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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론도 Jul 04. 2023

부모의 역할은 울타리가 아닌 발판이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편승엽 편'을 보고..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편승엽 가수와 두 딸이 출연했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 그 모든 상황을 온전히 함께 겪었던 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과거의 힘든 상황을 겪게 해 미안하기만 한 아빠의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나 때문이 아닌 부모가 만든 상황 때문에 한없이 무력감을 느껴야 했던 딸들의 이야기에 나는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자신의 아빠를 오해하고 나쁘게 말하는 모든 사람들을 겪어내며 느꼈을 모욕감과 상처들을 마음껏 아빠에게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낼 곳도, 탓할 곳도 찾지 못하고 계속 그 상황들을 접하면서 겪었을 깊은 무기력함과 공허함이 고스란히 딸들의 이야기에서 느껴졌던 것 같다.


"너는 몇 번째 엄마 딸이야?"라는 무례한 질문들을 수없이 받고, 친구들과 간 수련회에서 잠에 들었다가 말소리에 깨 우연히 듣게 된 친구들의 말. " 쟤네 아빠가 여자한테 사기치고 다니는 사람이잖아."라는 소리에 언제까지 이런 말들에 해명을 해야 하는지 너무 지치는 마음에 다시 자는척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자는척해야 했던 마음은 얼마나 비참하고 수치스러웠을까 짐작해 보게 되었다.


반복되는 무기력함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흥미의 감소 또한 우울한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겪어야 하지 않아도 될 상황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억울한 감정들. 그것들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마음 안에서는 '화'가 되고 그게 반복되면 그것만으로도 '우울함'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서 두 딸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나 또한 부모로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 많은 것을 주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꼭 부모 때문이 아니어도 수많은 일들을 겪어나갈 아이들이다. 표출되지 못하는 감정과 혼자 감당해야 할 화가 얼마나 많을까. 그 모든 감정을 혼자 감당하게 방치한다면 아마 그 화가 우울감이 되어 호기심과 흥미가 왕성할 때에 오히려 움츠러들어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게 반복되면 그 안에 어떠한 재능과 가능성이 숨어 있더라도 평생 세상 밖으로 꺼내지 못할 수도 있다. 부모로서 해줘야 할 역할은 이 모든 감정들을 혼자만 감당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너무 일찍 떠안아버리면 버거운 책임감으로 마음이 불안해지게 된다. 마음의 불안은 아무리 많은 것을 누려도 만족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우울감은 축제 속에서도 혼자 고독해지는 외로운 감정이다. 나 또한 그러한 감정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왔기에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시간이었다.






아이에게 있어 내가 해주고 싶은 부모의 역할은 그저 편안하게 내 틀 안에 가두어 지켜내는 울타리가 아닌 나로 하여금 힘든 마음을 위로받고, 스스로의 생각을 더 굳건히 하여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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