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건네는 선물

그림을 그리다가

by 마론도



시골이 싫었다.
좋았던 기억보다 그렇지 않은 기억이
더 많았으니까.

이제는 알 것 같다.
내가 싫었던 건 시골이 아니라,
우리 집이었다는 걸.

늘 시끌벅적했지만
나는 그 안에서 손님처럼 겉돌았다.
함께였지만 외로웠고,
편안함보다 불안이 더 익숙했다.

어른들은 많았지만
정작 기대어 쉴 곳은 없었다.

그땐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산들이
나를 막고 있는 듯 답답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산들이 조용히 나를 품고 있었고,
끝없이 걷던 그 길이 아무 말 없이
내 마음을 다독여주고 있었다는 걸.

그림을 계속해서 수정하다 보니
생각도 정리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처음 그렸던 그림보다
지금의 그림은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느껴진다.

한때는 차갑고 외로웠지만
이젠 그리움이 되어 마음에 머무는 풍경.

가까이 있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멀어지고 나서야 선명해질 때가 있다.

그게 아마,
세월이 건네는
가장 감사한 선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