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하면 두통, 불면증, 집중도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크게 어려움 없이 파이썬과 파이참(Pycharm)을 설치하고 나니 마치 뭔가 다 된 것만 같았다. 파이썬의 사칙연산을 포함한 산술 연산자를 공부하자니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 %, ** 이런 생소한 기호들이 있었지만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금방 공부가 될 것 같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나는 빨리 뭔가를 익혀서 나만의 프로그램을 짠! 하고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와 욕망이 내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퇴근 후 나에게 주어진 코딩 공부 시간은 1시간 남짓. 가지고 있던 책의 규모를 볼 때 앞으로 몇 달은 더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았다. 조급증이 밀려왔다. 출퇴근 시간에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큰 코딩 책을 들고 다니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전자책이었다.
코딩 책을 그냥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게다가 전자책으로 공부하겠다는 만용을 부렸다. 출근시간이 보통 50분,, 퇴근시간이 1시간 정도. 여기서 지하철에서만 읽는다고 했을 때 출퇴근 합쳐서 1시간 정도는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막상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코딩 책을 보고 있자니 자괴감이 밀려온다. 직접 코드를 쳐보며 이게 어떻게 작동되는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냥 읽고 있다. 회사에서 보고자료도 잘 이해를 못하는데 하물며 코딩 책이랴. 이해하지도 못한 채 코딩 책 페이지는 넘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근 한 달 만에 책을 3권은 읽었다는 것이다. 이걸 읽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읽었다. 이런 공부법이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당시에는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들이었지만 최소한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교과서나 학습지를 볼 때 먼저 목차를 익힌다고 한다고 한다. 독서하는 법 중에도 목차를 먼저 이해함으로써 책의 전반적인 아우트라인을 우선적으로 이해하고 책 내용을 읽는 방법도 있다.
그런 것처럼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구성으로 책이 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파이썬 책들은 먼저 연산을 가르치고 데이터 유형에 대해 말하고 다음 조건문과 반복문을 가르치고 문자열 처리를 해본 다음, 크롤링(Crawling) 같은 기술로 넘어갔다. 이게 정확히 어떤 명령어인지 이해는 못해도 이런 게 있다는 정도만 알아도 충분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드를 짤 때 모든 코드를 외워서 짜지 않는다. 그때그때 필요한 코드를 구글 검색을 통해 얻는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오직 어떤 것들이 가능하고 그걸 해줄 수 있는 코드가 구글 검색에 다 있다는 믿음뿐이었다. 현실 코딩은 Ctrl+C, Ctrl+V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몇 달간 이어진 '눈으로 보는 코딩 공부'도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니었다.
다만,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아침부터 코딩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코딩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니 잔 두통들이 많아졌다. 일하다가도 문득 아침에 봤던 코드가 떠올랐다. 잠을 잘 때도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코딩 책을 보고 코드를 적어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다.
이 부작용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실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는 걷기, 밥 먹는 일에 집중을 온전히 하기 힘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