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까지 걸린 시간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마음속에서 할까 말까 두 마음이 싸우던 중 '하자'라는 마음이 '말자'라는 마음을 누를 수 있도록 한 것은 '라썸'님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파이썬을 해보세요.라는 말을 사실 라썸 님께 처음 듣는 것은 아니었다. 코딩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을 때 자주 보던 유튜브 채널 '노마드 코더'의 니콜라스도 파이썬이 쉽다고 얘기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나는 배우기 쉬운 게 필요했던 것 같다. 어려우면 포기할까 봐 걱정하던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파이썬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파이썬을 배우면 좀 더 빨리 나도 자동 포스팅 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라썸 님이 추천해준 파이썬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곤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내 마음은 이미 해커 수준의 코딩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흡사 영화 '라이언킹'의 심바(Simba)가 자신이 무서운 존재인 줄 알고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더닝-크루거 현상(Dunning–Kruger effect)을 온 몸으로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더닝 크루거 현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인지부조화의 긍정적 효과(?)를 통해 뭔가를 빨리 이룰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이 믿는 것만큼 성장한다.
유튜브를 다 볼 시간이 없었다. 일단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다. 파이썬 문법을 알려주는 책을 하나 샀다. 대부분의 책이 그러하듯 파이썬을 설치하는 법부터 설명해준다.
파이썬을 쓰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두 가지가 설치되어야 한다. 파이썬 언어 패키지와 IDE(Inter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라는 통합 개발 환경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파이썬 언어 패키지는 파이썬을 쓸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이다. 파이썬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및 설치가 가능하다. 통합 개발 환경은 실제로 코딩을 하고 실행을 하고 디버깅을 할 수 있는 툴이다. 많은 무료 툴들이 있다. Visual Studio Code, PyCharm, Atom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떤 것을 써도 상관없다.
나의 경우, 책에서 파이참(PyCharm)을 소개해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파이참만 쓰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파이썬 언어 패키지, 파이참)을 설치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인스톨(Install)이 단 몇 분 만에 다 끝나는 것을 보고 기대감과 더불어 씁쓸함도 함께 왔다. 이렇게 빠른 일을 몇 년을 거쳐 겨우 오게 되었다니.
아마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코딩을 시작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괜찮다. 인스톨 하는 순간, 지난 시간은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시작은 반이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대한 구원이다.
모든 프로그래밍 책이 그러하듯 파이썬 프로그래밍도 hello world를 출력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print("Hello World")
이렇게 명령어를 입력하니 Hello World라는 문자가 나온다. 훗. 이게 뭐라고. 이걸로 감동받거나 그러지 않았다. 빨리 다른 것들을 더 배워보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빨리 만들 수 있도록 많은 명령어들을 익히고 싶을 뿐이었다.
나는 '심바'이기보다 '무파사(Mufasa)'가 되길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