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을 이겨내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
코딩 배우기 열풍이 일 때쯤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 훨씬 이전부터 배우고 싶다는 열망은 있었으나 잘할 수 있을까? 어디서 배워야 할까? 무엇을 배워야 할까? 고민하느라 몇 년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블로그 카톡방에서 라썸님이 '파이썬'을 배우라고 해서 겨우 시작하게 되었다.(참고 글 : 나는 어떻게 왜 코딩을 시작했는가)
사람들은 내가 뭔가 결정을 바로바로 한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나 역시 많은 내적 갈등과 의심 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도할 때 우리는 늘 마음속 천사와 악마의 속삭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내 행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속삭임은 '중간에 포기하면 그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래'였다.
나에게는 시간이 늘 없었다. 아침 일찍 회사를 나가 저녁 늦게나 들어온다. 회식도 잦아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집에 와서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중요했다. 혼자서 코딩을 배운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내 마음속 악마는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나를 설득했는지도 모른다. 중간에 포기할까 봐 악마는 심히 걱정이 되었었나 보다.
또 다른 생각은 '그거 배운다고 뭐 인생이 확 달라질 것 같아?'였다. 내 본업은 IT나 컴퓨터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다. 내 본업에 충실해도 정년 때까지 회사에 붙어있을까 말까 하는 판에 회사에서 부장이나 된 사람이 회사일 말고 다른 것에 눈을 돌리다니 양심도 없나? 코딩 배운다고 임원 진급할 수 있어?라는 마음속 공격에 무너지고 있었다.
이 의심들은 지난 몇 년간을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비단, 코딩뿐이랴. 많은 시도들이 이런 걱정을 빙자한 의심들에 의해 부서졌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코딩을 배우는 것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뭔가 다른 점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 결과,
그동안 몇 년을 줄곧 고민만 하다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린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나온다.(참고 글 : 1만 시간의 법칙, 10년의 법칙) 뭔가를 이루려면 1만 시간 = 10년이란 시간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투자하는 시간을 좀 더 늘린다면 더 빠른 시간에 큰 성과까진 아니어도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시간을 그냥 '안될 거야', '분명 못했을 거야'라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보냈던 것이다. 마치 먹지 못하는 포도를 '신 포도'라고 치부해버린 이솝우화의 여우와 같이 말이다.
만일 4~5년 전에 그냥 시작했다면 티스워드와 같은 사이트는 훨씬 더 빨리 만들어지고 훨씬 더 많은 블로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미루다 미루다 많은 개발자들의 용기 어린 말과 함께 겨우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하고 싶다고 세상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
언젠가 할 것 같다면 빨리 해보는 게 낫다.
지금도 코딩을 한번 배워보고 싶다면 빨리 온몸으로 뛰어들고 격하게 실패하거나 만족해보길 바란다. 코딩 배우기를 '신 포도'라고 여기게 된다고 5년 후에 그 포도에 눈이 가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