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
난 어릴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하지만 남들 앞에선 울지 않으려 애썼다. 꾹 참았다가 늘 혼자, 뒤에서 울었다. 그 덕에 사람들 눈에 나는 언제나 씩씩하고 잘 웃는, 착한 아이였다.
연애를 하면서도 힘든 걸 내색하지 않았다. 맞춰주고, 이해하려 애썼다. 그래서일까. 내가 힘들 땐 함께 있어도 늘 외로웠다.
남들의 아픔과 불편함은 그렇게도 잘 알아채면서 정작 내 마음은 깊숙이 숨겼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알아주길 바랐다.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몰라준다고 서운해했다.
남편과 산 지 10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말했다. 나 힘들다고, 아프다고. 그리고 그 앞에서 엉엉 울었다. 그제야 남편은 알게 됐다. 내가 언제 힘들고, 언제 아픈지를.
몰라주는 상대에게 섭섭해하기만 했지, 정작 나는 힘들다고 말할 줄 몰랐다. 이제야 겨우, 남편에게만큼은 솔직해질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일까. 그가 내게 유일하게 편한 사람이 된 건.
'나 힘들어.'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건데. 여전히, 남들 앞에선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누군가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아주 조금씩, 연습해 보려 한다. 힘들 땐 힘들다고, 외로울 땐 외롭다고.
그게 나를 더 외롭지 않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까.
세월은 눈앞을 수채화로 만들었다.
- 드라마 < 폭싹 속았수다 > 대사 중에서..
말하지 못한 채 홀로 힘들었던 시간이 내게 준 선물도 있다. 그 덕분에 누군가의 외롭고 힘든 마음을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티 내지 않아도 보이고, 말하지 않아도 이젠 느껴진다.
혼자 짊어지는 무거움을 알기에, 때때로 조용히 그 짐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럴 때, 나에게도 그런 손길이 필요했음을 떠올리며, 이제는 내가 그런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 책 <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중에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배울 것이 있기에 견딜 수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용기 내어 도움을 구해본다. 아직은 서툴지만, 점점 나아질 거라 믿는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힘든 싸움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잘 견뎌온 나 자신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 폭싹 속았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