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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도 트렌드다

소비자를 사로잡는 병맛의 힘

하루가 멀다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박한 짤과 드립들, 재치 있는 댓글들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유튜브에는 빛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크리에이터들이 조회 수 백만뷰는 가볍게 넘겨버리는 빵빵 터지는 영상들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에서스 마트폰으로 짤과 영상들을 보다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해 숨죽여 낄낄 거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런 콘텐츠들은 '평범하지 않은 남다름'이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을 부순다고 해야 할까요. 똑같음을 거부한 의외의 것들, 요즘 표현으로 (그렇게 요즘도 아니지만) ‘약 빨았다’, ‘약을 한 사발 들이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우리를 즐겁게 만듭니다. 

지금은 병맛의 시대입니다. 병맛이 재밌는 이유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익숙한 것들을 비틀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그 충격은 뇌리에 깊숙이 남는 것은 물론, 온라인을 타고 공유되고 확산되며 우리 모두를 병맛이 아니면 웃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최근 한 광고를 보고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감탄했습니다.


https://youtu.be/3PTDwPMK2lk?list=WL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 광고. 이 아저씨는 누구...?


MBC 드라마 '허준'을 기억하시나요.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방영된, 대한민국 역대 사극 중 최고 시청률 63.7%을 기록하여 국민 드라마의 반열에 오른 드라마입니다. 시청률 60%를 기록했다는 건 전 국민의 대다수가 허준을 시청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때 당시에 허준 방영날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TV 앞으로 갔었습니다. 저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허준을 안 보면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허준은 인기가 있었습니다. 

허준을 연기한 전광렬님은 드라마 허준으로 톱스타로 급부상했고 각종 상을 휩쓸며 대중의 큰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허준' 하면 '전광렬', '전광렬' 하면 '허준'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전광렬님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위 광고는 '정관장' 브랜드의 '홍삼정 에브리타임' 제품 광고입니다. 제품이 홍삼 제품이니만큼 건강함이나 활력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처음에 시끄러운 클럽이 나오고, 놀다가 지친 여자가 집에 갈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허준이 나옵니다. 익숙한 BGM(허준 주제가, 소프라노 조수미님 부름)과 함께. 


그걸 본 저는 가장 먼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광렬이형, 형이 왜 거기서...?


건강 기능 식품이니 의사나 의학과 관련된 이미지가 나오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뜬금없이 18년 전에 끝난 드라마의 주인공 허준이 등장합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리고 진지하게 제품을 이야기합니다.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경을 허준의 이미지로 비틀어버렸고 병맛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절대 예상할 수 없었던 허준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그 강렬함에 제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현재 전광렬 정관장 광고는 공개 며칠만에 온 커뮤니티에 퍼졌고 시청수 150만뷰 이상을 달성했으며, 댓글창에는 온통 좋은 반응들 뿐입니다.

추억과 병맛으로 도배된 댓글창


허준의 등장이 반갑기도 합니다. 요즘 20대는 허준, 전광렬 배우를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방영하던 그때 당시 어린아이들은 지금의 20대 후반, 30대 초반이고, 그때 당시의 청년들은 지금은 중년이 되었습니다. 18년 만의 허준의 등장은 TV 앞에서 드라마를 꼭 챙겨보았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합니다.


더러는 정관장이 타겟팅을 잘 했다고 보입니다. 홍삼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타깃은 아무래도 조금은 나이가 있는, 30대 초반에서 중년까지 일 것입니다. 그래서 '30대와 중년을 겨냥, 흥미를 유발하는 이미지 + 홍삼으로 대표되는 한의학의 이미지 = 허준'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병맛스러운 스토리텔링을 가미하여 웃음을 유발하였고 제품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그냥 전광렬님의 이미지만 믿고 제품의 특성만 설명하는 광고였다면 사람들을 이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허준이라는, 다양한 연령대의 타깃층의 관심을 이끄는 소재를 채택하여 활용했다는 점이 정관장 광고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c5brpHfoRg

내일 정관장 에브리타임 사먹을지도...


사실 전광렬님, 하면 여러 짤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특유의 강렬한 연기가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갔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전광렬님이 출연한 드라마 장면을 짤로 만들어 퍼트렸고 심지어 카카오톡 오픈 카톡인 '고독한 전광렬'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짤들을 올리며 재밌어했고 거기에 전광렬님도 직접 찍은 짤을 올리며 팬들에게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어쩌면 병맛이라는, 온라인 상의 트렌드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전광렬님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 본다면 정관장은 현재의 트렌드를 잘 읽고 있고, 그 트렌드에 맞춰서 자사 브랜드, 제품이 고객과 어떻게 하면 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시간 고독한 전광렬 오픈채팅 (정말 실시간)
재밌는 짤을 광고에도  그대로 활용(위: 드라마 '빛과 그림자')


타깃, 타깃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명확하다면 병맛 콘텐츠도 얼마든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훌륭한 광고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병맛은 더 이상 B급 서브 컬처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훌륭한 트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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