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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이고 사소한 고객 접점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

한국 고객들이 닌텐도에 뿔난 이유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이자 비디오 게임 콘솔 플랫폼 / 소프트 개발사인 닌텐도.

게임을, 닌텐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꼭 접했을 대표 프랜차이즈가 있을 정도로 소비자의 니즈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콘텐츠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전 세계적인 비디오 게임 회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시리즈 '슈퍼 마리오' (총 5억 장, 기네스북 등재)    


                    역대 미디어 믹스 총 매출액 1위 '포켓몬스터(539억 4000만 달러(약 56.5조 원))



12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닌텐도는 본래 화투와 트럼프를 제작하는 소규모 기업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아날로그 장난감을 만들다가 눈을 돌려 그 당시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비디오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당시 게임 업계는 질 낮은 콘텐츠의 양산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나쁜 이미지로 비치고 있었고

('아타리 쇼크' 영상 참고), 업계 전체가 사양 산업으로 치닫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닌텐도는 높은 퀄리티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를 섭외, 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질 좋은 게임 콘텐츠를 차례차례 출시하여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닌텐도는 죽어가던 게임 시장 전체를 되살립니다. 이때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지금까지도 명성을 유지하는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탄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닌텐도의 신화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닌텐도에서 출시한 콘솔 및 프랜차이즈 (출처: 나무위키)



경쟁사에서 더 나은 성능을 가진 콘솔과 더 재밌는 콘텐츠로 위협할 때에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휴대용 콘솔 시장을 개척, 활성화하고 닌텐도만의 프랜차이즈, 킬러 콘텐츠의 출시로 경쟁사와 차별점을 모색합니다. 

확실히, 닌텐도에서 출시하는 제품들은 타 사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의 것인데, 그것은 닌텐도라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닌텐도가 어떤 브랜드인지는 다음의 말에서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명함 속에서 저는 회사의 사장입니다. 제 머릿속의 저는 게임 개발자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서 저는 게이머입니다 - 이와타 사토루


체감형 게임의 선구자인 전 닌텐도 사장 및 최고 경영자 이와타 사토루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나이, 성별 또는 경험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닌텐도가 지닌 태도이다.



닌텐도는 단순히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게임을 출시하는 비디오 게임 회사가 아니라, 게임을 즐기지 않거나 해보지 않은 사람도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게임을 하며 웃을 수 있도록, 신선하고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모두의 닌텐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기업의 업이 비디오 게임 개발 회사인 만큼 닌텐도의 콘솔과 게임에서 그러한 모습을 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sSAXxK3AhV4

                         닌텐도 DS와 두뇌트레이닝 소프트 광고. 모델로 장동건님과 안성기님을 기용



닌텐도에게 있어서 게임은 어린 아이나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닌텐도는 듀얼 스크린, 터치스크린, 모션 센서 활용 등의 기술력에 닌텐도만이 가진 정체성을 더해서 제품을 개발했고, 그 결과 이전에 유래가 없었던, 그리고 타 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체감형 게임'이 탄생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콘솔 사용자도 줄어 닌텐도는 타격을 입고, 자사 프랜차이즈의 라이선스를 게임 개발사에게 제공,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GO'도, 사업 전략 변화의 산물 중 하나입니다.



                            AR 증강 기술을 활용, 우리 모두를 포켓몬 트레이너로 만들었던 포켓몬 GO



하지만 닌텐도는 결코 콘솔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표 프랜차이즈들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017년, 닌텐도의 최신예기 8.5세대 하이브리드 게임 콘솔인 '닌텐도 스위치'를 출시합니다.


                                         '세상에서 첫 한 달간 가장 빨리 팔린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거치형과 휴대용 콘솔의 장점을 한데 모은 새로운 개념의 콘솔로, 고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날개 돋친 듯이 판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 증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스위치 판매량을 약 1.3억대로 추측하고 닌텐도의 주가를 호조로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과거 프랜차이즈들의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하며 기존 마니아 유저들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닌텐도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 닌텐도 스위치가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3Bd3HUMkyU

                                         게임의 한계는 어디인지 감탄하게 된 '닌텐도 라보' 제품 광고


위 광고는 '닌텐도 라보'라는 제품의 광고입니다. 닌텐도 스위치와 호환되는 전용 컨트롤러(조이콘)를 유저가 '직접' 만들어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재밌으며, 게임기는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닌텐도 특유의 철학과 독창성이 잘 녹아들어 갔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닌텐도이고,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최근의 몇 가지 행보를 보면 '모두의 닌텐도'라는 텍스트가 마냥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고객 접점과 관련한 대응들은 한국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래의 사례들은, 닌텐도가 유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시장,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① 미비한 현지화 - 기기 본체 한국어 미지원


36만 원이라는 고가에 형성되어 있는 닌텐도 스위치.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지만 기기 본체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기기가 완벽하게 현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한국 유저들은 큰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추후 한국어화 일정에 대해 '미정'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고 이에 유저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닌텐도가 고객과 만나는 첫 접점(퍼스트 터치)은 제품일 텐데, 제품 사용을 어렵게 한다는 것은 고객을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② 서비스 부분 오픈


닌텐도 eshop(각종 소프트를 기기 내에서 인터넷 접속하여 결제, 구매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이 완벽하게 서비스되고 있지 않습니다. 타 국가에서는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한국/대만/홍콩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만 부분 오픈되어 있습니다. eshop에서 게임을 결제, 소프트를 직접 구매할 수 없으며 한국 닌텐도 웹페이지에서 제품의 다운로드 코드를 구매하고 다시 기기를 통해 eshop에 접속, 코드를 입력하여 소프트를 다운로드하는, 다소 복잡한 방식으로 게임을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 가기가 어려운 유저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게임을 구매하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제한적인 서비스로 유저들의 불편과 불만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구입할 수 있는 게임은 한국 닌텐도에서 유통하는 게임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도 불편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③ 게임 소프트의 한국어화 미지원


한국 정식 발매하는 닌텐도 사의 독점 게임 소프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화(게임 내 언어를 한국어로 번안)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게임 소프트가 7만 원대의 고가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비싼 값을 지불해서 게임을 구매하는 것은 게임 콘텐츠를 한국어로 편하게 즐기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판매하는 소프트와 그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닌텐도가 한국 시장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견에 더욱 힘을 실어줍니다.

심지어 닌텐도 스위치는 2017년 12월까지 총 11만 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는데도 불구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닌텐도 본사 방침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④ 무성의한 제품 구성



한국에 유통하는 게임 소프트에 해외판 카트리지(게임 콘텐츠가 들어가 있는 메모리 칩)를 적용하였습니다.

단순히 생산 공장에서 한국어로 된 스티커 하나 바꾸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인데,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유럽판 카트리지를 그대로 한국판 패키지에 적용하여 판매하여 유저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이 사례는 우리의 고객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질에 관심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사소한 부분에서 분노하고 또 감동받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고객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자신이 투자한 비용만큼 돌려받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닌텐도 유저들의 불만. 그리고 무대응 하는 닌텐도.



이외에도 닌텐도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방침을 갖고 사업을 전개하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는 사례는 많습니다.

위와 같은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닌텐도는 한국 시장의 파이를 작게 생각하고 있고 유효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하고 불친절한 서비스를 이어간다면, 한국 시장 내에서 닌텐도의 브랜드 가치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가 좋은 이미지로 고객을 사로잡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마련은 물론, 고객과의 접점에서 사소한 부분까지도 살펴 어떻게 하면 감동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여 좋은 고객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필수적인 브랜드 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제품과 콘텐츠를 개발하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닌텐도가 부디 한국 시장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한국 고객에게도 즐거움을 주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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