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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 앤 매너를 맞춘다는 것

왜 브랜드는 톤 앤 매너를 갖춰야 하는가

기업들은 여러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타 사와는 차별되는, 독보적이고 유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단 하나의 모습으로 자리 잡아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고 이를 브랜딩(Branding)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일관되고도 명확한 메시지를 갖습니다. 매 순간마다 전하는 바가 달라진다면 대중은 '그래서 대체 뭔데?' 하는 식의, 브랜드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혼란을 겪게 되고 중구난방의 이미지로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 브랜드는 무엇이다’라는 것을 정확하게 밝혀줄 요소들이 한결같이 꾸준히 퍼질 때, 사람들은 비로소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쉽게 기억하고 오랫동안 간직할 것입니다.

그렇게 같은 목소리로, 같은 자세로, 같은 메시지로 브랜드를 전달하는 것, 하나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을 ‘Tone & Manner(이하 ‘톤 앤 매너’)’를 맞춘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톤 앤 매너를 정하고 그에 맞춰 브랜드가 가진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브랜드 컬러, 타입 로고, 슬로건 등 브랜드를 설명하는 요소들은 어느 하나 브랜드의 미션, 정체성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가령,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는 'To be the leading sport brand in the world'라는 브랜드 미션 아래 '성실, 영감, 정직, 헌신, 진정성, 열정'이라는 핵심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아디다스 로고도 그러한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디다스 로고. 현재는 브랜드 라인 각각에 모두 사용


우리에게 친숙한 삼선(Three Stripe)으로 디자인된 로고는 창업 초기 가죽 신발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끈을 세 번 둘러 묶은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는 곧 아디다스의 브랜드 정체성,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열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디다스의 제품도 운동을 하는 이들이 최고의 기량을 낼 수 있게끔 끊임없이 연구/개발되고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물론 운동용 제품 라인인 '스포츠 라인' 이외에도 영원한 스테디셀러 '아디다스 슈퍼스타' 신발이 속해 있는 오리지널 라인(스트릿 캐주얼 패션), 애슬레틱 라인(기능성 데일리 패션)의 대표 라인업이 있고, 특히나 패션에서만큼은 나이키 브랜드를 이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역대급 슬로건을 내건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 ‘최선을 다하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All In Or Nothing)’가 바로 그것입니다.


Impossible is Nothing, All In Or Nothing


특히 'Impossible is Nothing' 캠페인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마음에 들고, 또 인상 깊습니다. 유명 스포츠 스타의 이야기를 통해 시련과 고난,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여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성실함과 열정, 진정성을 가치로 두고 있는 아디다스의 브랜드를 가장 잘 말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_4r2mAAPC04

레전드 오브 레전드, 리오넬 메시의 Impossible is Nothing 광고


이렇게 아디다스는 그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해 같은 맥락에서 같은 어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코믹한 요소나 어려움을 겪지 않는 순탄하기만 한 스토리를 광고에 넣는다면 아디다스의 톤 앤 매너에 맞지 않는 것이고(어느 스포츠 브랜드나 그렇겠지만), 아디다스가 전하고자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닿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 아디다스로부터 거절당한 광고가 있습니다. 


https://youtu.be/gXfLl3qYy0k

'Break Free' - Eugen Merher, 2016


이 광고는 유진 머허(Eugen Merher, 이하 유진 머허)가 2016년에 만든 아디다스, 'Break Free' 광고입니다. 아디다스사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광고로 알려지고 유명세를 타면서 유튜브 1400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영상 속에는 요양소에서 무기력하게 생활하는 한 노인이 등장합니다. 젊은 시절 마라톤 선수였던 듯, 끊임없이 달리고 싶어 하지만 매번 저지당하고 자신의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본 병동 환자들은 노인에게 운동복과 운동화를 전해주고 간호사와 의사를 저지하여 다시 달릴 수 있게 합니다. 노인은 행복한 모습으로 병동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며 영상은 끝납니다.


아마 노인은 치매를 앓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지만, 달리기에 대한 열망은 아직도 남아 심장을 뛰게 만듭니다. 시간은 흐르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열정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의 메인 카피는 Break Free, '떨쳐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쇠약해진 몸, 그리고 주변의 만류를 떨쳐내고 달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속 깊이 조용히, 또 맹렬히 타오르는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스토리입니다. 1분 30초 남짓한 시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야기가 가진 힘을 새삼스레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내용을 가진 광고를 아디다스는 거부했을까요? 어디를 찾아봐도 왜 아디다스 측이 거부했는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의 추측과 함께 '이렇게 좋은 내용의 광고를 거부한 아디다스를 이해할 수 없다'라는 식의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아디다스라는 브랜드가 지금까지 어떤 톤 앤 매너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는지를 생각해보고 찾아보며 이 광고를 다시 되새겨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이유로 아디다스 브랜드와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타깃과 동떨어진 톤 앤 매너. 아디다스는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스포츠 제품(스포츠 라인)은 물론 라이프 스타일 관련된 제품(오리지널, 애슬레틱 라인)도 내놓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요 타깃은 활발하게 활동할 젊은 층일 것입니다. 젊은 층에 맞는 밝고 활기찬 이미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을 선택하는 것이 아디다스가 지닌 톤 앤 매너에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고에서 보여주는 다소 조용하고 어두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요양병원의 이미지를 놓고 보면 아디다스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디다스가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패션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두 번째, 아디다스의 브랜드 가치에 부합하는가. 지금까지의 아디다스는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기까지의 성실함, 열정, 진정성, 헌신, 최선을 가치로 두고 불가능함을 넘어서는 노력,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위 광고의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과거'에 묶여있습니다. 과거에 그러한 열정을 가졌고 그것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내용이지만 아디다스의 브랜드 가치를 뜯어보면, 그리고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다분히 현재 진행형, 미래 지향적입니다. 미래에 최고가 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로 아디다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였고, 소비자들도 그렇게 아디다스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춰 본다면 위 광고는 지금까지 아디다스가 계속 지켜 온 톤 앤 매너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c_04wqzEaq4

가장 최근의 아디다스 'Creativity the Answer' 광고, 역동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톤 앤 매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진 머서의 광고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늙고 쇠약해져 다시 달릴 수 없다고, 달려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달리고 싶은 열정과 열망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줍니다. 심히 감동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디다스 브랜드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아디다스가 아니더라도 상관없고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에 적용해도 좋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굉장히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일관된 톤 앤 매너를 갖추어 잘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가 확실한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인 것을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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