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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론도 Jun 09. 2023

빛과 그림자. 그림자도 빛나는 밤.

밤산책.


아침 산책은 명료하고

상쾌해서 좋지만

가장 매력적인 산책은

어둠이 내린 후 걷는

밤 산책인 것 같다.


같은 공간도 적당히 어둠이 내리면

다채로웠던 컬러가 정리되어

차분해지며 너도나도 잘났다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풍경이 된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갔다가

나뭇잎 그림자에 이끌려

시작된 밤산책.


낮과는 다른 모습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재활용을 담았던 큰 바구니를 들고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나 돌게 되었다.


걷다 보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진짜 매력은 밝을 때뿐만 아니라

어둠에서도 드러나는 거구나.'


가만히 걷다 보니

밝을 때보다 더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게 밤산책이었다.

 

낮에는 존재감 없던

사소한 나뭇잎도 그림자마저

멋스러워지는 시간이

바로 어둠이 내린 밤이 아닐까 싶다.


늘 밝게 빛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꼭 나를 밝은 빛으로 내몰아

인정을 받아야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어두운 밤이라 하더라도

빛을 받지 않아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을지라도

그 존재감을 알아보는 이는

분명히 있는 거니까.


나의 오늘은

그림자도 빛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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