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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Watney Feb 15. 2022

기계공학과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시대... 그리고 기계공학과?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사의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구단의 바둑 대결 이후로 인공지능에 대한 붐Boom이 일어났다. 이 관심은 비단 컴퓨터공학, 전기전자공학과 같은 인접 영역에 그칠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파도는 사회 전반을 덮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왜 인공지능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 했는 가에 대한 언론의 집중 포화는 기본이고 인공지능 전공자 및 인공지능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기치를 내세운 AI 대학원 및 각종 인공지능 관련 강좌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게 된다는 cs231n 강좌나, 홍콩대학교 김성훈 교수님의 강의하시는 '모두를 위한 머신러닝/딥러닝 강의' 등을 듣고 각자 학습한 내용을 Github나 자기만의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서로의 코드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한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Python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교육하는 것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끝에 실제로 코딩 교육이 교육 과정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 때 부침을 겪었던 컴퓨터공학과 입결 역시 인공지늠 붐 이후로 각 학교의 최정상 학과로서 군림하기 시작했고 그 인기는 떨어질 줄 모른다.


 우리의 기계공학과는 어떨까? 20대 중반의 내 또래 친구들의 반응은 그닥 긍정적이지는 않다. 학부 과정 속에서 배우는 내용은 최소 200년 이상 오래된 뉴턴 고전 역학에 기반하고 있고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주요 축들 중 하나인 중공업, 플랜트, 자동차 업계 등의 부침으로 인해 기계공학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취업 전선에 뛰어든 기계공학과 학사 졸업생들 및 졸업예정자들이 그것을 체감하고 있다. 기계공학과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 그룹의 채용 공고를 보면 기존 전통적으로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진출하던 분야(ex. 내연기관, 구조해석 etc) TO가 매우 희소하거나 아예 뽑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 쪽으로 눈을 돌리면 여전히 기계 전공자를 채용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전기전자나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메인스트림을 차지한다. 더욱이 모 회사는 아예 기계공학 전공자를 우선 채용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도 하였다. 


 이에 아직 취업전선에 나서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기계공학과 2,3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는 아예 다른 학과로 전과를 시도하거나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공모전에 도전하거나 관련 강의를 듣고 해당 지식을 쌓고 활용한 경험이 있음을 어필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기도 한다. 


 세상의 흐름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현실을 깨우쳐 준다. 그렇다면 작금의 현실은 기계공학과 전공자들에게 후자의 케이스일까? 나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기계공학 학부 과정 내용의 기반은 200년도 넘은 뉴턴 고전 역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AI 시대의 도래 이후로 각 학교의 기계공학과에 전산 관련 과목 혹은 인공지능 관련 과목이 도입된 학교들이 많지만 소위 4대역학이라 일컬어지는 재료역학(a.k.a 고체역학), 동역학, 열역학, 유체역학을 건드리는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 까?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결국 기계를 움직이고 설계하는 엔지니어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보자. 머신 러닝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데이터 X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X를 기반으로 새로운 데이터 Y가 어떤 성질을 가질지, 어떻게 분류되어야 할지, 효율은 어떨 지 등에 대해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말한다. 입력변수(X)에 대해 출력변수(Y)가 어떻게 표현될 지 함수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쉽게 요약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주어진 데이터(X)에 대한 분류(Classification), 클러스터링(Clustering), 회귀 분석(Regression analysis) 등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모델링이 이뤄지면 이 학습 모델이 Y의 성질을 정말 제대로 예측해냈는 지에 대해서는 결국 실제로 실험을 진행하거나 Y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 이후 예측 결과치와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모델링 과정에서 오차는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 이상치(Outlier)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 역시 모델링을 수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른 예측치 역시 매우 다양하게 다를 수 있다. 


 위 사항들을 염두에 두면서 기계공학 분야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은 어떨 지를 생각해보자. 모 자동차 회사에서 재료의 종류와 강성, 강판의 곡률, 강판의 두께, 강판 재료의 등방성을 바꿔가면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고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충돌에 잘 견디는 강판을 설계하고자 하는 상황에 인공지능을 적용한다. 이 때의 X는 재료의 종류, 강성, 강판의 곡률, 두께, 등방성 등이 될 것이고 예측하고자 하는 Y는 충돌 테스트 결과로 관측할 수 있는 강판의 휘어짐이라던가 강판에 가해진 하중 등이 될 수 있다. 만약 강판에 가해진 하중을 Y로 삼는다고 가정하면 충돌 테스트 및 안전 기준 상 정해진 하중보다 작은 하중이 걸려야 바람직한 강판 설계가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가 원하는 설계 목적인 Y를 달성하기 위한 종속 변수들 중 어느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알아 보는 프로세스를 거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과정에는 PCA, LDA 등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는 다음 시리즈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


 또 어느 변수들이 중요한 지를 확인했다면 그 다음에는 기존 실험 데이터들, 실제 충돌 사례들을 모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분류 (Classification)이라 하며 머신러닝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법에도 SVM, kNN, Decision tree, Bayesian learning 등의 매우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통계 기반의 방법들이 매우 많은 포션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기계공학도 역시도 이를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큰 장애물은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Training data, Test data, Validation data 등의 세세한 개념도 포함되는 데 이는 간단히 생각하면 학습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이터, 이를 시험하는 데이터, 그리고 학습이 제대로 되었는 지 검증하는 데이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학습 모델 하나를 제대로 만들게 되면 새로운 데이터 하나가 들어왔을 때 해당 데이터가 과연 안전 기준 상 정해진 하중보다 작은 하중인지, 큰 하중인 지를 분류하여 기초 설계 시 참고할 수 있으며 데이터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좀더 확실해 질 수 있다. 빅데이터 (Big data)와도 연결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굉장히 간단하게 서술했다. 기계공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광범위적이다. 세세하게 파고들면 통계학 개념이라든가 코딩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도 추가되면 좋겠지만 본 글은 좀더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데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글을 통해 구체적이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실제 코딩 사례와 함께 데이터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어떻게 분류되어 제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또 현재 내 연구 분야인 유체역학에서의 활용도 역시 최근 들어 그 빛을 발하고 있는 데 Data driven turbulence modeling이라든가 Porous media modeling에서의 AI의 활용 등 유체역학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적용 사례에 대해서도 다뤄볼 수 있도록 하겠다. 


 많은 이들이 기계공학의 침체와 몰락에 대해 걱정한다. 나 역시 기계공학을 4년동안 전공했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또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염려를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연구의 최전선에서 내가 느낀 기계공학은 아직 굳건하다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으로서의 기계공학이 앞으로 또 어떻게 다른 분야와 융합되고 더 진화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기계공학과 인공지능의 융합에 대해 다루고 이를 시리즈로 만들어 나가면서 나 스스로도 이를 되돌아보고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지, 그리고 다른 분들의 조언과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를 피드백삼아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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