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신 있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회사는 창업한 지 3년 차였고 내가 합류한 지 1년이 지났으니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합류하기 직전 큰 비딩 건이 있었고 함께 준비해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회사에 합류했다.
올해 목표로 했던 숫자들은 어느 정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대비 매출은 2배 정도 성장하였고 영업 이익은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이 성장했다. 그럼에도 내년, 그리고 몇 년 후가 아직도 불안하다. 말 그대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여기저기서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회사의 구성원이었을 때와는 다르게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가 다르다.
우리 회사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B2B와 B2C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B2B 위주에서 점진적으로 B2C를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나는 10년 넘게 B2B 업무를 메인으로 했고 장기적으로는 B2C 사업을 하고 싶어서 회사에 합류하였다.
B2B 사업은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 베이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와 의사 결정이 고객사 위주로 진행된다. 우리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클라이언트 이슈가 생긴다면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작년 대비 빅 캠페인을 수주하고 합류하여 매출은 많이 성장했지만 매년 이만큼 매출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부분이 현재 생각하는 가장 큰 리스크이다.
두 번째 빨간 불은 조직 구성이다. 나는 B2B와 B2C를 둘 다 담당해야 하는데 1년 동안 대부분의 리소스를 B2B에 할애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90% 이상의 매출이 B2B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직 작은 규모의 회사이기에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내가 관여를 해야 발생하는 매출이다. 현상 유지가 목표라면 상관없겠지만,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함께 일할 수 있는 팀을 셋업 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1년째 지지부진하다.
이전 회사에서도 채용이나 조직 구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규모가 큰 조직이었다. 큰 조직에는 큰 조직만의 어려움이 있고 작은 조직에는 작은 조직에 맞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어딜 가나 조직, 사람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지금 회사에 합류해서도 조직을 개편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가장 크게 얻은 교훈은 사람은 바꿔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기는 부여되지 않고 동기가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게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앞의 일들에 급급하여 사람을 바꾸려고 불필요한 리소스를 너무 많이 할애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렇게 리소스를 썼는데도 남는 게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예 새로운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기 시작하면서 한두 명의 진짜 팀원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는 잊지 말자. 내가 애정을 쏟고 끌고 가기 위한 노력보다 함께 갈 수 있는 태도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최근 닮고 싶은 어른이라는 피드백을 들은 것은 꽤 많이 뿌듯하다.
올해 4분기~내년 1분기까지는 팀을 셋업 하는 것에 가장 집중하고, B2C 사업에서 작은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이 당장의 목표이다. 여러 빨간 불로 인해 머리가 많이 복잡했는데 한바탕 러닝을 하고 글로 정리하니 조금은 복잡한 것들이 해소되는 것 같다. 목표를 정했으니 이제 달성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오늘 러닝을 하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봤을 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매한 것이 있을 때 나는 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찾아본다. 사업은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연간 몇십억 매출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 것도 아니고, 지속성에서도 아직은 리스크가 많고, 경영을 한다고 하기에는 조직적으로도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 당당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사업'이라는 것의 무게가 누구나 쉽게 말할 만큼 가벼운 것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