는 짧은 강의였지만 대단히 도움이 되었다. 당장 쓸 수 있는 그런 기법들을 알려주는 강의는 아니었지만 마케팅이 내 사업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방향이 정해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개략적으로나마 알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바로 이어서 다음 강의를 듣고 싶었지만 어떤 걸 먼저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직 홈페이지가 완전히 꾸며진 게 아닌지 강의도 많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일단 오늘 들은 강의를 한번 되짚어 보기로 하였다.


강사인 마케팅 김이사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 고객이 없는데 어떻게 고객을 정하는 게 좋은 것일까? 


그리고 단 한 번도 고객이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제품을 사입해서 온라인 스토어에 올렸을 때 그저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린 것 외에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해 본 적도 없었다.


'애초에 고객을 생각하지 않고 내 기준으로 제품을 선정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로 상세페이지를 꾸몄었지..'


방 한구석에 쌓여 있는 제품 상자들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최근 홈트레이닝이 유행한다고 해서 도매시장에서 사놓은 용품들이었다. 이전 온라인 스토어 강의에서는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제품을 가지고 와서 사용하는 모습을 찍어서 올리면 잘 팔린다고 했는데 그게 아녔나 보다.


'아니지? 오히려 고객의 입장이라면 사용방법을 알고 싶을 수도 있으니 내가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는데? 그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지?'


유입 단계에서 고객을 충분히 궁금하게 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전환 단계에서 고객을 충분히 혹하게 못한 건지 잘 모르겠다.


'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




"먼저 와 계셨네요~"


"네, 저야 뭐 늘 여기서 일하니까요"


저녁쯤 되니 H 씨가 카페로 왔다. 혹시 카페 사장님 때문에 눈치가 보일까 봐 다른 카페에서 만날까도 생각했지만 H 씨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저.. 혹시 사장님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우리 둘이 이렇게 있는 거"


"우리 엄마요? 글쎄요..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해봤는데. 우리 연애하는 거라 오해할까 봐 걱정되시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거 오히려 좋아하시니까"


너무 일에만 빠져 살다 보니 연애를 거의 못했다는 H 씨를 오히려 카페 사장님이 연애하라고 부추기는 느낌인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아닐 텐데.. 지금 백수처럼 지내는 걸 아는 사장님이 나 같은 놈이랑 딸이 연애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J 씨 듣고 계세요?"


아차, 또 딴생각하느라 놓쳤구나.


"아..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죠?"


"J 씨라면 이거 사시겠냐고요" 


아 맞다. 내가 고객이 되는 거였지? 근데 제품이 뭐였더라?


"그 반려동물 정보 앱인 거죠?"


"네, 내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필요한 것들을 알려줘요. 나이, 성별, 강아지라면 견종을 입력하면 예방접종 일정을 알람 형태로 알려주거나 유행병이 돌 시기에는 경고도 해주고, 특정한 견종에게만 따로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는 서비스예요"


"와! 대단한데요. 이걸 H 씨가 다 만들었다고요?"


"아직 만든 건 아니고 MVP를 만드는 중이에요"


MVP? 처음 듣는 용어가 나왔다. 


"Minimum Viable Product의 약자인데 최소 기능 제품이라고 해요.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을 말하는데요. IT나 스타트업 쪽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용어예요"


"아.. 그렇군요"


H 씨는 엄청 똑똑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대단한 사람이구나.. 반면에 난..


"일반적으로는 잘 안 쓰는 용어죠, 모를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 회사 가서 들었을 땐 뭔지 모르고 아는 척 고객만 끄덕이고 나중에 화장실에서 검색해본 기억이 나네요"


해맑게 웃으며 풀어주는 H 씨가 고마웠다.


"어쨌든 지금은 다른 서비스를 추가하기 전에 이 정도 서비스만 구현하려 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라면 이용할 것 같은데요. 아, 혹시 유료인가요?"


"아직은 아니에요, 아직 유료로 할만한 뭔가가 없긴 해요. 이게 가장 큰 문제죠.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지난 강의에서 매출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게 해결이 안 된 거였구나..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J 씨가 고객이라면 어떤 포인트에서 돈을 쓸 거 같으세요?"


 "저는 예전부터 개를 계속 키워왔거든요. 아, 지금은  부모님 집에 있어요. 저는 회사 나가면 집에 혼자 둬야 하니까 미안하기도 해서요. 어쨌든 매월이나 분기별로 심장사상충 약이나 접종 같은걸 캘린더에 기록하고 하는 게 귀찮긴 한데 한번 해두면 알아서 알람이 되긴 하잖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동물병원에서 접종 때가 되면 문자로 보내주기도 하고 가끔 카톡으로 좋은 내용도 보내주더라고요"


"아~ 그런 게 있었나요?"


"네, H 씨는 안 키우세요?"


"네, 전 강아지나 고양이 키워본 적이 없어요"


흠.. 반려동물을 안 키우면서 반려동물 사업을 하려고 했었구나..


"하지만 반려동물을 안 키워봤다고 해서 이 사업을 할 수 없을 거라 말할 수도 없지요~ 저는 대신에 시장조사를 많이 하거든요"


내 생각을 읽은 듯 반박하듯이 말하는 H 씨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혹시 고객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어머! 강의 들으셨나 보죠? 고객을 먼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 말씀하시는 거죠?"


"네.. 기초 개념 강의만 일단 들어봤는데요. 거기서 말하더라고요. 고객의 문제를 알아야 그걸 해결할 수 있고 그 해결 방법이 바로 가치, 그러니까 돈이 된다고요"


"맞아요. 저도 그걸 찾으려고 J 씨랑 이러고 있는 거니까요. 사실 제 주변에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도 없고, 제가 털 알레르기가 심해서 강아지나 고양이 근처에도 못 가거든요. 진짜 좋아하는데.."


아.. 잠깐이나마 반려동물 키우지도 않는데 그 사업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다 사정이 있는 건데..


"제가 직접 강아지를 키우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걸 할 수가 없어서 지인들에게 물어보고는 있거든요. 근데 진짜 문제는 그들도 문제가 뭔지 모르는 거예요. 이미 세상에 좋은 것들이 넘치니까 말이죠"


"그럴 수 있겠네요. 요즘에는 없는 게 없는 시대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런저런 서비스를 개발해서 이거 어때?라고 물어보면 다 좋다고 한다니까요!"


아.. 아까 나도 좋다고 했는데..


"그나마 J 씨는 그런 거 이미 있다고 말해줘서 좋았어요. 좀 기운 빠지긴 했지만.."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오히려 도움이 되었어요. 이미 있는 것도 모르고 진짜 개발을 하게 되면 큰일이니까요. 그래서 그런데 J 씨는 강아지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나 불편한 것들이 뭐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 이런 건가?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찾아서 제품을 개발하거나 찾는다는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글쎄요.. 저도 사실 크게 불편한 걸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미 수많은 제품들이 웬만한 건 다 해결해 주고 있었네요. 잠시만요~"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내가 혼자 키우다 외로워할까 봐 부모님 집으로 보낸 녀석을 떠올려보았다. 


"H 씨는 유형의 제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를 만들 생각이시죠?"


"네, 저는 이왕이면 앱 개발을 하는 게 목표거든요."


"그렇군요"


동물병원에서 접종 때가 되면 카톡으로 알려주고 좋은 정보도 알려주는 건 좋았다. 하지만 내 강아지의 견종에 따라 거기에 맞는 정보를 주는 건 또 다른 것 같았다. 


"아까 제가 동물병원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준다고 한건 사실인데, 저는 H 씨가 말한 그 맞춤형 정보? 그게 더 좋은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동물병원은 모든 고객에게 보내야 하기 때문에 맞춤형 정보를 보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H 씨는 그런 게 가능할 테니까 더 좋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뭐가 더 좋은 것 같으세요?"


"음.. 예를 들어 제가 키웠던 강아지는 '시바견'이라는 견종인데, 얘가 좀 독특해서요. 다른 견종은 모르겠지만 얘는 반드시 실외 배변을 해야 해서 산책을 꼭 가야 해요. 그리고 풀숲에서 뛰노는 걸 좋아하니까 진드기 같은 것도 자주 물리곤 해서 그런 류의 주사나 방지제 같은걸 자주 해줘야 하거든요.


저는 이런 정보를 매번 검색해서 알아봤고, 또 어떤 건 궁금했는데 굳이 검색하기엔 귀찮은 것들도 있었는데, 이런 정보를 맞춤형으로 주고, 또 접종시기를 기록할 수도 있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알림까지 해주면 저는 무조건 쓸 것 같아요"


H 씨는 뭔가 떠올랐는지 메모를 시작했다.


"그리고 애견용품 중에서 뭐가 좋은지 추천을 해주거나 하는 서비스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뭐 사실 요즘에는 워낙 온라인 스토어가 잘 되어있어서 구매는 편리하긴 한데요. 제품이 너무 많아서 뭘 고를까 고민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때 앱에서 '이거 좋다' 딱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너무 상업적이지 않고 진짜 좋아야 하겠지만 이걸로 수익화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를 쳐다보는 H 씨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마치 사냥감을 보는 야수와 같이.


"그리고요?"


"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다 저 같지는 않겠지만 저는 자주 깜빡하는 습관이 있어서 사료 주문하는걸 때때로 잊어버릴 때가 있거든요. 요즘에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구매 서비스라는 게 있긴 한데, 이게 또 쉽지 않아요. 얘들이 한번 먹었던 사료는 질려서 안 먹기도 해서 바꿔줘야 하거든요. 이때 필요한 게 아마 H 씨의 알림 서비스가 아닐까 해요. 새로운 사료를 추천하는 거죠 다른 사람 후기와 함께, 제가 사료구매를 까먹기 전에요"


"와~ J 씨 대박이예요! 완전 아이디어 뱅크 아닌가? 진짜 대박!"


H 씨는 정말 감동한 것 같았다. 하긴 나도 이렇게까지 내 필요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고객의 필요를 이 정도까지 알게 된 게 어쩌면 진짜 도움이 된 거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이 되어서.


"혹시 배 안 고프세요? 엄마한테 말해서 뭐라도 해드릴게요"


"아니에요. 뭐 이런 걸로.."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나저나 나도 뭔가를 시작하긴 해야 할 텐데..


"아, 제가 H 씨가 주신 링크를 통해서 마케팅 기초 개념 강의를 듣긴 했거든요. 그런데 그다음 강의를 뭘로 들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강의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아~ 마케팅 김이사님이 곧 올리실 거예요"


응? 혹시 두 분이 아는 사이인가? 


"혹시 아시는 분이신가요? 그 강사분..?"


"네, 지금 스터디를 같이 하고 있거든요."


"스터디.. 요?"


"네, 1년에 한두 번 정도 하는 마케팅 스터디인데 제가 운이 좋게 같이 하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만나서 강의도 듣고 미션을 받아서 실습도 하고, 실습한 거 발표도 하는 건데 재미도 있고 도움도 돼요"


그런 게 있었나?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터디를 하면 복습 같은걸 해야 한다면서 강의를 찍어서 보내주시곤 했거든요. 근데 이걸 따로 한 곳에서 보고 싶다고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강의 홈페이지를 만드신 거예요. 며칠 안되셨죠."


아.. 그래서 홈페이지에 뭐가 별로 없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이번 주에 스터디를 했으니 아마 관련해서 강의가 또 올라갈 거예요. 그거 들으시면 되고 강의 제목 나오면 받아서 보내드릴게요"


"아, 네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그나저나 제가 더 감사하네요. 지금 말씀해주신 거 정리해서 MVP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담주쯤에 보여드릴 거니까 한번 사용해보시고 또 의견 주실수 있죠?"


"네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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