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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Jul 11. 2024

200만 원으로 사는 삶

바리스타의 현실

아침 일찍 카페에 들렀다. 오픈 직후라서 카페에는 직원들과 사장님들만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라떼아트를 시연하고 있었고, 남자 사장님이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셨다. 새로운 직원인 줄 알았는데, 뒤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최근 카페 면접을 보러 다니는 입장에서, 타인의 면접을 관찰하는 것이 좋은 배움의 기회라 생각했다. 조용히 커피를 주문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면접자는 나보다 서너 살 어려 보였고, 음악을 하다 카페 일을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라떼아트 실력으로 보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듯했다. 사회 입문에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좀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어서 부러웠다.


면접은 압박면접처럼 흘러갔다. 여자 사장님은 바리스타 일의 고단함을 많이 이야기하셨다. 바리스타로 사는 것을 ‘인생을 200으로 사는 것’이라고 표현하셨다. 200만 원, 거의 최저시급에 가까운 급여다. 365일 서서 일하고, 매장 분위기를 파악하며, 끊임없이 팀원과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현상 유지가 아닌 지속적인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교육을 위한 세미나에 들러서 다른 곳의 바리스타와 의견 교환을 하고, 여러 대회 입상자 혹은 심사위원급 되는 이들에게 교육을 받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200만 원으로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과연 가능한 걸까?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지금은 식비나 주거비에 대한 지출이 없고 이외 교통비나 통신비 그리고 외출 시 가벼운 식비나 다니는 비용 등을 합하면 30-40만 원 든다. 만약 취직을 하고 교육을 받으러 간다면 한 달에 50만 원 정도의 지출을 추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100만 원이 남는다. 만약 독립을 하게 된다면 여기서 주거비나 식비 등이 빠지면서 저축할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당장 전날에 아빠가 외식을 하면서 300만 원을 벌어먹고 사는 동년배 이야기를 했는데, 시끄러운 장소라서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생활이 빠듯하다는 푸념을 했다는 말은 분명히 들었다.


나는 이런 면접 과정을 보면서 나의 현실적인 생활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되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닐 거다. 그게 아니라면 바리스타라는 직종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겠지. 향후 시대변화에 따른 도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 생활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떠올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상상을 해보았다.


아침은 우유와 시리얼, 또는 바나나와 계란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한 달 아침 식사 비용으로 약 5만 원 정도 들 것 같다. 출근 시간은 스케줄에 따라 다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한 달 교통비로 약 6만 원이 든다.


점심은 붐비는 시간을 피해 간단히 샌드위치로 때운다. 한 달에 15만 원 정도 쓸 것 같다. 저녁은 샐러드와 밥이 포함된 식단으로 그때그때 변화를 준다. 바쁜 날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간다. 저녁 식사 비용으로 한 달에 20~30만 원 정도 예상된다. 식비를 모두 합치면 한 달에 약 40~50만 원 정도 든다.


근무 스케줄은 매달 초에 정해지고, 오픈이냐 마감이냐에 따라 식사시간에 변화가 생긴다. 불규칙한 스케줄에 적응하는 것도 이 일의 한 부분이다.


기타로 넷플릭스 구독료와 통신비를 합쳐 7만 원이 나간다. 여기에 교육비로 50만 원을 책정했다. 커피 관련 자격증 취득이나 추가적인 기술 습득을 위한 투자다.


이렇게 계산해 보니 고정 지출만 103~113만 원이다. 나머지 87~ 97만 원으로 옷, 의료비, 저축, 그리고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이 금액으로 독립을 한다면 월세 등 주거비까지 포함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소비하면서 50만 원 정도 저축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까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독립을 하지 않는다는 염치없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향후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돈이 더 필요하다.


‘200만 원으로 사는 삶’의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 안에서 균형과 만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내 삶이 될 것이다. 비록 힘들겠지만, 내가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나를 비롯하여 같은 직종에 종사할 분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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