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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팅 김이사 Nov 25. 2021

J, 생각을 바꾸다

전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marketerkim/45


"카톡"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초대받았고, 마케팅 김이사가 어제 했던 강의를 다시 정리해서 찍은 영상을 올려주었다.


안 그래도 기억이 날듯 말 듯 했는데 다시 보고 고객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만들어봐야겠다.




'으음.. 고객의 문제 중심으로 메시지를 구성한다라.. 거기다 최상의 이득을 담는 것..'


처음부터 고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품을 골랐더니 이런 데서 머리가 아프게 되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하나씩 풀어가는 수밖에..


"J 씨, 먼저 와 계셨네요?"


"네, 들어가실까요?"


H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삼성역의 코엑스몰을 왔다. H가 근무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이곳으로 정했고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잘 먹었어요. 커피는 제가 살게요"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이동하는 도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광경과 그 사이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저기도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오프라인 매장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마케팅을 따로 안 해도 되지 않을까?'


"무슨 생각하세요?" 


길을 걸으며 한 곳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내가 신기했나 보다.


"아, 저기 저 상점들은 마케팅을 안 해도 장사가 잘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까 장사는 기본적으로 잘되지 않을까요? 굳이 타기팅이나 메시지 최적화 같은 거 안 해도 말이에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일단 주문부터 할까요?"


상점들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자리를 잡는 것도 마케팅의 방법 중 하나라고 들은 적이 있어요. 무슨 단어였더라..? 포지셔닝? 아마 그거였던 것 같은데"


"네 저도 마케팅 교양수업 때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요. 4P라고 마케팅 전략 중에 하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네 그럼 그게 맞나 봐요. 아무튼 고객의 눈에 띄는 곳에 자리를 잡고 돋보이는 인테리어를 하고 쇼윈도에 멋진 옷이나 소품을 내놓는 행위는 아무리 봐도 마케팅의 그것과 다를 게 없어 보여요"


"그렇게 보면 또 그렇네요"


"우리가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하니까 마케팅을 온라인에서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원래 마케팅은 오프라인에서 시작한 거 아세요?"


"아.. 하긴 현수막이나 전단지 같은 게 다 마케팅이니까요."


"맞아요. 그러니까 저기 저 상점도 사람이 많은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거라고 볼 수 있죠. 물론 저 사장님은 그냥 사업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요"


그랬다. 고객이 많은 곳을 찾아가는 것과 고객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는 게 마케팅의 일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J 씨 메시지 만드는 건 잘 되고 있나요?"


"솔직히 좀 애매하긴 해요. H 씨처럼 하나의 서비스가 아니라 여러 제품들이 있으니까 뭘 기준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일단 하나씩 정해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네요. H 씨는요?"


"저도 아직 생각 중이에요. 마케팅이 참 쉽지 않죠?"


그 똑똑해 보였던 H도 어려워하는 게 있구나.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물끄러미 쳐다보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H가 말했다.


"아, 아뇨. 그냥 제 생각에 H 씨는 뭐든 다 잘할 것처럼 보였는데 아직 못 정했다고 하시니까.."


"에이~ 저 보기보다 안 그래요~. 얼마나 빈틈이 많은데"


빈틈이 많다고 한다. 뭔가 의도가 있는 말인 것 같은데 지금 난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제가 도와드릴까요? 메시지 만드는 거? 옆에서 훈수 두는 게 더 잘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대화가 끊어진 게 어색했는지 H가 말했다.


"도와주시면 감사하죠"


"지금 뭐뭐 하고 계시다고 하셨죠?"



"제가 봤을 때는 제품 하나하나로 정하기 전에 컨셉을 먼저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관련 제품들을 계속 추가하고 판매해야 할지 모르는데 이렇게 하면 광고를 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겠어요"


"컨셉요?"


"네 상품 하나하나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을 거잖아요. 그걸 통합할 수 있는 컨셉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요"


컨셉이라니.. 생각도 못해봤다. 


"아 그럼 스토어 이름 같은걸 말하는 건가요?"


"음.. 네이밍보다는 좀 상위 개념이긴 한데, 뭐 브랜드 같은 느낌이면 좀 비슷하려나?"


"브랜드라면 스타벅스나 애플 뭐 이런 거요?"


"브랜드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고요. 컨셉은 브랜드까지는 아닌데 비슷한 개념이긴 해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컨셉이라고 하면 그걸 세상에 보이는 모습으로 구현화한 게 브랜드라고 하면 이해가 쉬 울려나요?"


"H 씨는 진짜 천재인 거 같아요" 나도 모르게 칭찬이 나왔다. 그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컨셉이나 브랜드라니 상상도 못 해봤던 얘기였다.


"J 씨에게 칭찬받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혹시 사업 방향성 같은 거 생각해본 적은 있으세요?"


당연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방금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컨셉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른 게 있긴 했었다.


"사실 떠오른 게 하나 있긴 한데요. 아직 정리가 안돼서.."


"뭔가요? 제가 맞춰볼까요? 프리미엄 홈트레이닝 용품샵 같은 느낌?"


전혀 아니다. 


"아뇨, 사실 아이템을 바꿀까 생각 중에 있거든요. 홈트레이닝 용품은 지난번에 아무것도 모를 때 진행했던 거고, 그러다 보니 마케팅을 배울 때마다 위화감이 들었거든요."


사실이었다. 마케팅을 배울 때마다 고객의 문제가 내가 잘 안다고 착각했던 것들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 괜찮겠어요?"


"네 사입한 게 얼마 안돼서 큰 부담은 없어요"


"그나저나 어떤 아이템일지 궁금하네요"




지하철역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도중에 편의점에 들렀다. 


H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여러 가지 컨셉이 떠오르긴 했지만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확실히 홈트레이닝은 아닌 것 같다, 아직 많은 제품이 올라가 있지 않으니까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어'


딸깍


편의점에서 사 온 음료수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운동을 열심히 할 때 가끔씩 사 먹었던 에너지음료였다. 늦은 시간이라 높은 카페인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 괜찮겠지.


'괜히 마셨나'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3시가 되었다. 오랜만에 마신 에너지 드링크로 인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나저나 컨셉 정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컨셉 : 개념, 관념을 의미하는 영단어. 상품 등을 광고할 때 그 상품의 특장점이나 개발 의도 등을 말하는 단어.


사전에서 검색까지 해봤는데 너무 막연하다. 그나마 도움이 되는 말이라면 개발 의도라는 건데 내가 이 사업을 하는 목적을 담으면 된다는 건가?


.

.


우우웅 우우웅


'으으.. 잠들었구나. 지금 몇 시지?'


전화가 왔었구나. 지금 시간이 10시. 역시 늦게까지 못 자서 그런지 평소보다 늦잠을 자버렸다. 


"여보세요? 엄마 전화했었어요?"


"응, 지금 뭐하니? 시간 되면 집에 좀 와라. 아빠 수술 날짜 내일로 잡혔어"


"알겠어요. 이따 출발할게요"


몇 달 전부터 무릎이 안 좋으시다고 하시더니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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