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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론도 Jun 21. 2023

가능성은 재미가 만든다.

잠재력을 능력으로 이끌어내는 방법


'늘품'이라는 순우리말의 뜻을 살펴보면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을 의미한다. 비슷한 의미의 말로는 '가능성, 발전성, 잠재력' 등이 있다. 누구에게나 잠재력은 존재한다. 단, 그것이 어느 시기에 발현되어 쓸모 있게 쓰이는지는 사람마다 미지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가능성을 능력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재능을 찾아내어 능력으로 만드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한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와 만족도가 달라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엄마인 나에게도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어떻게 키워줄지가 큰 고민이기도 하다. 부모들이 눈 감는 그날까지도 고민일 문제일 것이다.


아직도 확실한 답은 알지 못하나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 확실한 한 가지는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흥미와 재미'를 빼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크게 조기교육이라든가 학습적인 무언가를 해주지 못했다. 평범하게 때가 되어 한글을 떼었고, 학교 진도에 맞춰 지극히 평범한 학습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래도 내가 그나마 잘했다고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해야 할 것들에 있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그것에 잘 따라와 줬던 건 아이들이 순하고 순종적인 성향이어서는 절대 아니다. 아이들의 흥미와 재미를 따라가 주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딸은 그것을 또래 친구들보다 그래도 잘한다고 생각해 자신감이 있고, 그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편이다. 친구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그리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손에 연필을 쥐기 시작했던 때부터 나는 아이와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들고 색칠하는 놀이를 꾸준히 해왔다. 때로는 흰 종이에, 때로는 내 몸에, 냉장고, 벽, 흙바닥, 욕실 타일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그렸었다. 다행히 나는 엄청 깔끔한 성격이 아니다. 아이가 하는 놀이가 크게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그대로 하도록 뒀다. 그렇게 아이에겐 그리는 것이 재미있는 놀이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딸이 6살 때 이사와 동시에 유치원을 옮겨 적응할 때도 그림 그리는 것은 딸에게 적응을 돕는 큰 역할을 해주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혼자라도 시간을 즐겁게 채울 수 있는 연습이 되니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주변에 몰려들었고 친해지는 친구들도 하나, 둘 늘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코로나가 시작되어 한창 반 아이들과 말도 못 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딸은 주변 친구들에게 그림과 만들기를 해주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해지기를 시도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힘들었을 코로나 시기를 잘 견뎌냈던 것 같다.


어느새 4학년이 된 딸아이는 그림이 자신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반에서도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래서 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게 되었고 더 잘 그리고 싶어 노력하게 되는  동기부여 또한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림 그리는 게 좋니?"라고 말이다.


딸은 그림을 그리면 그 과정도 좋지만 다 그려놓고 뿌듯한 그 감정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주변에서 인정받는 것 또한 하나의 행복인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림을 잘 그리게 된 데에는 흥미와 재미가 가장 큰 역할을 했고, 그래서 계속하다 보니 잘하게 되어 그로 인한 성취감과 만족감도 큰 듯 보였다.


놀이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좋아하는 취미가 되기까지 아이를 움직이게 했던 건 순전히 흥미와 재미였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준 거라곤 딸이 유튜브를 보다가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그림이나 만들기가 생기면 너무 비싸지 않은 선에서 재료들을 사주고 해 볼 수 있게끔 도와준 것뿐이다. 그리고 아이의 어릴 적 그림과 만들기를 소중히 모아 보관해 주고 아이의 그림 하나하나를 우리 집 거실 복도 벽에 전시해 주었다. 나중에 언젠가 딸의 작품을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할 전시회를 꿈꾸며 아이만의 방구석 전시회를 열어주고 싶었던 내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보관할 양이 많아지다 보니 요즘엔 인스타 계정을 따로 만들어 작품들을 저장해 주기 시작했다. 온라인에도 딸의 작품 전시회 장소가 생기니 딸은 수시로 보여달라 하고 뿌듯해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내가 아닌 딸 자신의 의지였기에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붙들고 노력해 보면서 성취감을 맛보고, 더 잘하려 노력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해 보는 연습. 나는 그 과정을 연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응원하며 도왔던 것 같다. 내 의지를 만들어내는 건 내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시작이 나로 인한 것이어야 작은 성취도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40이 다 되어서야 그걸 깨달았지만 아이들은 더 일찍 그걸 연습하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 배우는 자전거에 앉아 누군가 밀어주고 잡아주는 건 잠시여야 한다. 넘어지고 일어나더라도 나 스스로 균형 잡고 핸들을 운전할 수 있는 법을 연습해야 하는 건 결국 나다.


내 인생의 핸들을 남에게 맡겨버릇하면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은 늘 그대로일 것이다.


우리에겐 누구에게나 잠재력이 있다. 그 능력을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마음이 향하는 곳에 가만히 집중해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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